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은 이란 전쟁이 에너지 공급에 미칠 영향과 세계 경제의 장기적 파급에 대해 냉정한 경고를 던졌다.
2026년 3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S&P 글로벌이 주최한 연례 행사인 CERAWeek에 참석한 세계 주요 석유·가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이번 전쟁으로 인한 원유·가스 공급 차질의 규모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CEO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와 유럽이 연료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갈등이 종식되더라도 각국이 비축량을 재축적하는 과정에서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코필립스(ConocoPhillips) CEO 라이언 랜스(Ryan Lance)는 “하루 800만~1,000만 배럴의 원유와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약 20% 물량을 무대에서 제거하는 것은 중대한 파급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uwait Petroleum Corporation) CEO 셰이크 나와프 알-사바(Sheikh Nawaf al-Sabah)는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를 근거로 이란이 중동 산유국들에 대해 사실상 경제적 봉쇄를 가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 사태는 걸프 지역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는 공격”이라며 전쟁의 파급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쟁의 비용은 지리적 경계에 머물지 않는다. 공급망을 통해 전 세계로 확장된다.” ― 셰이크 나와프 알-사바
독립분석가 폴 생키(Paul Sankey·Sankey Research)는 이번 오일 쇼크가 1973년 아랍의 석유금수 조치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1973년 이후로 이와 같은 사태를 본 적이 없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미국 행정부와의 온도차
관리들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산업계와 변동성 높은 유가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노력과 대비된다. 에너지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시장이 ‘단기적 혼란 기간’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치 있는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계는 자국 기업 자산에 대한 공격 위험과 투자 노출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랜스 CEO는 카타르의 세계 최대 LNG 허브가 드론 공격으로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에 처했다고 지적하면서, 콘코필립스가 그 설비에 수억 달러를 투자한 주요 주주임을 밝히며 미국 정부에 자국 자산 보호를 위한 군사적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비필수 인력을 대피시키는 등 지난 몇 주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유가·석유 흐름의 물리적 제약
이번 주 유가는 전쟁 종식 기대와 긴장 재확산에 따라 큰 변동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발전소에 대한 폭격 위협에서 물러나며 일시적 완화가 있었으나,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보도 시점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2월 28일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49% 급등한 배럴당 $99.64, 국제 기준 브렌트(Brent)는 55% 이상 상승해 배럴당 $112.57에 달했다.
셸(Shell) CEO 와엘 사완(Wael Sawan)은 “가격 논의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물리적 흐름”이라며 전력·연료의 실제 분배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쉐브런(Chevron) CEO 마이크 워스(Mike Wirth)도 선물시장의 가격이 상황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은 희박한 정보와 인식(perception)에 따라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라는 물리적 현상이 전 세계 시스템을 통해 퍼지고 있는데 이는 선물곡선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쿠웨이트 CEO 알-사바는 걸프 아랍 산유국들이 유정(油井)을 가동 중단했기 때문에 완전한 생산 복구에는 3~4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코필립스의 랜스는 “유가의 바닥(플로어)은 올라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단기적으로 예전 수준으로의 하락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 CEO 패트릭 푸야네(Patrick Pouyanné)는 항공유와 디젤, 휘발유 등 정유 제품 시장의 충격을 강조했다. 그는 항공유가 배럴당 약 $200, 디젤이 배럴당 약 $160 상승했다고 전하며, 중국의 정유제품 수출 금지와 태국의 휘발유 배급 사례를 언급했다. 푸야네는 “고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시작되고 있으며, 갈등의 지속 기간에 따라 매우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압박
세계 최대 LNG 수출업체 중 하나인 체니어(Cheniere)의 잭 푸스코(Jack Fusco) CEO는 특히 아시아가 카타르산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수요 충족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최대 생산 상태로 가동 중이며, 걸프 연안에서 아시아로 배송하는 데는 약 28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다음은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요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Gulf)에서 오만해로 통하는 좁은 해협으로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이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냉각해 부피를 줄인 것으로, 장거리 해상 운송에 적합하다.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항공유, 디젤, 휘발유 등은 정유시설의 가동 상황과 밀접히 연동된다.
안보·경제적 파급과 향후 전망
전문가들과 업계 CEO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단기·중기적 영향이 예상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정제 마진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원유 유통 경로의 물리적 차질과 항만·정유시설의 가동 중단은 제품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각국의 비축유(stockpile) 재축적 수요가 더해지며 유가 상승 압력을 증폭시킨다. 둘째, 항공유·디젤·휘발유 등 정유 제품의 공급 부족은 물류·운송비 상승 및 제조업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우려가 있다. 셋째, 걸프 산유국들의 생산 정상화에 3~4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은 단기 충격이 계절적 수요와 맞물려 여러 분기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폴 생키가 경고한 바와 같이, 이 사태는 걸프 아랍국들의 경제 모델을 흔들 수 있다. 이라크·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연간 GDP의 30% 가량 연율 기준 하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됐다. 이는 지역 금융시장·재정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군사적·해운 보호의 한계
짐 매티스(Gen. Jim Mattis) 전 미 국방장관은 미 해군이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오만해까지 이어지는 해상로를 완벽히 보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공격 가능한 해상 구간이 수백 마일에 이르기 때문에 미군이 전 구간을 상시 보호하려면 상당한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티스는 미 군사행동과 이란의 전면전 간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갈등 종결은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책적 시사점
정부와 기업은 단기적 충격 대응과 중장기적 에너지 안보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략적 비축유의 재구성, 대체 공급선 다변화, 정유·LNG 인프라의 리스크 관리 및 보험·헤지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국제사회 차원의 항로 안전 보장과 외교적 해법 모색이 병행되어야 시장 불안 완화와 경제적 손실 최소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 보도에는 CNBC의 기자 Pippa Stevens와 Brian Sullivan의 취재 기여가 포함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