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 이탈리아 경쟁당국(Autorità Garante della Concorrenza e del Mercato, AGCM)은 2025년 12월 24일,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에 대해 WhatsApp의 특정 계약 조항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AGCM은 해당 조항들이 경쟁사 AI 챗봇의 WhatsApp 플랫폼 접근과 기술적 발전을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메타의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를 조사 중이다.
2025년 12월 24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AGCM은 메타의 행위가 AI 챗봇 서비스 시장에서 산출(output), 시장 접근 또는 기술적 발전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메타 측 대변인은 이번 결정을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fundamentally flawed)“고 규정하며, AI 챗봇의 등장이 “우리 시스템에 과부하를 주었으며 해당 시스템은 이를 지원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put a strain on our systems that they were not designed to support)”고 주장했다.
AGCM의 핵심 주장: “이러한 계약 조건은 AI 챗봇 서비스 시장의 메타 AI 경쟁자들을 WhatsApp 플랫폼에서 완전히 배제한다.”
AGCM은 올해 7월에 WhatsApp과 관련된 지배적 지위 남용 의혹으로 조사에 착수했고, 11월에는 메신저의 비즈니스 플랫폼(Business Platform)에 대한 업데이트된 약관까지 포함하도록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도 지난달 동일한 혐의에 관해 메타에 대한 병행 조사를 시작했다.
핵심 용어 설명
지배적 지위 남용(Abuse of dominant position)은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부당하게 배제하거나 제한하여 소비자 선택을 저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경우 AGCM은 메타가 WhatsApp 플랫폼 관련 계약 조건을 통해 타사 AI 챗봇의 접근을 사실상 차단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WhatsApp 비즈니스 플랫폼은 기업들이 고객과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 사용하는 API와 도구들을 포함하는 서비스로, 제3자 애플리케이션 또는 서비스가 해당 플랫폼을 통해 메시지를 송수신하거나 자동 응답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조사 핵심은 메타가 해당 플랫폼 약관을 통해 외부 AI 챗봇의 통합을 제약하는지 여부이다.
유럽 규제 환경과 배경
이번 조치는 유럽 규제기관들이 대형 IT기업(일명 Big Tech)에 대해 취해온 일련의 강경한 조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EU는 기술 산업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그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는 균형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보다 관대한 미국 규제 환경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유럽의 엄격한 규제 기조는 미국 기술기업들로부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AGCM은 유럽집행위원회(EC)와 조율해 메타의 행위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다뤄지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행 조사 중인 EU 차원의 심사는 향후 규제 조치나 제재의 범위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 및 소비자 영향 분석
첫째, AGCM의 명령은 단기적으로 WhatsApp 플랫폼의 제3자 통합 전략을 제약할 수 있다. 외부 AI 챗봇 개발사들은 WhatsApp에서의 제공을 제한당하면 제품 배포 채널을 잃게 되고, 이는 해당 서비스의 접근성과 다양성을 낮출 수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선택권 축소와 혁신 속도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규제 확산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두 가지 경로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는 메타의 운영·개발 비용 증가다. 규제 준수를 위해 기능 설계 변경이나 시스템 분리(Modularization), 또는 외부 업체와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보장하기 위한 추가 기술 투자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른 하나는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 촉진으로 인한 장기적 이익이다. 규제가 성공적으로 외부 경쟁을 보장하면 AI 서비스의 다양화와 품질 향상, 가격 경쟁 유도 등이 뒤따를 수 있다.
셋째, 투자자 관점에서는 규제 불확실성 증대로 메타의 단기적 주가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조치가 영구적 서비스 제한으로 귀결되지 않고, 상호운용성·공정 경쟁 원칙에 따라 합의가 도출될 경우 장기적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규제 결과와 유럽 및 글로벌 차원의 추가 조사·소송 가능성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법적 절차와 전망
AGCM의 이번 명령은 조사 과정에서 내린 잠정적·예비적 조치로, 최종 판단 전까지 약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성격이다. 메타는 즉시 이 결정에 대해 항고하거나 법적 대응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행정법원 또는 사법 절차로 사안이 이어질 수 있다. EU 차원의 병행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최종 제재는 각국 개별 처분뿐 아니라 EU 차원의 규제·제재와 상호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함의
이번 사건은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의 플랫폼 지배력과 상호운용성, 개방성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규제 당국은 소비자 보호와 경쟁 증진을 이유로 플랫폼 사업자의 폐쇄적 전략을 견제하려는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보안·안정성·사용자 경험 유지 등을 이유로 통제를 주장한다. 향후 법적 판단과 규제 프레임워크는 다른 메시징·소셜 플랫폼과 AI 서비스 간의 관계 설정에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결론
AGCM의 메타에 대한 약관 효력정지 명령은 EU 전역의 규제 움직임과 맞물려 빅테크의 플랫폼 정책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플랫폼 통합 전략과 AI 서비스 제공 기업들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쟁 촉진과 이용자 선택권 확대라는 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 다만 최종 결과는 법적 절차와 EU 차원의 병행 조사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