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잠 못 이루는 시장, 72시간 ‘빅 이벤트’ 줄줄이 대기

글로벌 금융시장이 ‘반짝 숨 고르기’ 뒤 다시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번 주 남은 72시간 동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캐나다 중앙은행(BoC), 일본은행(BoJ) 세 곳의 통화정책회의가 연이어 예정돼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미국 빅테크 실적과 UBS·GSK 등 유럽 대형 기업 실적도 쏟아진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8월 1일 ‘관세 폭탄’ 시한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은 한동안 잠 들 틈이 없을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빅 이벤트 러시’에 대비해 포지션을 최소화하거나 헤지(위험 회피) 거래를 늘리고 있다. 특히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우호적 분위기” 속에 끝났지만 구체적 합의 없이 종료돼 관세 연장 혹은 철회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 같은 정책·정치 리스크와 실적·지표 변수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시아 증시는 이날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가 장중 1% 이상 올랐고, 상하이종합지수는 4월 저점 대비 20% 이상 반등하며 기술적(테크니컬) ‘불마켓’ 진입을 눈앞에 뒀다. 기술적 불마켓은 특정 자산이 직전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했을 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투자 심리가 단기적으로 개선됐지만, 전문가들은 “연준 회의 결과와 트럼프 시한이 지나야 진정한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편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에서는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7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면서 일부 피난 지시가 내려졌고, 안전자산 통화엔화와 스위스프랑이 각각 최대 0.4%, 0.3%가량 상승했다.

“이번 주는 ‘이벤트 폭탄’이 연속으로 터지는 드문 사례다. 시장이 이를 소화하기 전까지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과정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 글로벌 자산운용사 매크로 전략가


① 통화정책 이벤트: 연준·BoC·BoJ

투자자들의 시선은 우선 30일(현지시간)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린다.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으나, 일부 위원들이 경기 둔화를 이유로 소수 의견(dissent)을 낼지 여부가 초점이다. 이어 31일 캐나다 중앙은행8월 1일 일본은행이 각각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캐나다는 자국 성장률 둔화, 일본은 엔화 강세 부담이 의사 결정의 변수로 꼽힌다.

② 기업 실적: 테크 대장주·유럽 금융주 주목

마이크로소프트(NASDAQ: MSFT), 메타(NASDAQ: META), 퀄컴(NASDAQ: QCOM), ARM, 포드 등 미국 기업들이 실적을 내놓는다. 유럽에서는 UBS Group, Banco Santander, GSK, Telefonica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들 ‘빅 이벤트’ 결과에 따라 정보기술(IT)·헬스케어·은행 업종이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트레이더들의 설명이다.

③ 거시지표: 유로존·독일·프랑스·미국 GDP

같은 기간 유로존 2분기 GDP 속보치와 독일 6월 소매판매, 프랑스 6월 소비지출, 영국 27년 만기 국채 입찰 결과 등이 순차로 공개된다. 미국의 경우 FOMC 직후 2분기 GDP 성장률(속보치)도 발표된다. 성장률·물가·소비지표가 ‘연착륙(soft landing)’ 기조를 뒷받침할지 여부가 채권·외환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해설

가운틀릿(Gauntlet)은 ‘맹렬한 공격이나 도전을 거쳐야 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의미한다. 트레이더들이 이번 주 일련의 이벤트를 ‘가운틀릿 통과’에 비유한 배경이다.

테크니컬 불마켓은 주가가 최근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했을 때 관측되는 기술적 구간이다. 실제 경기 또는 기업 펀더멘털보다 투자 심리가 앞서간 결과일 수 있어, 향후 모멘텀 확인이 필요하다.

소수 의견(Dissent)은 중앙은행 회의에서 다수결과 다른 견해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행위를 뜻한다. FOMC에서 위원이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해 금리 인하를 주장할 경우, 시장은 이를 ‘완화적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전일 대비 0.2% 올랐다. 유로존이 올해 처음으로 월간 단위 약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EU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반등을 이끌었다. 반면 달러 인덱스(DXY)는 소폭 하락하며 관망세를 반영했다.

무역정책 리스크도 계속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한 8월 1일까지 무역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중국·인도·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협상 대표단은 ‘막판 타결’을 목표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감 시한을 넘긴 뒤에도 협상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은 이벤트를 앞두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bp 하락한 4.05% 근처에서 거래됐고,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마이너스권에 근접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GDP‧실적 결과가 예상을 밑돌 경우 금리 하락(가격 상승)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상품시장 쪽에서는 지정학적 위험달러 약세금 가격을 온스당 2,060달러대로 끌어올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미국 재고 감소 전망에 배럴당 80달러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세 이슈가 현실화될 경우 원유 수요 전망이 다시 꺾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투자은행(IB) 매크로 리포트는 “지구 반대편 캄차카 지진부터 워싱턴 관세 마감 시한까지 모든 변수가 ‘리스크-온·리스크-오프’를 번갈아 자극하고 있다”면서, “단기 트레이더는 변동성 돌발에 대비해야 하고, 중장기 투자자는 펀더멘털 개선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Tariff Watch’ 등 전용 뉴스 피드를 통해 관세 관련 헤드라인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배경도 바로 이 때문이다. 헤지펀드뿐 아니라 연기금 등 장기 자금도 이벤트 결과에 따라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은 72시간 동안의 금리·무역·지진·실적 네 가지 축이 서로 얽히며 글로벌 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짓게 된다. ‘관망’과 ‘기회 포착’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자금은 변동성을 동반한 박스권 흐름 속에 ‘데이트레이딩’ 비중을 늘리고 있다.

투자자 유의 사항: 변동성이 확대되는 기간에는 손절매(Stop-Loss)투자 목표 재점검이 필수다. 특히 레버리지·파생상품 거래 시 증거금 변동과 유동성 리스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