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 해협 대교 최종 승인…13조 원 투입해 2032년 준공 목표

이탈리아 정부가 3.6㎞ 길이의 ‘시칠리아 해협 대교(Strait of Messina Bridge)’ 건설을 위한 최종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며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유럽 대륙과 시칠리아 섬을 직접 연결하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 본격적인 공사 단계에 들어갈 전망이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 산하 경제계획·지속가능개발 장관위원회(CIPESS)는 이날 12시 30분(현지시각) 회의를 열어 대교 건설 계획을 의결했다. 해당 위원회 승인으로 고대하던 사전 작업—고고학·지질 조사, 토지 수용 절차—가 곧바로 시작될 수 있게 됐다.

시칠리아 해협 대교는 길이 3.6㎞(2.2마일)로 완공 시 세계 최장 현수교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업 구상은 1960년대 후반 첫 등장했으나, 지진 위험·재정 부담·환경 훼손 논란으로 매번 좌초됐다. 이번에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는 남부 경제 활성화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10년간 135억 유로(약 15조 6,300억 원)1를 배정했다.

ⓒ CIPESS 승인 절차 세부 일정
• 회의 시각: 12:30(현지) / 10:30 GMT
• 주관 부처: 인프라·교통부, 경제·재정부
• 후속 조치: 이탈리아 회계감사원 검증2

인프라·교통부 장관이자 여당 ‘동맹(League)’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장관은 의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 공사를 연내 착수해 2032년 개통 목표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예정 건설 부지인 메시나(Messina)로 이동해 지역 정부·시민단체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시공은 국제 입찰 끝에 선정된 ‘유로링크(Eurolink)’ 컨소시엄이 맡는다. 이탈리아 최대 건설사 웹빌드(Webuild)가 주도하고, 스페인 사시르(Sacyr)·일본 IHI 등 다국적 기업이 참여한다. 유로링크는 2023년 전 이탈리아 경찰청장 출신 지안니 데 제나로(Gianni De Gennaro)를 회장으로 선임해 조직범죄 차단안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교 건설로 총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남부 물류·관광·부동산 시장에 연쇄적 성장 효과가 예상된다.” — 웹빌드 전망 보고서


◇ 논란과 우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메시나 해협은 유럽 지진대 중 지반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구간으로 꼽힌다. 구조공학계는 진도 7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해 “해양 생태계, 철새 이동 경로, 경관 훼손” 가능성을 경고했다.

재정 건전성도 쟁점이다. 정부는 135억 유로가 ‘필요·충분’하다 주장하지만, 국책연구소 SRM은 “비용이 200억 유로를 상회할 위험”을 경고했다. 전례상 공공 토목 사업이 예산 초과와 공기 지연을 겪어 왔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치명적인 또 하나의 장애물은 마피아 연계 조직의 입찰 개입 가능성이다. 시칠리아 기반 코사 노스트라(Cosa Nostra)와 칼라브리아 기반 ‘은드랑게타(’Ndrangheta)가 관급 공사 수주·자재 납품·노조 조직에 개입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재무·경찰·정보기관 합동 감시체계를 설립해 계약·자금 흐름을 실시간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 긍정적 효과와 전문가 시각

지지 측은 “페리 이용 시 30~40분이 소요되는 육로·철도 연결이 대교 개통 시 2~3분으로 단축돼 지역 물류·관광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고 역설한다. 로마 라 사피엔차대 연구팀은 ‘완공 15년 후 남부 GDP 2.3%P 상승’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 프로젝트가 유럽–북아프리카 교역 축에서 이탈리아의 허브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웹빌드 사례를 들어 “이탈리아 빅테크·친환경 건설 기술을 세계 시장에 알릴 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 용어 설명
CIPESS : ‘Interministerial Committee for Economic Planning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의 약칭으로, 예산·인프라·지속가능 프로젝트를 심사·승인하는 총리실 직속 위원회다.
현수교(Suspension Bridge) : 주 케이블을 양쪽 주탑에 걸어 교량 상판 하중을 지탱하는 방식. 대경간(大徑間) 교량에 주로 사용된다.
‘은드랑게타·코사 노스트라 : 각각 칼라브리아·시칠리아를 근거지로 한 이탈리아 조직범죄 집단.


향후 일정
1) 회계감사원 검증(수 주 소요 예상)
2) 2026년 중순 본격적인 교량 파일 설치·주탑 기초 공사 개시
3) 2029년 케이블 인장 및 상판 거치
4) 2032년 시운전 및 개통

이번 승인으로 ‘남과 북을 잇는 교량’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현실에 한발 다가섰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안전성·환경성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성공 관건으로 꼽힌다.

1 1유로=1.158달러(2025년 8월 6일 기준 환율)
2 이탈리아 회계감사원(Corte dei Conti)은 헌법기관으로, 국가 재정 지출의 합법성과 경제성을 사전·사후 감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