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휴전 유지에 국제유가 급락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CL N26)은 이날 3.42달러 하락한 배럴당 3.75% 급락세를 보였고, 7월물 RBOB 휘발유(RBN26)도 0.0636달러 내린 2.07% 하락을 기록했다.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이날 모두 떨어지며, 원유는 1주일 만의 저점, 휘발유는 1.75개월 만의 저점까지 밀렸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 종결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진 점이 유가를 압박했다. 여기에 중국의 원유 수요 약세도 국제유가 약세를 부추겼다.

2026년 6월 9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과 이스라엘이 적대 행위를 끝내기로 합의한 뒤 원유 가격은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전쟁이 빠르게 끝날 것이며 이후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

우리는 매우, 매우 좋은 합의의 마지막 단계에 있으며, 빠르면 하루나 이틀 안에 그 합의에 대해 적어도 개략적인 윤곽을 알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곳이 열리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된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공급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가 하락 요인으로 본다. 반대로 분쟁이 재점화되면 선물 가격은 즉각적인 반등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수요 부진도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5월 원유 수입량은 하루 약 780만 배럴로 떨어져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만큼, 이 같은 둔화는 글로벌 수급 전망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 드론 공격은 유가 하락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공장 공격이 5월에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자 러시아가 항공유 수출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5월 정유공장 가동률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하루 458만 배럴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기업·인프라·유조선 제재 역시 러시아 원유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월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분쟁이 곧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생산이 약 하루 1,450만 배럴 축소됐다고 추정했으며, 현재의 차질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거의 5억 배럴이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이 수치는 6월까지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유가에 또 다른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 OPEC 대표단은 5월 14일, 카르텔이 향후 몇 달간 일련의 쿼터 인상을 이어가며 9월 말까지 중단했던 생산을 모두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2023년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 감산분 가운데 약 3분의 2를 공식적으로 되돌리기로 합의했으며, 남은 물량도 3차례의 월별 단계로 추가 복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OPEC+는 5월 3일 6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5월에도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했다. 다만 중동 전쟁 여파로 일부 중동 산유국이 생산을 줄이고 있어 추가 증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OPEC의 5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336만 배럴 감소1,633만 배럴로, 40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원유 재고 흐름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 복세르타(Vortexa)는 6월 5일로 끝난 주에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1.2% 증가8,659만 배럴이라고 6월 9일 밝혔다.

미국 내 공급 측면에서는 지난주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가 5월 29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3.5% 낮고, 휘발유 재고는 4.9% 낮으며,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2.4% 낮다고 나타냈다. 디스틸레이트는 경유와 난방유 등 중간유분을 뜻한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0.1% 감소1,370만7,000배럴로 집계됐으며, 이는 11월 7일 주간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 1,386만2,000배럴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지난 6월 5일 끝난 주 미국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가 2기 증가431기로, 1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2024년 12월 19일 주에 기록한 406기의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627기에서 크게 줄어들며 조정 국면을 이어왔다.

이번 흐름을 종합하면, 이스라엘·이란 휴전 유지중국 수요 부진이 국제유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으나, 러시아 공급 차질글로벌 재고 부족은 가격의 급격한 낙폭을 제한하는 구조로 해석된다. 향후에는 중동 정세, 중국의 수입 회복 여부, OPEC+의 증산 실행 강도, 미국 시추 장비 증가 추세가 원유 시장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관련 지정학적 긴장이 재차 부각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가격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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