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쟁, 중국 디플레이션을 ‘나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시킬 우려

중국 경제가 오랜 디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가운데, 이란 전쟁(중동 분쟁)의 확산은 비용 상승에 따른 ‘나쁜 인플레이션(bad inflation)’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 3월 20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전문가들은 만성적 소비 부진외부 수요 약화로 인해 중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충격을 흡수할 완충 여력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보도는 케빈 야오(Kevin Yao)와 량핑 가오(Liangping Gao)가 작성했다.

중국은 전략 비축유, 다각화된 에너지 믹스, 엄격하게 규제된 에너지 시장으로 다른 선진국 대비 상당한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침체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중국과 서방 간 상황이 엇갈린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이 큰 중국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경우 공장 출하시격(생산자물가지수, PPI)과 기업 마진을 통해 고용과 임금에 압박을 줄 수 있다.

생산자물가지수 변동 전망

Gavekal Dragonomics와 Soochow Securities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현재 -0.9%인 생산자물가지수가 0.4%포인트 오를 수 있다.

실제 브렌트유(Brent) 가격은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45% 상승했다.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 공급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공장 출하시격(PPI)은 3년 만

“긍정적 인플레이션과 부정적 인플레이션이 있다. 순수한 비용 상승(cost-push) 인플레이션은 원하지 않는 현상으로, 기업 이익을 압박할 수 있다.”스황 딩(Shuang Ding),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원자재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우회하는 가운데 에너지뿐 아니라 다른 원재료까지 비용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이 상황은 이미 약한 마진 구조에 있는 제조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약 제조업체의 4분의 1이 이미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흡수와 가계 소득 둔화

보다 높은 에너지·원자재 가격은 일자리와 임금을 더 압박해 소비 수요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유가가 10% 오를 때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단지 0.1~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은 기업들이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가격 전가(power to pass on costs)가 제한적이어서 마진을 축소해 비용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격렬한 경쟁과 제한된 가격 전가력으로 인해 기업들은 더 높은 투입비용을 가격에 전가하기보다 마진을 통해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미셸 람(Michelle Lam), 소시에테 제네랄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인당 가처분소득은 5% 증가중국 직원의 51%가 지난해 임금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이는 아시아 평균 36%보다 높은 수준이다. 설문 응답자의 10%는 임금 삭감을 경험했다. 설문 응답자 절반은 올해 임금이 동결되거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며, 청년(유스) 실업률은 약 16%로 나타났다.

현장 사례로, 3월 중순 베이징의 한 취업 박람회에서 마케팅·테크 컨설팅 직종을 찾던 25세 저스틴 장(Justin Zhang)은 온라인으로 700~800건을 지원했으나 단 한 건의 제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공허로 사라진 느낌”이라며 “정말 어렵다”고 전했다.

대외 수요 충격 가능성

중국은 아시아나 유럽에 비해 에너지 충격으로부터 비교적 잘 방어되는 편이지만, 올해 4.5%~5%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계획에 없던 대규모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 한 강한 글로벌 경기가 필요하다. 2025년 중국의 성장은 상당 부분 무역에 의해 지탱됐고, 무역 흑자는 20% 증가해 사상 최대인 1.2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네덜란드 전체 경제 규모에 견줄 만한 수준이다.

“이란 분쟁이 중국에 주는 주요 위협은 전 세계 소비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중국 수출에 명백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의 투자를 약화시키고 소비의 둔화를 더욱 강화할 것”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Alicia Garcia-Herrero), 나틱시스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르시아-헤레로는 모델 결과를 인용해 유가가 25% 상승하면 중국 GDP 성장률은 약 0.5%포인트 깎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에너지 충격은 서방의 생산 기반을 약화시켜, 중국 수출업체가 베네수엘라·이란·러시아 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유에 접근할 수 있게 해 경쟁력을 유지한 면도 있다고 보도는 전했다. 현재 이 중 러시아산 원유만이 안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보장된 상태다.

경쟁력의 다른 요인

HSBC의 프레드 노이만(Fred Neumann)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전기차 보급률,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높은 생산 능력이 글로벌 경쟁력에 추가적인 버팀목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수출 점유율을 확보하더라도 전반적인 외부 수요 둔화로 성장에는 지속적 역풍이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최신 5개년 계획은 분명히 소비가 아니라 산업·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 분쟁이 외부 수요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계산식의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용어 설명 및 맥락

생산자물가지수(PPI): 기업이 공장에서 제품을 출하할 때의 가격 지표로,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PPI가 오르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해 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달리 소비자에게 직접 전가되지 않을 경우 기업 마진을 압박한다.

비용 충격(cost-push shock): 원자재·에너지 등 생산요소 비용의 급등으로 인해 전체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서 수요가 동반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을 ‘나쁜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세계 원유 해상 운송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이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은 유가 변동성의 주요 원인이 된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기침체(성장 정체 혹은 후퇴)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적 경제문제다. 정책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경제적·정책적 시사점과 향후 전망

첫째,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은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을 증대시키며 PPI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 보도의 수치(브렌트유 45% 상승, PPI -0.9%에서 10% 유가 상승시 +0.4%포인트 등)를 결합하면, 유가의 급등은 공장 출하시격의 플러스 전환과 기업 마진의 추가 축소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기업이 가격 전가에 한계가 있는 환경에서는 임금과 고용이 취약해진다. 이미 임금 인상이 정체된 상황(2025년 1인당 가처분소득 +5%, Hays 설문: 51% 임금 미인상, 청년 실업률 16%)을 감안하면 소비 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책당국은 성장을 방어하기 위해 구조적·장기적 소득 보강(예: 가계 소득을 높이는 재정정책)을 고려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셋째, 대외 수요 약화는 중국의 무역 초과분(2025년 1.2조 달러)을 줄이고 성장률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모델 추정치(유가 25% 상승 시 GDP -0.5%포인트)는 글로벌 수요 둔화가 중국 경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중국 당국이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향으로 소득 및 사회보장 정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공급 주도 성장 전략만으로는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 HSBC의 노이만 분석처럼 산업·기술 기반의 경쟁력이 유지되더라도 외부 수요의 동반 약화는 성장에 지속적 역풍이 된다.

마지막으로 정책 선택지는 크게 두 갈래다: (1) 즉각적 경기부양(단기적 재정·통화 완화)으로 성장률 방어에 나서는 방법, (2) 가계 소득 기반을 강화해 소비를 회복하고 구조적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장기적이고 비용이 큰 과제로, 관련 이해관계 조정과 재정적 여력이 필요하다.

결론

이란 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원자재 가격 충격은 중국의 오랜 디플레이션을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이는 ‘좋은’ 수요 기반의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기업 마진과 고용을 압박하는 ‘나쁜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 당국은 단기적 충격 흡수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가계 소득과 소비를 회복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성장 경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