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이 3월 초 이란 관련 지정학적 긴장과 G7(주요7개국) 비축유 방출 기대 사이에서 급격히 변동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6년 3월 11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4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CLJ26)은 화요일 마감에서 전일 대비 -11.32달러(-11.94%) 하락한 $83.45를 기록했고, 4월 RBOB 휘발유 선물(RBJ26)은 -0.1681달러(-5.99%) 하락 마감했다. 월요일에는 근접 선물 기준으로 3년9개월 만에 최고치인 $119.48까지 반등했으나 이후 $83대까지 밀려났다.
사건의 주요 배경으로는 이스라엘이 지난 토요일 이란의 석유 저장시설 30곳을 폭격한 사실이 있다. 이 공격 직후 월요일 장중 원유는 급등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G7 차원의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언제 끝나겠냐는 질문에 대해 “I think soon, very soon“이라고 답했다.
G7 관계자들도 같은 기간
“We stand ready to take necessary measures, including to support the global supply of energy such as stockpile release.”
라고 밝혀 비축유 방출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G7 재무장관들은 월요일 성명을 통해 에너지 공급 지원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표명했고, G7 에너지 장관들은 화요일에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논의했다.
시장 심리에 또 다른 영향을 준 사건은 미국 에너지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다. 라이트 장관은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했다고 게시해 해협 재개통을 위한 호위 임무 개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 카롤라인 리비트(Karoline Leavitt)는 해당 게시물이 잘못된 정보이며 미 해군이 호위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즉시 반박했다. 이 부인 발표로 장중 저점에서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움직임이 관측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여전히 사실상 폐쇄 상태로 남아 있다. 페르시안만 생산국들은 지역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생산을 약 6%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약 20%)을 운송하는 중요한 해상 통로다. 미 군이 호위 계획을 언급했지만 아직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군사적 긴장 역시 지속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화요일에 가장 집중적인 폭격일을 보냈다고 밝혔고, 같은 날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정유단지인 루와이스 산업단지(Ruwais Industrial Complex)의 정제시설 가동이 화재로 중단되었다. 또한 이란의 준공식 통신사인 Mehr는 아부다비 인근에서 유조선 관련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공급·재고·생산 지표도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어러(WE)와 같은 공급 영향 외에 다수의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3월 1일 OPEC+는 4월에 일일 206,000배럴(bpd)을 증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전쟁으로 인한 지역 생산 차질로 이 계획의 이행은 불확실하다. OPEC+는 2024년 초의 220만 배럴 일일 감산분을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약 100만 배럴 일일의 추가 복원분이 남아 있다. OPEC의 1월 원유 생산은 -230,000bpd 감소해 5개월 최저치인 28.83백만 bpd를 기록했다.
부유(浮遊) 저장(=floating storage) 또한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Vortexa의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약 2억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이 유조선에 부유 저장 중으로, 이는 1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봉쇄와 제재에 따른 유통 차질의 결과다. 다만 Vortexa는 3월 6일 종료 주(week ended March 6) 기준으로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의 원유는 -21% 주간 감소해 88.80 million bbl이라고 보고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월 10일에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을 13.60백만 bpd로 상향 조정(이전 13.59백만 bpd)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을 96.00 쿼드릴리언 Btu로 상향(이전 95.37)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 원유 잉여량 추정치를 이달에 3.7백만 bpd로 일부 하향 조정했다(기존 3.815백만 bpd).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파급도 계속된 변수다. 제네바에서 열린 최근 미국 중재의 회담은 조기 종료 없이 결렬되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오래 끌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문제 해결 없이는 장기적 종전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제약을 지속시키며 공급에 대한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7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공장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 및 수출 능력을 저해했고, 11월 이후에는 발틱해에서 적어도 6척의 유조선이 공격받았다. 또한 미국 및 EU의 추가 제재는 러시아의 수출을 더욱 제약했다.
미국의 재고 및 생산·드릴링 지표도 참고할만하다. EIA가 발표한 2월 27일 기준 주간 데이터는 미국 원유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보다 -2.7%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4% 높았으며, 증류유(디젤 등) 재고는 -1.9% 낮았다. 같은 주의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변동 없이 13.696백만 bpd로 기록되었으며, 이는 11월 7일 기록된 사상 최고치 13.862백만 bpd에 근접한 수준이다.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3월 6일 종료 주 기준으로 미국 가동 중인 유정 수가 +4대 증가해 411대가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12월 19일 기록된 406대(4.25년 최저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 2.5년 사이 유정 수는 2022년 12월의 627대(5.5년 최고치)에서 크게 줄었다.
용어 설명(일반 독자를 위한 추가 정보)
RBOB는 휘발유 연료의 미국 내 거래되는 선물 규격 중 하나로, 휘발유 현물 시장 가격의 지표 역할을 한다. ‘부유 저장(floating storage)’은 유조선에 기름을 싣고 항해를 중단한 채 저장하는 방식으로, 제재·봉쇄나 수요 둔화로 인해 항구가 아닌 선박에 원유를 장기간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bpd’는 ‘barrels per day’의 약자로 하루 단위의 원유 생산·수송량을 의미한다.
시장 영향 분석 및 전망
단기(수일-수주): 트럼프 대통령의 ‘조만간 종전’ 발언과 G7의 비축유 방출 시사는 즉각적으로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며 가격을 급락시켰다. 실제 비축유 방출이 실행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공급 쇼크 우려가 일부 완화되어 가격 하락 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방출 규모와 참여국 범위, 시기 등에 따라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중기(수개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와 페르시안만 생산국의 6%가량 감산, UAE 등 주요 정유시설의 공격으로 인한 정제 능력 저하는 중기적으로 공급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의 상방 리스크를 유지한다. 또한 러시아와 이란의 원유가 부유 저장에 머물러 있고, 제재와 해상 공격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공급은 여전히 취약하다.
중장기(연간): OPEC+의 증산 계획과 미국의 생산·드릴링 활동(유정 수 변화), 글로벌 경기 및 에너지 수요 전망(IEA·EIA의 수치 수정) 등이 가격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만약 전쟁이 진정되고 주요 항로가 안정화되면 급격한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가격 밴드를 넓히는 요인이다.
정책 리스크: G7의 공동 방출, 제재 완화 여부(예: 러시아산 유류의 부유 저장 해제 허용 등), 또는 군사적 개입 여부는 단기간 내 유가의 큰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는 재고 지표, OPEC+ 회의 결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상태, 그리고 G7의 실제 조치 발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마무리: 2026년 3월 11일 현재 원유시장은 지정학적 위험(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제공조 가능성(G7 비축유), 그리고 공급구조 변화(부유 저장·OPEC+ 입장 변화)이라는 상반된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와 정책결정자는 공급 측 충격과 전략비축의 완화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원문 기사 저자 Rich Asplund는 기사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 보도에는 EIA, IEA, OPEC+, Vortexa, Baker Hughes, 미 국방부, G7 및 각국 정부 발표 등이 인용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