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출 재개 전망에 국제 유가 상승폭 반납

WTI 원유 8월물 가격이 장 초반 강세를 반납하며 보합권에서 등락했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02달러(0.03%) 오른 배럴당 82.31달러 안팎을 기록했고, 8월물 RBOB(개솔린 선물)는 0.0114달러(-0.53%) 내린 갤런당 2.1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2025년 7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강세를 이끌었던 요인은 달러화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신규 제재였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가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석유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급 불균형 완화 기대가 부각됐고, 유가는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쿠르드 지역 파이프라인 재가동 관측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터키 지중해 제이한(Ceyhan) 항으로 이어지는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은 2023년 3월 이후 가동이 중단돼 왔다. 이라크 석유부가 이날 승인한 계획에 따르면 수출이 재개될 경우 하루 23만 배럴(bpd)이 시장에 추가 공급될 전망이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생산국으로, 자국 내 추가 물량이 국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작지 않다.

EU,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 확대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20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망 SWIFT에서 추가 차단하고, ‘그늘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회피용 선박 105척을 제재 목록에 올렸다. 이로써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또한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Rosneft)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최대급 정유시설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러한 조치는 글로벌 공급 차질 우려를 자극해 단기적으로 유가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 주택·소비 지표 호조
같은 날 발표된 미국 6월 주택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천 호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130만 호)를 넘어섰다. 건축허가 역시 0.2% 증가한 139만7천 호로 예상치(-0.5%)를 상회했다. 여기에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61.8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견조한 내수 경기가 에너지 수요를 뒷받침한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OPEC+ 증산 기조와 잠정적 ‘멈춤’ 논의
OPEC+는 7월 5일 회의에서 8월 54만8천 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이는 애초 전망(41만1천 bpd)을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필요시 같은 폭의 추가 증산을 시사하며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쿼터 초과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반면 블룸버그 통신은 카르텔이 재고 누증과 수요 둔화를 우려해 10월부터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쌓이고 있다며 2025년 4분기에는 소비 대비 1.5%의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고·선박 지표
조선·해운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일 이상 머물러 있는 부유식 원유 재고는 7월 11일 주간 7803만 배럴로 전주 대비 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 재고가 385만9천 배럴 줄어 3주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휘발유 재고와 중간유 재고는 각각 339만9천 배럴, 417만3천 배럴 증가했다. 미국 주간 원유 생산량은 1337만5천 bpd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bpd, 2024년 12월 6일 주간)보다 소폭 낮았다.

리그 가동 현황
베이커휴스 집계에 의하면 7월 11일로 끝난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는 424기로 전주 대비 1기 줄어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정점(627기) 대비 2년 반 동안 200기 이상 감소한 셈이다.


● 용어·배경 설명

RBOB(Reduced Reid Vapor Pressur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개솔린은 여름철 휘발유 규정에 맞춘 저증기압 블렌딩용 기초유다.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는 전 세계 금융기관의 결제·송금을 중계하는 네트워크다. 차단 시 해당 국가 은행의 달러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OPEC+는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구성한 협의체로, 전 세계 산유량의 약 40%를 통제한다.
‘Shadow Fleet’은 서방 제재를 피해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을 일컫는다.

● 기자 전문 분석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의 재가동은 단기적으로 브렌트와 WTI 가격 차별화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북해산 브렌트에 비해 미국산 WTI는 수급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느슨해질 수 있다. 그러나 EU의 대러 제재와 미국 시추기 감소 추세가 하방을 제한해 중기적으로는 80~90달러 박스권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 대선이 있는 2026년까지 에너지 가격 안정은 정치적 현안이 될 수 있어, 바이든 행정부 및 전략비축유(SPR) 운용 방향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