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중앙은행(Bank of Israel)이 최근 가자 지구에서의 휴전과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앤드루 아비르(Andrew Abir) 부총재는 1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경제 펀더멘털이 예상보다 견조한 만큼, 조기 완화 정책이 오히려 안정적 물가 관리 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 10월 16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아비르 부총재는 “일부 거시지표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듯 보이지만 중앙은행은 ‘선(先) 안정, 후(後) 완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노동공급이 전쟁 기간 크게 위축됐다가 휴전 이후 급속히 회복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급 측 완화가 물가를 억누르는 동시에, 휴전으로 인한 소비심리 개선이 수요 측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비르 부총재는 “수요 측 ‘보난자(bonanza)’가 예상된다”고 직접 표현했다. 이는 전쟁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소비 · 투자 심리 개선이 단기간 내 폭발적 수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반면, 전쟁 당시 부족했던 노동력과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상품 · 서비스 공급이 확대돼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을 유도할 여지도 있다. 두 힘이 서로 상쇄되면 물가 경로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성급한 정책 전환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쪽 효과가 더 클지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쉽지 않다”면서 “우리 정책은 물가를 목표 범위로 되돌리는 동시에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과를 훼손하고 싶지 않다”고 아비르 부총재는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대로 둔화해 중앙은행 목표(1~3%) 안으로 복귀했다. 전쟁 직후 급등했던 환율 변동성도 진정세를 보이며, TEL AVIV 35 주가지수는 휴전 소식 이후 빠르게 회복됐다. 아비르는 “시장 신뢰는 쉽게 구축되지만 단 한 번의 정책 실수로 무너질 수 있다”며, 조기 인하 압박을 견제했다.
그는 이어 “최근 1~2주간 교전이 중단됐다고 해서 바로 금리 인하 버튼을 누를 수는 없다. 향후 수개월간 물가 · 고용 · 환율 · 소비심리 등 모든 변수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것”이라며, 2026년 상반기까지는 관망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용어 · 배경 설명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는 구분되며, 중앙은행이 목표 범위 내로 물가를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자주 언급된다.
또한 보난자는 ‘뜻밖의 대박’ 또는 ‘풍부한 수익’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으로, 경제 기사에서는 갑작스러운 수요 폭증 국면을 비유적으로 설명할 때 사용된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기존 시장 컨센서스는 휴전이 확인되면 2025년 12월 이전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아비르 부총재의 발언으로 볼 때,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인내 전략’을 구사하며 글로벌 주요국보다 뒤늦게 완화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달러·시켈(USD/ILS) 환율, 현지 채권금리, 테크·방위산업 종목 밸류에이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방위비 지출이 줄어드는 대신 인프라 · 재건 투자가 늘어날 경우, 건설업과 소재 관련 기업의 현금흐름 추정치가 상향될 수 있다. 반면, 과도한 소비 재개가 수입 물가를 자극하면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록·물가 지표·소비심리지수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휴전=즉각 완화’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물가 · 성장 · 금융안정 3박자를 모두 살피는 다층적 정책 운용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다른 중동 · 신흥국 중앙은행에도 시사점을 제공하며, 2026년 글로벌 통화정책 궤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