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발(Reuters) – 이집트 경제가 2023/24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에 4.0%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 통신 여론조사가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였던 3.8%에서 0.2%포인트 상향된 수치로, 국제통화기금(IMF) 협약에 따른 구조 개혁과 제조업 회복세가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7월 15~28일 실시된 설문에서 13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집트의 2024/25회계연도 성장률이 4.6%까지 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랍권 최대 인구 국가인 이집트는 통화가치 급락과 고물가, 그리고 가자지구 전쟁의 파급효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으나, 최근 대규모 개혁 패키지와 해외 투자 유치로 분위기 반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2023/24회계연도 성장률은 2.4%로 급락했으나, 정부는 IMF와 체결한 8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 규모 프로그램에 맞춰 개혁 속도를 높였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로부터 24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지중해 연안 대규모 토지 개발 계약까지 체결해 외화 확보와 고용 창출에 숨통을 틔웠다.
물가상승률은 2023년 9월 38%로 정점을 찍은 뒤 완만히 둔화되고 있다. 2024년 6월 도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9%로 5월(16.8%) 대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2025/26회계연도 평균 12.5%, 2026/27년 9.5%, 2027/28년 7.3%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본다. 이는 이집트 중앙은행이 제시한 ‘2026년 4분기까지 5~9%’라는 목표 범위를 여전히 웃돈다.
IMF 지원 프로그램 아래 이집트는 특히 연료 분야를 중심으로 에너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조치는 재정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와 동시에 단기적 물가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집트 파운드는 2024년 3월 고정환율(달러당 30.85파운드) 체제를 해제하고 자유 변동으로 전환됐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파운드는 2026년 6월 달러당 51.1, 2027년 6월 52.9까지 추가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 2025년 7월 말 현재 은행 간 시장에서는 약 48.6파운드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의 하루짜리 대출금리(overnight lending rate)는 현행 25.0%다. 응답자들은 2025/26회계연도 말 17.5%, 2026/27년 말 13.0%로 점진적 인하를 점쳤다. 중앙은행은 4월과 5월 두 달 동안 기준금리를 총 325bp(3.25%포인트) 내리며, 인플레이션 둔화와 외환 유동성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7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당국은 국제유가 변동성, 공급 측 위험,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관망 기조’를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선까지 오르내리며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외생 변수는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앙은행이 완화적 스탠스를 속도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로이터 경제전망 보고서
용어 해설
•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란 정부가 보유한 외화·원자재 수익 등을 기반으로 장기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국가 차원의 투자기금을 말한다.
• 인터뱅크 시장은 은행 간 외환·단기자금을 거래하는 장으로, 중앙은행의 기준환율 산정과 유동성 공급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 자유 변동환율제는 시장 수요·공급에 따라 통화 가치가 결정되는 제도로, 인위적 고정환율보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외환보유고 소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 시각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UAE 240억 달러 투자와 같은 대형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실제 집행 단계에 돌입하면 제조업·건설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성장률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가자지구 분쟁 장기화와 미국·유럽 경기둔화가 수출·관광 수요를 제약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정책 측면에서는 에너지 보조금 철폐, 국영기업 민영화 확대, 통화 절하 등 구조개혁이 물가·환율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회복과 외화 유동성 개선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데 대체로 합의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로이터 설문은 이집트가 단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IMF 연계 개혁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물가·환율 등 거시지표가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정책 당국의 신중한 통화·재정 조합이 요구된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