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 엔진이 3월에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에서 발발한 이란 관련 분쟁이 에너지 충격을 촉발하고 과거 걸프 전쟁 당시의 시장 불안을 되살리면서,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주도한 수출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 4월 1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의 3월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될 전망이다. 이는 1~2월에 기록한 21.8%의 급격한 성장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다.
3월은 AI 붐으로 촉발된 반도체와 서버 수요가 이끌던 수출 열기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세계 석유·가스 흐름의 약 20%) 차단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충격과 맞붙는 첫 본격적인 시험대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천연가스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해상 수로라는 점에서, 이 해협의 봉쇄 또는 교란은 연료 및 운송비 상승을 통해 수입국가의 실질 구매력을 저하시키는 경로로 작용한다.
2026년 초 중국의 대외 수출은 AI 관련 기술 수출의 힘을 받아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이러한 흐름은 작년 사상 최대 기록인 무역흑자 1.2조 달러(약 1.2조 USD)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란 사태는 해당 궤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 반응과 전문가 분석
전문가와 시장 참가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수입국의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과, AI 수요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HSBC의 프레드 뉴먼(Fred Neumann)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료 및 운송비 상승이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나, 구매자들이 비용 절감 옵션을 찾으면서 중국 제조업체가 오히려 이득을 볼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수십 년간의 원자재 비축이 공장 출하 가격에 미치는 원자재 충격을 일부 완화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에 포함된 기관별 전망은 큰 차이를 보였다. 미즈호증권(Mizuho Securities)은 24%의 증가를, 맥쿼리그룹(Macquarie Group)은 17% 증가를 각각 전망했다. 반면 씨티그룹(Citigroup)은 겨우 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전망치가 분산된 것은 높은 기저효과와 2025년 4월 미국의 관세 부과(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일(Liberation Day)’ 관세 마감일 전 출하 급증)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수입 및 교역수지 전망
같은 조사에서 중국의 3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1.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1~2월의 19.8% 증가에서 둔화된 수치다. 또한 중국의 무역수지는 3월에 108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1~2월 합계의 2140억 달러에 비해 상당한 축소다.
지역별 신호
중국 수요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3월에 62.4%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출하가 151.4% 급증했는데, 이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서버 수요의 강세가 반영된 결과다.
제조업 및 가격 경로
3월 중국의 제조업 활동 지표는 수출이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이란 전쟁은 투자자 심리와 업계의 체감 비용을 악화시켰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제조업체들의 투입비용을 상승시키며 공장 출하가격(Factory gate price)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비축 물량과 중국 내 가격 경쟁력은 일부 비용 증폭을 완화할 수 있다.
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과 AI 수요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천연가스 수송의 약 20%가 통과한다. 이 해협의 운항 차질은 국제 유가를 단기적으로 급등시킬 수 있으며, 연료와 운송비 상승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AI 수요’는 대규모 언어모델과 고성능 컴퓨팅을 운영하기 위한 고성능 반도체(특히 메모리와 GPU)와 서버 장비의 수요를 의미한다. 이러한 품목은 높은 단가와 집중된 공급망 구조를 가지므로 특정 기간 동안 수출을 크게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영향과 시나리오 분석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중국 수출 성장률의 속도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구매국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면 중간재와 소비재 수요가 감소할 수 있으며, 운송비 상승은 마진을 압박해 가격경쟁력을 일부 훼손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세 가지 경로로 영향이 갈릴 수 있다.
첫째, AI 관련 고부가가치 품목의 지속적 수요가 유지될 경우 해당 품목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유지되어 전체 수출 감소폭을 제한할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되어 글로벌 수요 침체가 깊어지면 중국 제조업 전반의 수요 둔화로 수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셋째, 구매자들이 비용 절감과 공급선 다변화를 추구하면 중국의 가격경쟁력은 일부 수혜를 입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경로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정책 대응(예: 환율·수출입 규제·보조금 정책)과 국제 정세 전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정치 외교적 변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중국 방문이 5월로 예정되어 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농산물 및 항공기 부품 등에서의 교역 성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로이터는 이번 방문이 대만 문제 등 심층적 전략 갈등을 완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외교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으면 무역·투자 심리의 구조적 회복은 제한될 수 있다.
결론
로이터 조사 결과는 2026년 3월 중국 수출이 AI 수요로 촉발된 초과 성장 국면에서 벗어나,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반영해 둔화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향후 수출 경로는 에너지 가격 흐름, 글로벌 수요 회복 속도, 그리고 AI 관련 고부가가치 품목의 지속성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정책 당국과 기업들은 단기적 비용 상승을 관리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와 공급망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