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발] 이탈리아 산업장관 아돌포 우르소(Adolfo Urso)가 유럽연합(EU)과 미국 사이의 “진정으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관세 협정을 촉구하며, 최근 영국과 일본이 각각 확보한 10%·15% 관세 합의를 선례로 제시했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우르소 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경제·산업 관련 장관들과의 회동 자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출발점부터 우리는 모두에게 진정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며 “먼저 영국이, 이어 최근에는 일본이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영국이 지난 5월 미·영 간 무역 협상에서 10% 관세를 도출했고, 일본도 이번 주 15% 관세에 합의했다는 점을 상세히 언급했다.
우르소 장관 발언 “영국과 일본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관세율을 설정했다. EU도 같은 원칙 아래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EU-미국 협상의 데드라인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
EU는 8월 1일까지 미국과 관세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EU산 제품에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관세율 30%는 현재 영국·일본 사례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어서, 유럽 제조업계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관세(tariff)란? 관세는 국가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수입품 가격이 올라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소비자 가격 상승 및 교역 상대국의 보복관세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우르소 장관은 “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 제조업 비중이 큰 국가일수록 미국 시장과의 원활한 교역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EU 전체가 협상력과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단일 시장의 이익을 일관되게 반영한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일본 사례가 의미하는 바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미·영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통해 10% 관세 상한을 확보했다. 이는 자동차·기계·화학 등 핵심 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 방어에 결정적 기반이 됐다. 일본은 미국과의 오랜 협상 끝에 이번 주 15% 상한을 확정하며 반도체·자동차 부문에서 불확실성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10~15%대 관세는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두는 선”이라고 분석한다.
EU가 이보다 높은 30%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수출 가격 인상과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독일 자동차, 프랑스 와인·치즈, 이탈리아 패션·가구 등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이해관계와 내부 전략
이탈리아는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약 23%(유로스타트 2024)에 이른다. 우르소 장관은 “자국 중소·중견기업들이 미국 수출을 통해 매출을 확대하고,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EU가 미국과 합의하는 관세율 상한을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산업 전환 기금(Industrial Transition Fund)을 조성해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공급망 다변화에 5년간 1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우르소 장관은 “탐색적 시장 다변화와 친환경 설비 확충이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의 공조 및 EU 차원의 다음 단계
파리 회동에 동석한 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도 “대서양 획일적 해법이 아닌, EU 회원국들의 산업적 다변성을 존중하는 협상이 필요하다”며 우르소 장관의 발언에 동조했다. 그는 “8월 1일 협상 마감 전까지 EU 집행위원회가 미국 측과 집중 교섭 라운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일정으로는 7월 말 EU 통상이사회(EU Trade Council) 임시회의에서 최종 협상안이 검토된 뒤, 양측의 협정문 초안 공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후 미국 의회와 유럽의회 표결 과정을 거쳐야 합의가 발효될 수 있다.
시장 전략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관세율 불확실성이 유럽 증시에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EU-미국 간 규범 기반 무역질서가 재확립되면, 공급망 리스크 완화와 투자 확대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요약하면, 이탈리아 산업장관 아돌포 우르소는 EU가 8월 1일 이전 미국과 타결해야 하는 관세 협상에서, 영국(10%)·일본(15%) 수준의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합의를 이끌어낼 것을 촉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30% 관세안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유럽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