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방부가 보잉(Boeing)사가 제작한 KC-46A 페가수스(Pegasus) 공중급유기 두 대를 약 5억 달러에 추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전액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군사원조로 충당되며, 최종 체결을 위해서는 이스라엘 내각 산하 국방구매 위원회의 승인이 남아 있다. 미국 정부는 Foreign Military Sales(FMS·대외군사판매) 제도를 통해 동맹국의 무기 구매를 감독·중개하며, 본 계약 역시 그 절차를 따를 예정이다.
이스라엘 공군은 이미 KC-46 네 대를 운용하고 있다. 아미르 바람(Amir Baram) 국방부 사무차관은 성명에서 “추가 도입은 이스라엘군의 장거리 전략 투사 능력을 한층 강화해 더 먼 거리에서, 더 큰 규모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중급유기 확보는 향후 어떠한 작전 환경에서도 우리 공군이 장시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 될 것”
— 아미르 바람 이스라엘 국방부 사무차관
이스라엘은 지난 6월 12일간 실시한 대(對)이란 공습 작전에서도 공중급유기를 적극 활용해, 장거리 표적을 심야·연쇄적으로 타격했다. 이번 계약이 완료되면 총 여섯 대의 KC-46이 전력화됨으로써 유사 시 중동 전역은 물론 지중해·홍해·인도양 등에서도 공군 작전반경을 크게 넓힐 수 있다는 것이 군 안팎의 평가다.
KC-46A란?
KC-46A 페가수스는 보잉 767-2C 여객기 플랫폼을 개조한 최신형 다목적 공중급유기로, 최대 96톤(211,000파운드)의 연료를 탑재해 전투기·수송기·조기경보통제기 등 다양한 기종에 공중에서 연료를 공급한다. 또한 자체 방어 시스템, 첨단 센서, 의료후송(MEDEVAC) 기능도 갖춰 ‘하늘 위의 멀티툴’로 불린다.
국방부는 “계약에는 이스라엘산 통제·전자전·통신 체계를 탑재하는 비용이 포함된다”고만 설명했지만 구체적 사양은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특유의 통합 전자전 패키지가 장착될 경우, 해당 기종이 중동 상공에서 지휘통제 허브 역할까지 수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 군사원조의 구조
워싱턴은 FMF(Foreign Military Financing)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수십억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한다. 이 자금은 반드시 ‘미국산 무기·장비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이 붙는다. 이번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 5억 달러 전액이 미국 업체인 보잉에 지불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공화당·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가자지구 전쟁과 미국 내 재정 압박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군사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적 우위(QME) 보장’이라는 전통적 가이드라인을 내세우며, 동맹국 안보 확보를 최우선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 시각
국제안보 분야 싱크탱크 INSS(National Security Studies) 연구원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KC-46 도입은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이스라엘이 역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라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① 이란 및 시리아를 겨냥한 전략적 억지력 강화
② 사우디아라비아·UAE 등과의 잠재적 방공·공중급유 연합 협력 포석
③ 미국 군수산업과의 상호의존성 심화로 외교·안보관계 결속
또한 대한민국 공군사관학교 출신 방위산업 전문가는 “KC-46 운영 경험은 앞으로 차세대 다국적 공중급유 플랫폼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스라엘이 독자 기술을 추가로 이식해 전자전·사이버 방어 기능을 강화할 경우, KC-46은 단순한 급유기를 넘어 ‘하늘 위 이동식 작전본부’로 진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재정적 논란
한편 미 의회조사국(CRS) 자료에 따르면 1946년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한 총 군사지원액은 약 1,58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국방예산 감축론이 대두되면서 “미국 납세자의 혈세로 타국 군비를 증강한다”는 비판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들은 “중동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미국 본토 방어와 직결된다”는 논리를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대규모 축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추가 구매 계약은 조달 일정·내부 예산 배분·정치권 심의 등의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구체적 도입 시기와 개조 사양, 인도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 공군의 생산 여력과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고려할 때 2028년 전후 실전배치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본 일정은 방위산업계 관측치로, 최종 계약 조건에 따라 변동 가능
용어 해설
공중급유기(Aerial Refuelling Tanker)란 비행 중인 군용기에 연료를 주입해 전투행동 반경과 체공시간을 늘려 주는 특수 항공기를 말한다.
Foreign Military Sales(FMS)는 미 국방부가 미국 방산업체와 외국 정부 간 계약을 중개·관리하는 제도로, 미국 정부가 구매·납품·시험평가·품질보증까지 총괄한다.
KC-46A는 FMS 체계를 통해 최초로 수출되는 차세대 급유기 모델로, 미국 공군이 2019년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전망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은 중동 정세가 ‘다중 분쟁·복합 억제’ 국면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자국의 장거리 정밀타격·지속작전 역량을 고도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의회의 예산심의 결과와 이스라엘 내 안보우선순위에 따라 세부 조건이 수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공군 현대화는 불가역적이라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