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의 제재 결정
중국에서 설립된 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자사 제품의 환경 영향을 과장·왜곡해 소비자를 오도한 혐의로 100만 유로(약 155억 원)*환율 $1=0.8642유로 기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AGCM(Autorità Garante della Concorrenza e del Mercato)은 더블린에 본사를 둔 Infinite Styles Services Co. Limited—쉬인의 유럽 지사—를 대상으로 약 1년에 걸친 ‘그린워싱(green-washing)’ 조사 끝에 제재를 확정했다.
이번 조치는 불과 한 달여 전인 7월 3일 프랑스 경쟁당국이 쉬인에 대해 4,000만 유로 규모의 벌금을 부과한 데 이어 두 번째 유럽 내 금융 제재다. 프랑스 당국 또한 허위 할인·환경 주장으로 소비자가 현혹됐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린워싱·패스트패션 용어 설명
그린워싱은 기업이 실제보다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과장·위장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반면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대량 폐기를 반복해 환경오염과 탄소배출 부담이 높은 산업 구조를 가리킨다. AGCM은 이러한 사업 모델 특성상 쉬인에 “더욱 높은 주의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모호하거나 과장된 친환경 메시지
AGCM 공식 발표문에 따르면, 쉬인 유럽 웹사이트에 게재된 “환경 지속 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 관련 문구는 다수의 경우 “모호·포괄적이거나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지적됐다. 특히 순환 시스템 디자인(circular system design)·제품 재활용 가능성에 대한 서술은 허위 혹은 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결론이다.
문제의 핵심은 ‘evoluSHEIN by design’ 컬렉션이다. 쉬인은 해당 라인을 “더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제조 방식”으로 생산했다고 홍보했지만, AGCM은 “소비자가 전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고 완전 재활용 가능하다고 오인할 위험이 있다”고 명시했다. 실제로는 혼방 섬유 및 현재 기술로 완전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쉬인이 제시한 2030년까지 탄소배출 25% 감축, 2050년 넷제로(net-zero) 달성 계획은 2023‧2024년 배출량 증가 추세와 상충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AGCM은 이를 근거로 “구체성이 결여된 공허한 공약”이라고 결론지었다.
소비자 보호 및 시장 투명성 강화
AGCM은 공정경쟁뿐 아니라 소비자 권익을 동시에 관할하는 기관이다. 이번 과징금 산정 시, 패스트·슈퍼패스트패션 특성상 짧은 시간에 대량 구매가 이뤄지고 탄소·폐기물이 급증하는 구조를 반영해 “가중 책임”을 부여했다.
쉬인은 조사 개시 당시 “이탈리아 당국과 개방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번 결과에 대한 공식 코멘트는 발표 시점 기준으로 나오지 않았다.
연속된 유럽 규제… 상장 계획에도 영향?
중국에서 시작된 쉬인은 저가 티셔츠·드레스로 Z세대 중심 전 세계 온라인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그러나 노동 조건·환경 파괴 논란은 런던 증시 상장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 더 큰 관심을 받아 왔다. 이번 이탈리아 제재는 유럽 규제권의 연속적 압박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쉬인이 운영하는 사업 방식이 고도로 오염적인 데다, 그 영향력을 고려할 때 더 높은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 — AGCM 결정문 중
업계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 제공과 투명한 환경 데이터 공개가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패스트패션 기업 전반에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과 탄소 저감 투자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향후 전망 및 함의
이번 과징금은 금액 측면에서는 기업 전체 매출 대비 크지 않을 수 있으나, 규제 이력이 상장 심사나 투자자 평가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또한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그린 클레임 지침’ 등 관련 입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다른 국가 규제기관이 비슷한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견해로는, 쉬인뿐 아니라 패스트패션 산업 전체가 자발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없이는 브랜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가 훼손되면, 1차적 매출 타격뿐 아니라 장기적 비용·법적 책임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다만 현시점에서 쉬인이 어떤 구체적 시정 조치를 이행할지, 혹은 AGCM 결정에 대해 이의제기(항소) 절차를 밟을지는 불투명하다. 회사 측 입장 발표가 나오는 대로 추가 동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