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의 연초 채권 발행 붐이 이란 전쟁의 시장 충격으로 급격히 멈춰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채권시장 불확실성과 차입비용 상승으로 많은 국가가 자금조달 결정 기로에 섰다고 로이터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2026년 3월 2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초에 사상 최대 수준으로 시작했던 신흥시장(EM) 채권 발행이 대체로 정체 상태에 빠졌다. 은행가와 투자자들은 이 같은 ‘거래 중단’이 여러 국가를 불확실한 상태에 둔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117.5억의 자금이 중앙·동유럽·중동·아프리카(CEEMEA) 지역의 주권 및 기업차입자들에 의해 1·2월에 조달됐다. 이는 2025년 같은 기간보다 거의 $30억 많은 수준이다. 다만 3월 들어 발행이 급감하면서 분기 전체로는 1분기 실적이 기록적 수준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실질적 흐름이 멈춘 것이다.
“모든 자금조달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나 조심스러운 관망 모드다.”라고 시티(Citi)의 CEEMEA 채권금융 공동책임자인 빅터 무라드(Victor Mourad)는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또한 “발행자들은 접근은 가능하나 그 대가로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개시(2월 28일) 이후 심화된 지정학적 충격이 있다. 이 충격은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의 일부 폐쇄 가능성까지 포함하면서 투자자의 위험 회피를 촉발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산에서 크게 포지션을 줄였고, 몇몇 은행은 신흥시장에 대한 과중(오버웨이트) 비중을 낮추기도 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주요 데이터는 다음과 같다. 2월 말 이후(최근 수주 기준) JPMorgan EMBI(신흥국 달러채권과 미 국채 간 스프레드)는 17bp 확대돼 268bp가 됐다. 국가별로는 이집트가 44bp 추가 확대됐고, 터키는 36bp 확대됐다. 반면 유일한 예외로는 원유가격 급등의 수혜가 반영된 앙골라(Angola)는 같은 기간 39bp 축소돼 504bp를 기록했다.
자금 유출도 두드러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3월 19일까지 일주일간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채권에서 $33억을, 특히 하이일드 기업채에서 $50억 이상을 순유출시켰다. 이는 2025년 4월의 미국 관세 충격 이후 최대의 자금유출 규모라고 은행은 지적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일부 신흥국과 기업은 여전히 시장에 나와 자금조달을 시도했다. 예컨대 앙골라는 원유 호조에 힘입어 이달 자금조달을 성사시켰고, 아프리카 중심 통신회사인 Helios Towers도 이번 주 채권을 발행했다. 무라드는 앙골라의 스프레드가 압축됐다는 점을 투자자들의 리스크 프리미엄 요구가 오히려 낮아진 사례로 지목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포지셔닝 변화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의 멀티자산 전략가 마니스 카브라(Manish Kabra)는 “전쟁 발발 이후 우리가 한 주요 조정은 원자재 비중 확대와 신흥자산에 대한 오버웨이트 축소”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과 투자자는 신흥국 자산의 과도한 노출을 줄이는 전략을 취했다.
한편 JPMorgan의 CEEMEA 채권자본시장 책임자 스테판 와일러(Stefan Weiler)는 아직 상당한 파이프라인이 존재하며, 소수의 성공 거래가 연쇄적으로 대량의 대기중인 거래들(pending transactions)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발행자들은 총수익스왑(TRS)이나 사모채(private placements)처럼 은행에서 직접 차입하는 복잡한 구조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스트레스 시에는 사모 거래가 차입자에게 더 매력적이 된다”고 말했다.
중요 용어 설명
신흥국 채권시장 관련 기사에서 자주 쓰이는 몇몇 용어를 간단히 설명한다.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는 특정 국가나 기업이 국채 등 안전자산(주로 미국 국채)에 비해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차입비용이 상승함을 의미한다. EMBI는 Emerging Markets Bond Index의 약자로, 신흥국 달러표시 국채의 수익률과 미 국채의 차이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CEEMEA는 중앙·동유럽(Central and Eastern Europe), 중동(Middle East), 아프리카(Africa)를 합친 지역 약칭이다. 총수익스왑(TRS)과 사모채는 공모시장이 위축될 때 발행자들이 활용하는 대체 자금조달 수단으로, 전자는 파생상품을 통해 수익을 이전받는 방식이고, 후자는 공개시장을 통하지 않는 사적 채권 발행을 뜻한다.
향후 경제·금융에 미칠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신흥국의 차입비용 상승과 자본유출 가속화가 우려된다. 스프레드 확대는 국가와 기업의 달러표시 부채 상환 부담을 높여 재정·금융 취약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에너지·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예: 이집트, 터키)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안정될 경우 고신용 등급 걸프(Gulf) 정부채의 2차시장 매수세가 회복을 선도할 수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2차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등급이 높은 걸프국가 주권부채를 매수하고 있어, 분쟁 완화 시 1차시장 발행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이는 분쟁의 범위와 기간, 유가 흐름, 해상교통로(호르무즈) 재개 여부 등에 달려 있다.
금융정책 측면에서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 기조를 급격히 바꾸지 않는 한, 신흥국 금리는 글로벌 기준금리 및 리스크 프리미엄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발행자들이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면 사모시장과 은행대출로의 이동이 증가해 금융중개구조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신흥국의 채권시장이 더 분절화(segmented)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요약: 단기적으론 지정학적 충격으로 신흥국의 공모채 발행이 위축되고 차입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일부 원유수출국과 고등급 걸프국가는 2차시장에서 수요가 유지되는 반면, 에너지·식량 취약국들은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1차시장 발행의 재개가 가능하지만, 불확실성 장기화 시에는 사모 및 복합금융거래로 자금조달 방식의 전환이 빨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