이탈리아, 여성 고용률 주요국보다 낮아…성장·인구전망에 부담

이탈리아가 주요 유럽 동료국들에 비해 여성 고용률에서 크게 뒤처져 경제 성장과 인구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보고서는 남북 간 구조적 격차와 고착화된 고용 관행이 지속되며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개선 속도가 더딘 점을 지적한다.

2026년 3월 1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Rita Levi‑Montalcini SVIMEZ – W20 Observatory가 발표한 것으로, 이탈리아의 여성 고용률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아 성장과 인구 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이탈리아를 G20 국가 중 11위로 평가했으며 영국, 독일, 프랑스뿐 아니라 멕시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도 비교해 뒤처진 점을 지적했다.

정치권의 대응과 최근 상황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서 여성 고용 확대를 성장의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멜로니 정부는 여성 고용을 늘려 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달 그녀가 이끄는 연립정권은 부모에게 완전한 동등한 비이전 유급 육아휴직을 도입하자는 야당 제안을 재정 부담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제도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핵심 통계
보고서는 2024년 기준 여성 고용률이 53.2%에 머물렀으며, 이는 남성과의 격차가 17.8%포인트에 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영국의 여성 고용률은 66.6%를 상회하고 격차는 6.7%포인트 미만인 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의 통계는 이탈리아의 지역별 차이도 뚜렷하게 드러냈다.

지역별 특징과 고용 형태
남부의 바실리카타, 풀리아, 시칠리아, 칼라브리아, 캄파니아 등 5개 주에서는 여성의 비경제활동률이 고용률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5~34세 여성의 비경제활동 사유 중 가족 관련 이유가 남부에서 38.4%, 중북부에서 49.3%를 차지한 반면, 같은 연령대 남성의 경우 각각 2.5%4.1%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령대 여성은 남성보다 대학 학위 보유 비율이 높은 반면 노동시장 참여는 낮은 역설적 현상이 존재한다.

무의도적 시간제 고용과 임금 격차
관광·숙박업에 집중된 불안정한 고용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남부 여성 노동자의 63.6%, 중북부 여성 노동자의 40.7%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간제 근로에 해당하며 이는 유럽연합 평균 20.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상시 근로자 기준으로도 임금 격차가 지속되어 중북부에서 남성은 하루 평균 약 120유로, 여성은 88유로를 벌며 남부에서는 남성 약 90유로, 여성 약 65유로로 집계됐다.

“핵심 지표는 여성 고용률이며, 불행히도 이탈리아는 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 린다 로라 사바디니(Linda Laura Sabbadini), Women 20 전 의장 겸 이탈리아 통계학자

중앙은행의 평가와 재정·성장 영향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노동시장에 더 많은 여성을 흡수해야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지고 국가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 자리에서 중앙은행의 한 고위 관료인 파올라 안수이니(Paola Ansuini)는 연구 공개 행사에서 “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격차를 해소하면 노동력과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약 10% 안팎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국가채무는 약 3.1조 유로(약 3.58조 달러)에 이른다.

지역적·산업적 취약성
보고서는 특히 관광·숙박업에 몰린 비정규·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의 노동시장 취약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의도적 시간제 고용은 장기적 경력 형성에 불리하며 소득 불안정을 초래해 출산과 육아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구 구조와 생산성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용어 설명
비이전 육아휴직(Non‑transferable parental leave)은 부모 중 한 명에게 전용되는 휴직으로 다른 부모에게 양도할 수 없는 제도를 말한다. 목적은 부모 간 책임 분담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도입 시 남성의 육아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평등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여성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통상 15~64세 기준) 가운데 고용된 여성의 비율을 뜻하며, 노동시장 참여와 고용 기회의 접근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무의도적 시간제 고용(Involuntary part‑time)은 근로자가 원할 경우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자 하지만 일자리가 시간제에 머무는 경우를 말한다.


정책적 시사점과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의 통계와 중앙은행의 추정치를 종합하면 여성 고용률 개선은 단순한 고용 확대를 넘어 거시경제와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력 확대는 단기적으로 생산 증가와 세수 확대를 통해 국가 재정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노동참여 증가가 연금지출 구조와 인구 고령화에 대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고용의 질 개선 없이 단순히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제한적이다. 즉, 비정규·저임금·무의도적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을 낮추고 정규직 전환, 보육·교육·유연근로제도 보완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참여를 유인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정책적 선택지
여러 선택지 중 핵심은 육아휴직 제도의 설계와 보육 인프라 확충, 남성의 육아참여 유인책, 그리고 지역별 고용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 정책이다. 비이전 유급 육아휴직을 통한 남성 참여 유도는 가사·육아 분담을 바꾸는 데 효과적일 수 있으며, 중앙정부의 재정 투입이 요구되지만 중앙은행이 제시한 GDP·노동력 상승 효과는 장기적 재정지표 개선과 맞닿아 있다. 반면 재정 여건과 정치적 합의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멜로니 연립정권이 최근 관련 제안을 거부한 것은 이러한 정치·재정적 제약을 여실히 드러낸다.

결론
SVIMEZ‑W20 연구는 이탈리아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할 경우 성장률 둔화와 인구구조 악화가 지속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중앙은행의 분석처럼 여성 고용 격차 해소는 노동력과 GDP를 약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갖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제도 설계, 지역 격차 해소, 산업별 고용 질 개선 등 다층적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1 = 0.8668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