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최고 35%까지 폭등했다. 이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중동의 핵심 가스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아 장기 수리·복구가 필요한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격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장기적 피해와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에너지 업계의 최악의 우려를 현실화했다.
2026년 3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개시에 따라 발생한 일련의 공격 가운데 하나로, 중동 지역의 주요 에너지 설비들이 표적이 됐다. 로이터 통신의 마하 엘 다한(Maha El Dahan), 앤드류 밀스(Andrew Mills), 유세프 사바(Yousef Saba) 기자의 취재에 기반한 보도이다.
“우리는 이제 종말론적 가스 위기 시나리오로 접어들고 있다”고 MST 파이낸셜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숄 카보닉(Saul Kavonic)은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LNG(액화천연가스) 공급 차질은 몇 달, 심지어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공격의 구체적 사건으로, 이란은 목요일 카타르의 라스 라판(Ras Laffan) 액화천연가스(LNG) 단지를 타격했다. 라스 라판은 세계에서 가장 큰 LNG 단지로 알려져 있다. 이 공격은 하루 전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규모 가스 단지인 사우스 파스(South Pars) 시설을 공격한 데 따른 보복 성격을 띤 것으로 전해졌다.
라스 라판에 대한 타격으로 2개의 LNG 트레인(trains)이 파괴되었으며, 이로 인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 수출량이 약 17%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는 이 손실이 3년에서 5년가량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타르의 국영 가스회사인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CEO 사드 알-카비(Saad al-Kaabi)는 로이터에 “라마단 기간에 형제 무슬림 국가로부터 이처럼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벨기에, 중국, 이탈리아, 한국과의 장기 계약에 대해 포스 마주어(force majeure)를 선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충격으로 유럽의 가스 가격은 목요일에 최대 35%까지 급등했고, 국제 유가는 한때 10%까지 급등했다가 일부 상승분을 되돌렸다.
급격한 충돌 확산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사우스 파스 공격과 라스 라판에 대한 보복 타격이 충돌의 급격한 고조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공중공격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을 겨냥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가스시설 가동을 중단하도록 강제되었으며, 쿠웨이트의 두 정유시설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 최신의 고조는 시장에 중요한 전환점처럼 느껴진다”고 싱가포르 삭소(Saxo) 투자 전략 책임자 차루 차나나(Charu Chanana)는 말했다. 그는 이번 충돌이 더 이상 단지 군사 관련 헤드라인이나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배관을 직접 타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의 동시 위험(스태그플레이션)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액화천연가스(LNG)는 천연가스를 극저온 상태로 냉각해 부피를 줄인 형태로, 해상 수송이 가능해진 형태이다. “트레인”(train)은 LNG 생산 시설에서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일련의 공정 단위를 가리키며, 하나의 단지에 여러 트레인이 가동될 수 있다. 사우스 파스(South Pars)는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으로, 양국의 주요 천연가스 생산 기지이다. 라스 라판(Ras Laffan)은 카타르 북동부에 위치한 대형 LNG 수출 단지로, 전 세계 액화가스 수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유럽중앙은행(ECB)은 목요일 이번 이란 전쟁이 단기 인플레이션에 “실질적 영향(material impact)”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영향의 크기와 기간은 충돌의 강도와 지속성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은 향후 1년 내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약 4%까지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며, 다시 ECB의 목표치인 2%로 돌아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ECB가 연내 2~3회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4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경험을 반영해 전쟁으로 인한 추가 인플레이션 급등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장의 베팅이다.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연준의 금리 방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지표로서 거의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지난해 연준이 단행한 세 차례의 금리 인하분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관계자는 목요일 연말까지 유지되는 상황에서 유가가 10% 오를 때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약 40베이시스포인트(bp) 상승하고 경제산출량이 0.1%~0.2%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및 네덜란드는 석유·가스 시설에 대한 즉각적인 공격 중단을 촉구하며 생산국들과 협력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정치적 발언과 추가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에 대해 카타르의 LNG 시설을 다시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만약 재차 공격할 경우 “사우스 파스 가스전 전체를 대대적으로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됐다. 사우스 파스는 카타르와 이란이 공유하는 세계 최대의 가스전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벤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화 통화에서 추가적인 이란의 에너지 시설 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차관인 압바스 아락치(Abbas Araqchi)는 X(구 트위터)에 “다시 공격받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자제도 보이지 않을 것(Zero restraint)“이라고 반응했다.
지역별 피해와 사건
유럽의 가스 가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공격을 개시하기 전인 2월 말 이후 두 배로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항구인 얀부(Yanbu)에서 아람코-엑손 합작 정유공장(SAMREF) 인근에 드론이 떨어지면서 목요일 원유 선적이 잠시 차질을 빚었다고 두 명의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이 항구는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골(灣) 밖 탱커 통항을 차단한 이후 사우디의 유일한 수출 창구이다.
또한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쿠웨이트 페트롤리엄(Kuwait Petroleum Corp)의 미나 알-아흐마디(Mina al-Ahmadi)와 미나 압둘라(Mina Abdullah) 정유소도 목요일 드론 공격을 받아 두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국영 통신이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목요일 일찍 미사일을 요격한 뒤 하브샨(Habshan) 가스 시설을 폐쇄했다. 아부다비 미디어 오피스는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UAE 당국은 요격 미사일 파편으로 인한 낙하물로 바브(Bab) 유전 일부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평가 및 전망
이번 일련의 공격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설비를 직접적으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투자자·정책입안자들에게 중대한 우려를 야기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가스·유가의 급격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럽 등 에너지를 많이 수입하는 지역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중앙은행들은 에너지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할 유인이 커졌으며, 이는 향후 수개월간 경기 둔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공급 차질의 복구에는 물리적 복구와 안전 점검, 보험·계약 재조정 등이 필요해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카타르에서의 트레인 손실이나 사우스 파스의 생산 차질은 LNG 장기공급 계약과 해상 물류에 구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IMF의 추정과 전문가 진단을 종합하면 유가·가스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주요 국가들이 에너지 시설 보호를 위한 국제적 합의나 즉각적 시장안정화 조치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전략비축유(SPR) 및 가스 비축의 활용, 추가적인 외교적 긴장 완화 시도, 그리고 민간·공공 차원의 에너지 다각화와 대체 공급선 확보 노력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