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우편실에서 CEO까지”라는 미국식 성장 서사는 오랫동안 자본주의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경력 첫 단’을 대체하면서 이 서사가 급격히 뒤틀리고 있다. 본 칼럼은 노동시장 구조·소비 패턴·기업 실적·거시지표가 받게 될 장기 충격을 ①데이터 ②기업 사례 ③정책 변수 ④투자 전략의 네 축으로 심층 분석한다.
1. 왜 ‘입구(Entry Level)’가 사라지는가
1) 채용 통계가 말하는 구조 붕괴
구인 플랫폼 시그널파이어 연구에 따르면 2019~2024년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신입·인턴 공고는 50% 감소했다. 팬데믹 충격이 완화된 2023~2025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아래 표는 미 노동부 JOLTS 데이터와 기업 채용 공고를 결합한 ‘초급 직무 공석 추세’다.
연도 | 초급 공석(천 개) | YoY% | 전체 공석 대비 비중 |
---|---|---|---|
2019 | 1,710 | — | 22% |
2021 | 1,220 | -29% | 15% |
2023 | 980 | -20% | 11% |
2025 7월 | 860 | -12% | 10% |
반면 동일 기간 미국 기업의 AI 관련 채용은 280% 증가해 극단적 불균형을 드러냈다.
2) ‘조직 평탄화’와 비용 함수 변화
AI 기반 자동화는 ① 반복 업무 대체 ② 의사결정 지원 ③ 지식 관리 내재화 세 갈래로 비용 함수에 파고든다. 맥킨지컨설팅은 미 기업 3,000곳 패널조사에서 “중간관리자·주니어를 1명 감축할 때마다 AI 솔루션 라이선스비는 0.3명분 수준”이라 보고했다.
2. 노동시장 충격의 거시 전이경로
- 초급 인력 채용 축소 → 임금 하방경직성 완화
- 주니어 가구 소득 감소 → 소비 여력·주택 수요 위축
- 기업 인건비 절감 → 단기 마진 확대 vs 장기 인재 파이프라인 부족
- 서비스물가 상승 압력 둔화 → 코어 인플레이션 경로 하향
이를 OECD 모형(NAWM)으로 시뮬레이션하면 2025~2035년 미국 코어 PCE 경로가 누적 0.7%p 하향, 실업률은 장기자연실업률(u*) 추정치 3.8%→4.2%로 상승하는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3. 소비 패턴·주택시장에 미칠 장기 파장
1) Z세대 부채·저축 시나리오
연준 ‘Household Finance Survey’에 따르면 25~34세 평균 순자산이 2015~2024년 +28% 늘었으나 동일 연령대 고용 안정도가 하락하면 2030년까지 신용카드 연체율 2.3%→3.8%로 뛸 가능성이 있다.
2) 주택 수요·금리 감응도
30년 고정 모기지 모델로 초급소득 계층 소멸을 가정하면 주택 구매 잠재수요가 연 -0.4%p 감소, 장기적으로 모기지 금리 25bp 상승 시 수요 탄력성은 1.5배 커진다. 이는 주택가격 장기 상승률 하향 & 외곽 렌트비 상승이라는 이중 압력을 야기한다.
4. 기업 실적·주가 측면 분석
1) 마진 슈퍼사이클 vs 성장 디스카운트
- 이익률 (+): 초급 인력 의존도가 높은 IT서비스·콜센터·백오피스 BPO는 초기 3~5년 영업이익률이 +150bp 개선.
- 성장 (-): 향후 내수 소비 CAGR 둔화로 가처분소득 의존 산업(리테일·외식)이 PER 2~3배수 디스카운트.
2) ‘AI CapEx 플랫’ 리스크
초기에는 하드웨어·클라우드 CapEx를 견인하겠지만, AI 최적화 SW 효율이 높아지면 2030년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둔화 가능. 이는 엔비디아·브로드컴 같은 AI 반도체 대장주에 멀티플 조정 압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5. 정책·규제 시나리오
시나리오 | 주요 내용 | 채택 확률(10년) | GDP 영향 |
---|---|---|---|
① 시장자율 | 자율 도입, 노동 재교육 민간에 위임 | 40% | 초기 +, 장기 -0.2%p |
② 재교육 보조 | 세액공제+주별 ‘AI 패스포트’ 자격 | 35% | 중립~소폭 + |
③ AI 사용세 | AI 라이선스당 고용보존 기여금 부과 | 15% | 단기 -, 장기 +? |
④ UBI + AI 배당 | 데이터·알고리즘 배당으로 기본소득 | 10% | 정책설계에 따라 변동 |
정책 ② 시나리오가 효용/실현 가능성 균형이 가장 높다는 평가다.
6. 투자전략: ‘낮은 사다리’ 시대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체크리스트
- AI 핵심 IP 보유 기업: 칩·모델이 아닌 데이터·미들웨어 플랫폼에 초점.
- 저가형 필수소비재 ETF: 소득 이원화가 심해질수록 중저가 채널이 점유율 확대.
- 글로벌 인프라 채권: 재교육·네트워크 확충 등에 필요한 국채발행이 늘어나 장기물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에 대비.
- 현금·단기물 10~15%: 변동성 완충 및 기회자본.
리스크 시나리오 가중치
• AI 투자 사이클 조기 피크(30%)
• 정책 오류(25%)
• 생산성 향상 지연(20%)
• 기대 초과 파급(25%)
7. 결론|사다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배치’된다
생성형 AI가 초래할 가장 긴 그림자는 경력 사다리 구조조정이다. 이는 노동시장→소비→기업실적→물가→통화정책까지 연쇄 파급을 일으키며, 10년 후 미국 경제의 균형점을 바꿀 것이다. 그러나 재교육·타깃형 정책·기업 내부 육성을 결합한다면 ‘사다리’는 형태만 바꾼 채 존속할 수 있다. 투자자는 ①초기 마진 확대 ②중기 성장률 둔화 ③정책 대응 순환 고리를 주시해야 하며, 장기적 생산성 향상과 분배 충격의 줄다리기에서 균형점을 선점하는 자산에 비중을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 이중석 이코노미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