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선물과 휘발유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5월 인도분 WTI 원유(시세 코드: CLK26)는 월요일 종가 기준으로 +3.24달러(+3.25%) 상승 마감했고, 5월 인도분 RBOB 휘발유(시세 코드: RBK26)도 +0.0688달러(+2.16%) 올랐다.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월요일에 큰 폭의 랠리를 보였으며, WTI는 3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급등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에 대한 합의가 지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확대하겠다고 위협한 발언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가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2026년 3월 30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원유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The Washington Post는 월요일 보도에서 미 국방부가 이란 내 지상 작전을 몇 주간 준비 중이며, 약 3,500명의 해군 및 해병대 병력이 중동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석유를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으며, 이란의 주요 수출 기지인 카르그(Kharg)섬을 점령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만약 카르그섬 점령이 현실화되면 미군 지상군 투입을 수반하는 중대한 전쟁 확대로 간주된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또한 원유 가격 상승의 배경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에 킹파흐드 공군기지(King Fahd Air Base)의 접근을 허용하기로 합의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 소유의 병원과 클럽을 폐쇄했다. 이 지역 이란의 이웃국들은 이란의 대응 조치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이란은 미국 및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인근 국가들에 있는 표적들을 타격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평가에 따르면, 지난 주 월요일에 발표된 보고서에서 중동 9개국에 걸쳐 4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쟁이 종결된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정유·저장 인프라의 피해는 즉시 생산 차질로 이어져 재건 기간 동안 공급 불안정을 지속시킬 우려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Hormuz 해협)은 사실상 폐쇄 상태에 가깝고, 페르시안만(Persian Gulf) 산유국들은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생산량을 약 6%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약 20%)를 통과시키는 주요 해상 수송로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류 흐름이 3월까지도 회복되지 않을 경우, 원유 가격이 2008년 기록한 배럴당 약 $150 수준을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세 요인도 존재한다. OPEC+는 3월 1일 발표에서 4월에 원유 생산을 일일 206,000배럴(bpd) 증산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시장 추정치인 137,000배럴을 상회하는 수치였다. 다만 중동 전쟁으로 인해 산유국들도 실제로는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당초 발표된 증산 계획의 이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220만 bpd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으나, 아직 약 100만 bpd가량의 복구분이 남아 있다. OPEC의 2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640,000 bpd 증가한 29.52 million bpd로 3.25년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유조선에 쌓여 있는 원유 물량 증가는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Vortexa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 원유 약 2억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이 현재 유조선에 떠 있는 상태(플로팅 스토리지)에 있으며, 이는 1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증가는 러시아 및 이란 원유에 대한 봉쇄와 제재에 기인한다. Vortexa는 3월 27일로 끝난 주간에, 최소 7일 이상 정박 상태인 유조선의 원유 물량이 전주 대비 +47% 증가해 136.13 million bbl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수급과 수요 측 지표.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2월 10일에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전월의 13.59 million bpd에서 13.60 million bpd로 소폭 상향 조정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치는 95.37 quads에서 96.00 quads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2026년 글로벌 원유 초과공급 전망을 종전의 3.815 million bpd에서 3.7 million bpd로 소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유럽에서 중재를 시도한 최근 제네바 회담은 조기 종료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러시아의 영토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장기적 합의를 이룰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재와 제한이 유지될 가능성을 높여 글로벌 공급 측면에서 상대적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7개월 동안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했으며, 이는 러시아의 원유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해 전 세계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11월 말 이후로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미국 및 EU의 새로운 제재가 러시아의 원유 기업, 인프라, 유조선에 부과되면서 수출이 더욱 억제되고 있다.
미국 재고 및 생산 지표(최근 보고)에 따르면, 지난 수요일 발표된 EIA 보고에서 3월 20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0.6%, 휘발유 재고는 +3.3%, 디스틸레이트(중유·경유류)는 -0.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으로 -0.1% 하락한 13.657 million bpd로 기록되었으며, 이는 11월 7일 기록한 13.862 million bpd의 사상 최고치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또한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3월 27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내 가동 중인 유정(오일 리그) 수가 -5개 감소한 409대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12월 19일의 4.25년 저점인 406대와 근접한 수치이며, 지난 2년 반 동안 수가 급감해 2022년 12월의 고점 627대에서 크게 축소된 모습이다.
분석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 중동 내 군사 병력 증강, 그리고 주요 수출 기지에 대한 위협은 공급 충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호르무즈를 통한 유류 통행이 장기적으로 차단될 경우, 골드만삭스의 경고처럼 배럴당 $150 이상의 급등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극단적 시나리오는 보험료(프리미엄), 선박 우회로 인한 운송비 상승, 재고 소진 등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반면에 플로팅 스토리지에 쌓인 대규모 원유 물량과 OPEC+의 잠재적 증산 의지, 그리고 EIA·IEA의 수요·공급 수정치는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유조선에 묶여 있는 러시아·이란산 원유 물량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단기적 급등은 완화될 수 있으며, OPEC+가 계획대로 증산을 이행하면 추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몇 가지 핵심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회복 시점과 수준(완전 복구, 부분 통행, 장기 차단 여부). 둘째, OPEC+ 산유국의 실제 생산량 조정 가능성 및 추가적인 정책 대응. 셋째, 러시아·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나 제재 회피 기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른 유효 공급량 변화. 넷째, 글로벌 경기·수요의 회복 여부와 석유 대체에 관한 장기적 전환(전기차,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다.
실무적 대응 차원에서 정유업계 및 트레이더, 정책 결정자들은 다음을 주목해야 한다. 재고가 계절적 평균을 소폭 상회하고 있으나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부족한 상태라 난방유·디젤 시장은 취약하다. 생산 설비 및 항만·저장 인프라 피해가 크므로 중장기 복구 계획과 대체 물류 루트 확보가 필요하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불확실성 프리미엄 확대를 반영해 에너지 관련 파생상품(옵션·선물)의 변동성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용어 설명
RBOB(블렌디드 휘발유): 자동차용 휘발유의 선물상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OPEC+: OPEC 회원국들에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을 포함시킨 연합체로, 증산·감산 합의를 통해 글로벌 공급을 조절한다.
플로팅 스토리지: 유조선에 임시로 보관 중인 원유 물량을 말하며, 제재·봉쇄·운송 차질 시 증가한다.
bpd(barrels per day): 하루당 배럴 단위의 생산량·수송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호르무즈 해협: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로로,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참고: 본 보도는 2026년 3월 관련 기관·업체의 공개 자료와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제시된 수치와 시점은 각 기관의 보고서 및 시장마감 시점 기준임을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