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와 휘발유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5월물 WTI 원유 선물(티커: CLK26)은 전일 대비 +4.13달러(+3.67%) 상승했고, 5월물 RBOB(정제용) 휘발유 선물(RBK26)은 +0.0210달러(+0.63%) 올랐다. 이날 원유 가격은 근월물 기준 4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급등은 호르무즈 해협(Hormuz) 봉쇄와 이란-미국 간 군사 충돌 위험이 전 세계 원유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다.
2026년 4월 7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종료을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직후 원유 상승세가 가속화됐다. 또한 Axios는 미국이 오늘(현지 시각) 카르그 섬(Kharg Island)의 군사 표적을 타격했다고 보도했고, 이스라엘은 이란 측에 자국의 철도망 이용을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함께 이란은 페르시아 만(Persian Gulf) 전체에 걸쳐 공격을 지속해 평화 가능성을 어둡게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고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트럼프는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하지 않으면 오늘 밤 한 문명이 통째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세 확대에 대응해 페르시아 만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제한되고 있으며, 페르시아 만 산유국들은 저장시설 포화로 생산을 약 6%가량 감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고로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적으로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20%)을 운송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동 전선과 국제 공조 동향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 등 동맹국을 도와 무력으로 호르무즈를 개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에 그러한 행동을 승인하는 결의안 채택을 로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9개국에 걸쳐 40여 개의 에너지 시설이 “심각하게 혹은 매우 심각하게” 손상돼 장기간 수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IEA는 전쟁이 몇 주 내에 종료되더라도 호르무즈를 통한 정상적 유량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정학적 확산 우려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유가 상승을 지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에 킹 파드 공군기지(King Fahd Air Base) 사용을 허용했으며, UAE는 이란 국적자의 입국 및 통과를 금지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해 인접국의 표적을 타격하며 주변국의 불만을 증대시키고 있다.
시장·산업 영향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는 아시아향 주요 유종의 5월 인도분 가격을 배럴당 17달러 인상해 사상 최대 폭의 인상을 단행했다. 이 같은 프리미엄 인상은 아시아 수입국들의 원유 조달 비용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공급·수요·재고 지표와 시장 요인
반면 몇몇 요소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OPEC+는 일요일에 5월분 원유 생산을 하루평균 206,000배럴(bpd)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인해 실제로는 생산을 감축하고 있어 이 증산 계획은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에 시행한 220만배럴(bpd)의 감산을 복원하려고 했으나, 아직 82만7,000배럴(bpd)을 남겨두고 있다. OPEC의 3월 원유 생산은 전월 대비 -7.56백만배럴(bpd) 감소해 35년 만에 최저치인 2,205만배럴(bpd)를 기록했다.
또 다른 약세 요인은 해상 부유 저장(floating storage)의 증가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Vortexa에 따르면,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약 2억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이 현재 유조선의 부유 저장 상태로 존재하며, 이는 1년 전보다 40%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는 러시아·이란산 원유에 대한 봉쇄와 제재의 결과다. 다만 Vortexa는 4월 3일 종료 주간에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주간 기준 -3.9% 줄어 130.25 million bbl이 되었음을 보고했다.
미국 에너지 지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최근 보고서(3월 27일 기준)는 (1)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1.4% 높고, (2) 휘발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4.2% 높으며, (3) 증류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2.2% 낮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 생산은 13.657 million bpd로 전주와 동일하며, 이는 11월 7일 기록한 13.862 million bpd의 사상 최고치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추 활동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4월 3일 종료 주간의 미국 가동 중인 석유 시추 rig 수가 전주 대비 +2대 증가한 411대라고 보고했다. 이는 2024년 12월 19일의 4.25년 최저치인 406대보다 소폭 높은 수치다. 참고로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의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5.5년 최고치 627대에서 급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최근 제네바에서 개최된 미중재 회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시도였으나 조기 종료됐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끌어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가 미해결 상태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영토 요구를 관철하지 않는 한 장기적 합의의 전망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쟁의 장기화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제한을 유지시키는 요인이며, 이는 유가에 대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8개월 동안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소를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정제 및 수출 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또한 지난 1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는 발틱해에서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최소 6척 이상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새로운 제재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더욱 억제하고 있다.
전문적 해석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지배적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에 강한 상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페르시아 만의 에너지 인프라 추가 손상, 중동 주변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 등은 공급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여 즉각적인 가격 상승을 촉발한다. 이와 반대로 부유 저장 증가와 일부 재고 지표(미국 원유·휘발유 재고의 계절적 여유)는 가격 상방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다음 변수들이 유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동 전쟁의 확산 및 종료 시점이다. 갈등이 수주 내에 해소되지 않으면 신뢰 회복과 물류 정상화에 몇 주에서 몇 달이 소요돼 유가의 기조적 상승을 촉진할 것이다. 둘째, OPEC+의 정책 대응 능력이다. OPEC+가 계획한 증산(206,000 bpd)이 실현되지 않으면 시장의 공급 공백이 실질적 압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수요 측면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 시 석유수요가 약화되어 가격 급등을 제한할 수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
원유·정제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연료비와 물류비 상승을 통해 소비자 물가와 기업 생산비에 반영된다. 특히 아시아·유럽의 수입국들은 아람코의 아시아향 가격 인상(배럴당 17달러)이 단기 수입단가를 끌어올려 연말까지 대외무역수지와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운송·항공·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은 이익률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주시할 것이며, 이는 통화정책의 추가 정상화(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다.
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은 오만만과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이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정제된 휘발유 선물 거래 종목이다. 부유 저장(floating storage)은 유조선에 원유를 장기간 적재해 두는 것으로, 지상 탱크가 포화되거나 제재·운송 차질 시 증가한다. bpd는 ‘barrels per day(배럴/일)’의 약어로 원유 생산·수송 단위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이다.
투자자·정책 입안자에 대한 시사점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한 포지셔닝을 재점검해야 한다. 원유 선물 및 관련 정제·운송 섹터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위험 관리 전략(헤지, 포지션 축소, 유동성 확보 등)이 요구된다. 정책 당국과 중앙은행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소비자 물가 전반으로 확산되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필요 시 재정·통화정책 수단을 조정할 준비가 필요하다.
추가 고지
해당 보도 시점에 원문 기사 작성자 Rich Asplund는 본 기사에 언급된 증권들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 보유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본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제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