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아시아 경제 비상…통화 가치 급락·유가 급등에 직면하다

아시아·태평양 정책당국이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을 둘러싼 전쟁 여파로 촉발된 에너지 충격이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밀려오면서 통화 급락과 물가 상승 우려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6년 3월 30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원유의 약 80%를 수입하고 있어 공급 차질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J.P. Morgan의 상품(커머디티) 애널리스트들은 부족 현상이 4월과 5월을 거치며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에서는 이미 생활·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지프니(jeepney) 운전자들이 직면한 경유 가격은 세 배로 뛰었다. 베트남에서는 제트유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며, 한국의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스킨케어 제품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용 수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 전쟁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아시아 통화는 이미 취약한 상태에서 대규모 매도 압력을 받아 글로벌 하락폭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당국은 금리 인상, 외환보유액 활용, 또는 통화 방어 포기 중 고르기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달 들어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필리핀 페소는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로 내려갔고,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도 주요 저점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는 안전자산 수요 속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급등했으며, 원화·페소·태국 바트에 대해 4% 이상 상승했다. 반면 유로 대비 상승폭은 약 1.5% 수준에 그쳤다.

“핵심 문제는 아시아 통화들이 이번 사태 이전부터 이미 너무 약했다는 점이다.” —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Alicia Garcia Herrero(나틱시스, 홍콩)

“중앙은행에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경기 하강 속에서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없고, 이미 금리를 여러 차례 내렸기 때문이다.”

정책 선택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가 및 관련 상품 가격의 급등은 단순히 연료비 상승에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비료 등 제조업 전반의 원가를 밀어 올려 경기와 물가에 동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금리로 대응하면 단기적 금전 부담과 경기 둔화를, 연료 보조금으로 대응하면 재정 악화와 채권시장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 역시 강한 달러 매수세 앞에서 비용과 위험이 클 수 있다.

노무라(Nomura)의 아시아(일본 제외) 수석 이코노미스트 Sonal Varma “통화, 통화정책, 재정정책 등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거시변수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각국은 자국 여건에 맞는 트레이드오프를 선택해야 한다.”

각국의 대응 사례도 엇갈린다. 호주는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금리를 인상했다.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지침 공시, 통화 개입, 비정통적 수단을 동원해 유류 가격 상승과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3위 규모의 국민연금을 활용해 해지(헤지) 비율을 높여 원화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통화 방어를 위해 시장 구조를 바꾸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도는 은행의 외화 포지션을 상한으로 묶었고, 인도네시아는 단기 달러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단기 달러용 레포(Repo) 시장을 개설했다.

일본은 엔화의 거의 40년 만의 저점 근접에 대해 개입 위협을 재개했고, 필리핀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한동안 통화 개입을 자제해 페소가 기록적인 저점까지 떨어졌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최근 깜짝 정책회의를 열어 추가 조치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위기에 대응할 명확한 청사진은 없다. 환율의 본질적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고, 다만 바람을 약간 거슬러 치고 나갈 수 있을 뿐이다.” —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Fred Neumann(홍콩)

다행히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건전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3월 20일 기준 약 6,980억 달러(약 6,98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해 수입액의 11개월 이상의 커버리지를 갖추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각각 6개월 이상의 수입 커버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고강도 달러 매수세가 지속될 경우 직접 개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권고와 시장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분석가들은 기민함(민첩성)을 주문한다. HSBC의 Neumann는 “예정에 없던 회의를 갖고, 시장과 더 잦은 소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하며 정책 당국의 명확·정직한 평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지역이 불안정해지면 전 세계 원유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프니(jeepney)는 필리핀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개조된 소형버스를 말한다. 저소득층의 주요 이동수단인 만큼 연료비 상승은 서민 생활비에 즉각적 영향을 준다.

해지(hedging) 비율은 외환·금융 포지션에서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 등을 활용해 포지션을 상쇄하는 비율을 뜻한다. 국민연금처럼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해지 비율을 높이면 단기적 통화 변동성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레포(Repo) 시장은 금융기관이 단기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가증권을 담보로 맡기고 환매 조건으로 자금을 빌리는 시장이다. 외화를 대상으로 한 레포 시장 개설은 단기 달러 유동성 공급에 사용된다.

외환보유액의 수입커버(months of import cover)는 보유 외환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수입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3~6개월 이상이면 외부 쇼크에 대한 방어 능력이 양호하다고 본다.


전문가적 분석과 향후 전망

현재의 에너지 충격은 공급 차질이 단기간 내 완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할 전망이다. 유가 상승은 교역 조건을 악화시키는 한편, 석유·가스 수입 비중이 큰 국가의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통화 약세를 심화시키고 외환보유액 소진 압박을 키울 수 있다.

정책 대응은 세 가지 경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첫째, 고물가·원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단기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 둘째, 보조금 확대나 사회안전망 강화로 물가 충격을 흡수하면 재정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외환시장 개입은 일시적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강한 달러 수요가 지속될 때는 소진 위험이 있다.

중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과 함께 아시아 국가들의 대체 공급원 확보 노력, 에너지 효율화 및 재고 관리 강화가 필수적이다. 또한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중앙은행과 재무당국의 투명한 소통, 비상시 유동성 공급 수단의 확보 및 시장 안정 조치들의 선제적 설계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아시아 각국은 통화·금융·재정 정책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구조적 취약성(에너지 의존도, 수입구조, 취약한 통화)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통화방어와 물가관리 사이에서 힘든 선택을 반복할 수밖에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국가별 거시건전성 강화가 요구된다.

작성: Ankur Banerjee, Tom Westbrook / 로이터 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