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평화협상 기대에 급락했다. 4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CLJ26)은 장중 상승세를 반납하고 전일 대비 -10.10달러(-10.28%) 하락 마감했으며, 4월 인도분 RBOB 휘발유 선물(RBJ26)은 -0.3045달러(-9.42%) 하락 마감했다. 원유는 1.5주 최저, 휘발유는 1주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급락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기사 본문에서는 ‘대통령’ 표기)이 이란의 발전소에 대한 타격을 연기하고 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2026년 3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원유 가격은 앞서 야간 거래에서 일시 반등하기도 했으나 결국 하락 전환했다. 당시(토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통하라는 압박과 함께 월요일 저녁까지 이란에 시간을 주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따라 원유는 2주 최고, 휘발유는 3.5년 최고까지 급등했었다. 이란은 발전소가 공격받을 경우
‘페르시아만 전체에 기뢰를 설치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통항로를 차단하겠다’
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타격 연기와 전쟁 종결 논의 가능성은 다시 시장의 위험선호를 높여 에너지가격을 급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에너지 공급 차질을 시사하는 재료들도 존재한다. 카타르는 지난 목요일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 단지인 라스라판 산업도시(Ras Laffan Industrial City)에서 “광범위한 손상(extensive damage)”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이란의 공격으로 라스라판의 LNG 수출 능력 중 17%가 손상되어 복구에 3~5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월요일 발표에서 중동 9개국의 40개 이상의 에너지 설비가 “심각하거나 아주 심각하게” 손상되어 전쟁 종료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도 이어지고 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생산을 약 6%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 전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20%)를 처리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류 흐름이 3월까지 계속 억제된다면 국제유가가 2008년 기록(배럴당 약 150달러)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약세 요인도 존재한다. OPEC+는 3월 1일 성명에서 4월에 일일 산유량을 206,000배럴(bpd) 늘리겠다고 밝혀 시장 예상치인 137,000bpd를 웃돌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인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증산 계획은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220만 bpd의 감산 조치를 되돌리려 하고 있으나 아직 약 100만 bpd가량을 추가로 복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OPEC의 2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640,000bpd 증가한 29.52백만 bpd로, 3.2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약세 요인으로는 해상에 묶여 있는 유류 재고(플로팅 스토리지)가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Vortexa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약 2.9억 배럴(290 million bbl)이 현재 유조선에 떠 있는 상태로, 이는 1년 전보다 4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러시아·이란산에 대한 봉쇄와 제재에 따른 결과다. 다만 Vortexa는 3월 20일 마감 주간을 기준으로 7일 이상 정체된 채 대기 중인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 물량이 전주 대비 -5.5% 감소한 86.55 million bbl로, 4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고했다.
수요·공급 전망과 통계에도 변화가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월 10일 발표에서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13.60 million bpd로 상향 조정(이전 13.59 million bpd)했으며,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치는 95.37에서 96.00 쿼드릴리언Btu로 상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량 추정치를 종전의 3.815 million bpd에서 3.7 million bpd로 하향 조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계속된다. 최근 미국 중재로 열린 제네바 회의(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는 조기 종료되었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영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장기적 합의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가능성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제약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유가에는 상승 압력(강세)으로 작용한다.
지난 7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1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증대해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미국·EU의 대러 신규 제재는 러시아의 유류 수출을 추가로 제약하고 있다.
단기 재고 통계도 혼재된 신호를 보냈다. 수요일(보고서 기준)의 EIA 보고서는 (1) 3월 13일 기준 미국 원유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1.4%로 낮았고, (2) 휘발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4.2%로 높았으며, (3) 중유류(distillate)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2.5%로 낮았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3월 13일에 13.668 million bpd로 전주 대비 -0.1% 감소해 11월 7일 주간 기록한 13.862 million bpd의 최고치보다 소폭 낮았다.
시추 활동 측면에서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의 집계가 있었다. 3월 20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활동 중인 석유 굴착 장비(Rigs)는 전주 대비 +2대 증가한 414대로 집계되어 12월 19일 주간에 보고된 4.25년 최저치인 406대에서 다소 회복됐다. 이는 지난 2.5년간 2022년 12월 기록한 627대(5.5년 최고치)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
WTI는 ‘서텍사스산 원유(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로 미국 기준 원유 가격 지표다. RBOB은 자동차용 경질 휘발유 규격 가치를 반영한 선물로 휘발유 현물시장과의 연동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중요한 경로이다. LNG는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를 의미하며, 플로팅 스토리지는 유조선에 임시 보관 중인 원유 재고를 뜻한다. 단위 bpd는 ‘배럴당 하루(barrels per day)’를 의미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 IEA는 국제에너지기구, OPEC+는 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를 가리킨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이번과 같은 평화협상 기대나 전쟁 종결 논의 소식은 위험회피 심리를 완화해 유가를 급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실제 공급 차질이 확인될 경우(라스라판 손상 복구 지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 제재에 따른 러시아·이란산 수출 제약 등) 강한 상승압력이 존재한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배럴당 150달러 수준 돌파 시나리오는 호르무즈를 통한 흐름이 장기간 억제될 경우 실현 가능성이 있는 스트레스 시나리오다.
시장 참가자와 에너지 시장 분석가들의 관점에서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첫째, 국제적 중재로 호르무즈 해협이 조속히 재개통되고 라스라판 복구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체 공급(예: 다른 LNG·원유 수출국의 증산)이 가능할 경우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둘째, 호르무즈 봉쇄 지속과 중동·러시아 관련 추가 제재·타격이 병행될 경우 유가는 단기간 내 급등하고 글로벌 연료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OPEC+의 증산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면 상방 리스크를 일부 완화할 수 있으나, 현재 중동 산유국의 물리적·인프라적 손상이 존재하는 만큼 즉각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경제적 파급 경로는 다음과 같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디젤 가격 상승을 통해 교통·물류 비용을 올리고, 이는 소비자물가 및 생산자 물가에 전달되어 전반적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반대로 유가 하락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 완화 요인이 되지만, 공급 불안정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어 기업의 투자·재고 전략 수립에 불확실성을 남긴다. 금융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해 변동성을 키울 수 있으며, 특히 원유 수입국과 수출국의 경제정책(금리·재정)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론
정리하면, 2026년 3월 24일 기준 국제 유가는 이란 전쟁 종결 논의의 진전 가능성으로 급락했으나, 라스라판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실물 공급 차질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 향후 유가 방향은 단기적 정치·외교적 진전 여부와 중동 인프라 복구 속도, OPEC+의 증산 실행 가능성, 그리고 러시아·이란 관련 제재의 지속 여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 뉴스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되, 공급망 손상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중장기적 대비가 필요하다.
(기사 작성에 사용된 주요 자료: 선물 종목 가격(4월 WTI·RBOB), 카타르 발표, IEA·EIA 통계, OPEC+/Vortexa 보고서, Baker Hughes 리그 수치, 골드만삭스 경고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