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가 2분기 실적에서 4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유가와 가스 가격 하락이 생산 증가와 전력 판매 확대 효과를 상쇄하면서 조정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간(4월~6월) 조정 순이익은 36억 달러로 줄어 전년 동기의 47억 달러뿐 아니라 올해 1분기의 42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같은 시각 파리 증시(Euronext Paris)에서 토탈에너지스 주가는 유럽중부표준시(CET) 13시 35분 기준 4.1% 하락한 51.17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적 부진과 순차입금(net debt) 급증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Patrick Pouyanné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유가가 낮게 유지되더라도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수 있다”며, “국제유가 70달러 수준에서 분기별 2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통화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부채가 급등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실제로 2분기 말 순차입금은 259억 달러로 전년 대비 89% 급증했고, 부채비율(gearing)도 22.6%(리스 부채 포함)로 뛰었다. 이는 2분기 동안 20억 달러 규모 인수합병(M&A) 집행과 운전자본 증가가 겹친 결과다.
CEO는 “자사 정의에 따른 정상화(내재) 부채비율은 15% 수준”이라며, “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 등에서 진행 중인 석유·가스 자산 매각과 재생에너지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약 35억 달러가 유입돼 올해 안에 15%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렌트유(Brent) 가격은 1년 전보다 20% 하락해 2025년 2분기 평균 배럴당 67.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이 4월부터 하루 217만 배럴 규모의 감산 완화를 시작한 영향이다.
유가 하락에도 총 생산량은 확대됐다. 회사는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일 252만 배럴 환산(boe/d)의 하이드로카본(석유·가스)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전력·재생에너지 부문은 분기 이익이 14% 증가해 5억 7,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다만 다른 거의 모든 사업부 성적이 부진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정유·화학 부문의 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제마진(원유→연료 전환 수익)은 21% 하락한 톤당 35.3달러에 그쳤다. 회사는 지난해 수요 부진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폭락한 마진이 올해 상반기 완만히 회복됐지만 여전히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유럽 성수기(7~9월) 차량 이동 증가와 항공유 수요 확대로 3분기에는 마진이 톤당 50달러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내부 전망도 덧붙였다.
LNG(액화천연가스) 통합 부문 역시 가격 하락과 변동성 둔화로 전년 대비 9.6%, 전분기 대비 20% 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거래 변동폭이 축소되자 트레이더들이 가격 차익을 실현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전문 용어 해설 독자를 위한 추가 정보
Gearing은 기업의 부채 의존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순차입금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다. 레버리지 수준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투자가·신용평가사들이 기업 건전성 판단에 활용한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휘발유·경유 등 제품으로 정제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을 의미한다. 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국제정세·계절적 수요·정제설비 가동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Integrated Power Business는 토탈에너지스가 최근 적극적으로 확장 중인 전력·재생에너지 사업을 묶은 부문이다. 태양광·풍력 발전과 전력 판매, 배터리 저장을 포함하며 전통적 석유·가스 중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의 핵심 축이다.
기자 분석 및 시사점
토탈에너지스가 유가 약세와 부채 급증 속에서도 분기당 2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고수한다고 선언한 것은, 주주 친화적 정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재무 유연성(Financial Flexibility)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35억 달러 규모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부채비율 15% 목표 역시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정유·화학 부문의 부진은 글로벌 정제 능력 증설과 아시아 수요 불확실성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로, 단기적 성수기 효과만으로는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력·재생에너지 부문 비중 확대가 더욱 긴급한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