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휘발유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4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클릭 심볼 CLJ26)은 목요일 종가 기준 배럴당 +6.35달러(+8.51%) 상승했고, 4월 인도분 RBOB 휘발유 선물(RBJ26)은 종가 기준 배럴당 +0.1560달러(+6.20%) 상승했다. 이번 상승은 근월물 원유가 지난 19.5개월 최고를 기록했고, 휘발유는 약 1.75년 만의 고점을 경신한 결과다.
2026년 3월 5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중동에서 발발한 분쟁이 목요일로 접어들며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아 유가를 밀어올렸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페르시안만(Persian Gulf)에서 출항하는 대부분의 에너지 선적이 중단됐다. 중국은 같은 날 자국 최대 정유사에 대해 디젤과 휘발유 수출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글로벌 연료 공급을 더욱 타이트하게 만들어 연료가격 상승 압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의 파장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처리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해협의 봉쇄는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수출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 결과 원유를 저장 탱크에 쌓아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선박에 대해 해협 통항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면서 “선박은 미사일이나 불법(rogue) 드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박은 미사일이나 불법 드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경고문
탱크 저장고의 포화도 현실화되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Kayrros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정유단지인 라스 타누라(Ras Tanura) 정유공장의 탱크 6개 중 4개가 이미 가득 찼으며, 동부 연안의 주아이마(Ju’aymah) 터미널은 예비 용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운항이 6주 동안 전면 중단될 경우를 가정해 실시간 원유 리스크 프리미엄을 배럴당 18달러로 추정했다.
지역 인프라 피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석유거래 허브인 푸자이라(Fujairah)에서는 인터셉트된 이란 드론의 영향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이는 중동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원유 저장시설 중 하나에 큰 피해를 입혔다. 또한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정유시설인 라스 타우라(Ras Taura)가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 정유시설은 하루 55만 배럴(bpd)의 원유를 정제한다.
증가하는 공급 요인과 하방 압력
한편 시장을 누르는 요인도 존재한다. OPEC+는 4월에 원유 생산을 하루 206,000배럴 증산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시장 추정치(137,000배럴)를 상회한 것이다. OPEC+는 2024년 초 도입한 220만 배럴의 감산분을 점진적으로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약 100만 배럴의 여력이 남아 있다. OPEC의 1월 원유 생산은 전월 대비 -230,000배럴 감소해 5개월 만에 최저치인 28.83백만 배럴/일을 기록했다.
또한 원유의 선상 저장(floating storage) 증가가 가격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Vortexa는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약 2억9천만 배럴(290 million bbl)이 현재 유조선에 선상 저장 중이며,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2월 27일로 끝난 주에는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주간 기준 +20% 증가해 105.48백만 배럴에 달했다.
기타 공급·수요 지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증가도 공급 측면에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로이터는 2월 9일 보도에서 베네수엘라의 1월 원유 수출이 49.8만 배럴/일에서 80만 배럴/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전월의 13.59백만 배럴/일에서 13.60백만 배럴/일로 소폭 상향 조정했으며,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도 95.37쿼드릴리언(BTU)에서 96.00쿼드릴리언(BTU)으로 상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과잉분을 전월의 3.815백만 배럴/일에서 3.7백만 배럴/일로 소폭 축소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러·우 전쟁의 지속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재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팅은 조기 종료됐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장기적 종전 합의의 기대를 낮추고 있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러시아의 정유·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발트해에서는 11월 말 이후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과 미사일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미국과 EU의 새로운 대(對)러시아 제재도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미국 재고·생산 및 시추 동향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2월 27일 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1)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계절조정) 대비 -2.7% 낮고, (2) 휘발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4.4% 높으며, (3) 증류유(디젤 등)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1.9% 낮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변동 없이 13.696백만 배럴/일로 여전히 기록치인 13.862백만 배럴/일(지난해 11월 7일 주)에 근접해 있다.
시추활동 측면에서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가 발표한 주간 집계에서 2월 27일 종료 주 기준 미국의 활동 중인 유정(오일 리그) 수가 -2개 감소한 409기로 집계됐다. 이는 4.25년 내 최저치인 406기(2025년 12월 19일 주)에 근접한 수준이며, 2022년 12월의 627기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급감한 수치다.
시장에 미칠 향후 영향과 시나리오 분석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지속과 중동 인프라 손상으로 인한 공급 차질이 국제유가와 정제유 가격을 상방 압력으로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의 배럴당 18달러 리스크 프리미엄 추정은 해협 통항이 6주 이상 전면 중단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실제 분쟁 확산 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폭은 이보다 커질 수 있다. 반면 OPEC+의 증산 결정과 베네수엘라 등 비(非)중동 산유국의 수출 증가는 중기적으로는 가격을 일부 진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연료 가격의 상승은 정제마진 확대, 운송비 증가, 그리고 최종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어 각국 통화정책과 재정 운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정제 설비 가동률 회복과 재고 축적이 선결 과제가 되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선물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보험·운송비 상승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적 시사점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시장 심리와 리스크 프리미엄을 통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은 단기적 충격과 중기적 공급 조정 요인을 동시에 감안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비비축(Strategic Petroleum Reserves) 운용, 정제설비·물류 인프라 복구 지원, 운송로의 다변화와 같은 구조적 대응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부록: 주요 데이터·발표 정리
• 4월 WTI(CLJ26) 종가: +6.35달러(+8.51%) 상승. 4월 RBOB(RBJ26) 종가: +0.1560달러(+6.20%) 상승.
• 골드만삭스 리스크 프리미엄 추정: 배럴당 18달러(호르무즈 6주 전면 중단 가정).
• OPEC+ 4월 증산: +206,000배럴/일(시장 예상 137,000배럴/일 상회).
• OPEC 1월 생산: 28.83백만 배럴/일(전월 대비 -230,000배럴).
• Vortexa 선상 저장: 러·이란산 약 290 million bbl(전년비 +50% 이상), 7일 이상 정체 선박 저장량 105.48 million bbl(2월 27일 종료 주 기준, w/w +20%).
• 베네수엘라 수출: 1월 800,000배럴/일(12월 498,000배럴/일에서 증가).
• EIA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 13.60백만 배럴/일(전월 13.59에서 상향). EIA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 96.00 quads(전월 95.37에서 상향).
• IEA 2026년 글로벌 과잉 전망: 3.7백만 배럴/일(전월 3.815에서 하향).
• 미국 재고(2월 27일 기준): 원유 -2.7% vs 5년 평균, 휘발유 +4.4% vs 5년 평균, 증류유 -1.9% vs 5년 평균.
• 미국 생산(2월 27일 주): 13.696백만 배럴/일(주간 변동 없음).
• 미국 리그 수: 409기(2월 27일 주,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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