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소재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기초 식료품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CPI)는 시장 참가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2025년 10월 2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금요일(현지시간)에 공개될 9월 CPI는 정부 셧다운과 통계 인력 축소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집계돼 데이터의 정확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BLS(Bureau of Labor Statistics)는 물가·고용·임금 등 핵심 경제 지표를 수집·발표하는 연방 노동부 산하 기관이다. BLS는 전통적으로 ‘골드 스탠더드’라 불릴 만큼 신뢰도가 높지만, 대면 방문·전화 설문·서면 응답 등 다소 아날로그적인 수집 방식을 고수해 왔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1. 데이터 품질 논란: “얼마나 깨끗한 숫자인가”
“나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 바이샬 칸두자(모건스탠리 투자운용 채권 총괄)”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의 바이샬 칸두자 총괄은 이번 CPI를 놓고 “전 인력이 출근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보정 과정이 있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표본이 불완전해질 위험이 커진다며 시장도 비슷한 의심을 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BLS는 2025년 들어 잇단 데이터 수정과 인력 예산 삭감으로 도마에 올랐다. 8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 급격한 하향 수정에 격분해 에리카 맥엔타퍼 전 국장을 전격 경질하기도 했다.
2. 셧다운·인력 감축이 통계에 미칠 파장
워싱턴 D.C. 연방정부 셧다운은 필수 인력을 제외한 공무원 복귀를 금지시켰다. BLS 역시 필수 업무로 지정된 CPI 담당자를 부분적으로 재소집했지만, 이미 일부 도시 표본 조사가 중단된 상태다. 셧다운이 11월로 넘어갈 경우 10월 CPI 데이터 수집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 베로니카 클라크는 보고서에서 “실시간 수집이 전례 없이 막히면서, BLS가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가이던스 발표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3. 시장 컨센서스: ‘온건한’ 숫자 예상
다우존스가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이 예상된다. 헤드라인(식료품·에너지 포함)과 코어(식료품·에너지 제외) 모두 같은 증가율이 전망된다. 전월비로는 헤드라인이 0.4%, 코어가 0.3% 오를 것이란 예상인데, 이는 8월 수치와 유사하다.
이번 CPI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셧다운으로 다른 경제 지표 발표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BLS 직원을 급히 복귀시킨 배경에는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물가연동 조정 작업이라는 법적 의무가 있다.
4. 연준(Fed)의 고민: ‘데이터 블라인드’ 속 금리 결정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 주 회의를 열고 연방기금금리를 현행 4.00%~4.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시장은 가정한다.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2026년 이후 통화정책 경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적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내년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자신의 기조에 부합하는 인사를 지명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통계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연준이 과감한 정책을 정당화할 ‘근거 데이터’가 부족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번 CPI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새로운 통찰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연준이 더 의미 있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느냐’다.” ― 마이크 윌슨(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
5. 용어 풀이
CPI(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재화·서비스 가격을 지수화한 대표적 물가 지표다. 헤드라인 CPI는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포함하고, 코어 CPI는 변동성이 큰 두 품목을 제외해 기조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BLS는 미국 노동통계국으로, 고용·물가·노동생산성 등 핵심 통계를 담당한다. 통계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복수의 표본 도시에서 현장 조사원을 활용하지만, 이번 셧다운으로 일부 표본 도시가 제외됐다.
정부 셧다운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연방정부가 부분적으로 업무를 중단하는 상황이다. 필수 인력을 제외한 다수 공무원이 업무에서 배제돼, 통계 수집·보고·서비스 제공이 차질을 빚는다.
6.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CPI 수치 자체보다 ‘신뢰 구간’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데이터 오류 가능성이 확대되면 단일 월간 지표에 크게 반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데이터 소음보다 트렌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일부 채권 운용사는 예상보다 높은 물가가 나오더라도 ‘비정상적 샘플링’에서 비롯된 잡음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대로 수치가 과도하게 낮게 나올 경우에도 임시적 요인을 걸러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결국 이번 CPI는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퍼즐 조각이지만, 데이터 해석에 대한 신중함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는 것이 월가의 중론이다.
연방준비제도 본부 전경. 물가 지표가 불확실할수록 연준의 정책 결정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 본 기사는 원문(CNBC, 2025년 10월 21일 17:25 GMT)을 토대로 구성되었으며, 추가 해설·용어 설명을 포함해 국내 독자를 위해 재편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