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사실상 ‘통행료’ 부과 통로 설치…유조선은 라락섬 우회로 통항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사실상 통제·수익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이 대부분의 선박 통항을 차단하는 가운데, 라락섬(Larak Island) 북쪽 연안에 사실상 안전 통항 회랑을 구축해 특정 선박만을 선별·검사해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026년 4월 2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교통량은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래 약 90% 감소했다. 로이드스 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사실상 ‘통행료 부스(toll booth)’ 체제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해상정보업체 윈드워드(Windward)는 최근 3주간 기록된 통항의 거의 전부가 라락섬 북쪽의 좁은 수로를 우회하는 경로를 택했고, 이는 “통제·허가 기반의 회랑(permission-based corridor)”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상황 개요와 현장 관찰
로이드스 리스트에 따르면, 3월 13일 이후 기록된 57건의 통항 모두 라락 우회로를 통과했고 정상적인 항로를 따른 선박은 거의 없었다. 윈드워드는 라락섬 북쪽에서 선박들이 통과 허가를 기다리며 줄지어 정체해 있는 모습과, 최근 며칠간 다수의 선박이 되돌려 보내지는 장면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란은 우호국이나 자국 무역과 연계된 선박들을 우선 통과시키는 등 통과 대상 선박을 엄격히 선별하고 있다.

통행 절차(권한·검사·호송)
로이드스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통행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선사(선박 운영자)는 먼저 IRGC와 연계된 중개인에게 접근해 선박의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승무원 명단, 최종 목적지 등 상세 서류를 제출한다. IRGC는 제출된 정보를 심사하고 승인할 경우 통관 코드(clearance code)와 라우팅 지침을 발급한다. 선박이 이란 영해에 진입하면 IRGC 지휘관이 해상 무선채널로 통관 코드를 요구하고, 승인되면 이란 소속 소형선이 해당 선박을 라락섬 주변의 영해 구간으로 호송(escort)한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선박은 되돌려진다.

결제 및 중개 사례
로이드스 리스트는 적어도 두 척의 선박이 이란 당국에 통과비를 지불했으며, 결제는 중국 위안화(人民幣)로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한 통항은 중국의 해운 서비스 업체가 중개 역할을 하고 이란 당국에 대한 지급을 처리했다고 전해졌으나 구체적인 금액과 결제 방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누가 통과하고 있는가
선박 소유권을 파악하는 일은 국기(플래그), 등록 소유자, 승무원 국적, 최종 목적지 등 여러 등록층위로 인해 복잡하다. 그러나 로이드스 리스트 인텔리전스의 브리짓 디아쿤(Bridget Diakun) 수석 위험·준법 분석가는 기록된 통항의 대다수가 이란·그리스·중국 연계 선박이며 일부 파키스탄과 인도 연계 선박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도의 사례
공급망 정보업체 Kpler에 따르면, 중국 국영 코스코(Cosco Shipping)와 연계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2척이 이번 주 초 라락 경로를 완주했는데, 이는 전쟁 발발 이후 대형 중국 컨테이너 운송사가 확인된 첫 사례였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3척의 중국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확인하면서 해당 통항이 “관계 당사자의 편의 제공과 조정”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인도의 경우, 언론 보도와 관계자 진술을 종합하면 인도 유조선들은 사전 허가나 대가 없이 안전한 통행을 확보했으며, 이는 뉴델리와 이란 간의 직접 협의가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됐다. 인도 국적의 LPG 탱커 ‘Pine Gas’는 지난달 회랑을 통과할 때 IRGC 지휘관으로부터 라락 채널로의 재우회 지침을 받았고, 통과 당시 인도 군함의 호위를 받았다고 Pine Gas의 책임자가 로이터에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해당 선박은 통행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지역국과의 협의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말레이시아, 중국 등 여러 정부가 IRGC의 심사 체계를 통해 자국 선박의 안전 통행을 조율하기 위해 이란과 직접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은 연료 공급 충격의 직격탄을 맞아 외교적 개입을 통해 이란으로부터 자국 선박의 안전 통과 보장을 확보했다고 보도되었다.

국회 법안과 국제법적 쟁점
이란 의회는 화요일 통과한 법안을 통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통행료 징수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법안은 해협과 접한 다른 국가들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고 명시하면서, 해상 운송·에너지 송달·식량 수송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법 전문가들은 강한 이의 제기를 예고했다.

홍콩대 법학 교수 샤흘라 알리(Shahla Ali)국제법(유엔 해양법 협약, UNCLOS) 하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일괄적인 통행료를 부과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자국 영해 내에서 실제로 제공하는 특정 서비스(예: 파일럿업무, 오염 대응)에 대해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비용을 부과할 수는 있으나, 일방적이고 광범위한 통행료 부과 법안은 기존의 국제 해운법 체계와 배치되어 강력한 외교·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Suez·Panama 운하와의 비교 한계
전문가들은 호르무즈를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수에즈와 파나마 운하는 인공적으로 건설·관리되는 수로로서 주권국이 건설·관리 비용을 회수할 목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권한을 가진 반면, 호르무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제 통과수역으로서 법적 지위가 다르다는 점이 비교의 핵심적 차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회 정책 연구소(EPRS)는 파나마 운하의 통항료가 선박 크기와 유형에 따라 균등·공정하게 부과된다고 밝힌 바 있다.

용어 해설
IRGC(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군사·치안조직 중 하나로, 군사작전뿐만 아니라 해상 보안·해운 통제에 관여하고 있다. IMO(국제해사기구) 번호는 각 선박에 부여되는 고유 식별자이며, 선박 등록 및 안전·환경 규정 준수 확인에 사용된다. 영해(territorial waters)는 통상 연안국이 주권을 행사하는 해역으로, UNCLOS에 따라 통상 기준(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으로 규정된다. 파일럿업무(pilotage)는 항로 안내를 위한 항만 파일럿의 업무로, 항구 접근 시 안전을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경제적·시장 영향 분석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수송에서 전략적 비중이 매우 높은 해로, 이번 통행 제한과 라락 회랑의 통제는 단기적으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해상보험료 상승, 해상운임의 인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통항량이 약 90% 감소한 상황은 공급 차질과 불확실성을 키워 석유·정제제품 가격의 급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험업계는 전쟁 리스크(war risk) 프리미엄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선사들은 대체 항로(예: 희망봉 우회)를 고려할 경우 운항시간·연료비가 크게 증가해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연료 수급 불안과 정제유·LNG 공급 차질로 단기적 경기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란이 통행료 징수 체계를 제도화·안정화할 경우 항만·해운 패턴의 재편이 진행될 수 있다. 일부 국가와 선사들이 라락 회랑을 통한 통행을 선호하게 되면 항로 집중도가 심화되어 대기·혼잡 비용이 늘고, 특정 항로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의존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제사회가 법적·외교적 대응을 통해 이란의 조치에 제동을 거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군사적 충돌 위험과 더 큰 해운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가격과 리스크 프리미엄이 급변할 수 있다.

향후 전망
전쟁이 발발한 지 다섯째 주에 접어든 가운데 워싱턴과 테헤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진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반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미국 동부 시각 화요일 저녁에 미군이 이란을 떠날 것이라며 “2주에서 3주 내” 철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해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반면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크치(Abbas Araghchi)는 미국과 메시지 교환은 있었지만 그것이 “협상(negotiations)”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이란의 라락 회랑 중심의 통행 통제와 의회의 통행료 법안 추진은 단기적으로 해운·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며 보험료·운임·물류비 상승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 국제법적 정당성 논쟁과 외교적 압박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수주 내 지역 안보·해운 규범·국제무역 흐름의 변화가 관건이다.


핵심 요약: 이란은 라락섬 북쪽의 좁은 수로를 통해 선박을 선별·허가해 통과시키는 사실상의 통행료 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3월 13일 이후 확인된 57건의 통항이 모두 라락 우회로를 이용했다. 일부 선박은 중국 위안화로 통행료를 지불했으며, 인도·중국·말레이시아 등 국가들은 이란과 직접 조율해 통과를 확보했다. 국제법적 정당성 논란과 함께 보험·운임·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