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8월물 WTI 선물 가격(CLQ25)은 18일(현지시간) -0.30% 하락한 배럴당 0.20달러 내린 66.10달러가정치·기사 원문 기준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RBQ25)도 0.0170달러(-0.78%)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원유 수출 재개 계획과 OPEC+의 증산 로드맵에 반응하며 위험 관리를 강화했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까지 WTI는 달러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신규 제재 강화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으나, 장 후반 이라크발(發) 공급 증가 시그널이 우위를 점하면서 결국 하락 전환했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대응해 스위프트(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계 은행 20곳을 추가 배제했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를 제3국에서 정제한 제품까지 제재 범위를 확대한다”
는 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인도 내 초대형 정유시설 중 하나이자 러시아 로스네프트(Rosneft)가 지분을 보유한 공장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동시에 ‘그늘 함대’(shadow fleet)로 불리는 러시아 해상 운송선 105척이 추가 제재 대상이 되면서, 제재 선박 수는 총 400척을 넘어섰다.
이라크 요인도 시장을 압박했다. 2023년 3월 이후 가동이 중단됐던 이라크-터키 송유관(ITP)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바그다드 중앙정부가 쿠르드자치정부의 일일 23만 배럴(bpd) 규모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OPEC 2위 생산국으로, 추가 물량 유입은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경기지표는 견조했다. 미국 주택 착공 건수는 6월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1천 호로, 시장 예상치(130만 호)를 상회했다. 향후 건설 수요를 보여주는 건축허가도 0.2% 늘어 139만7천 건을 기록했다.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1.8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에너지 수요 탄력을 시사했다.
OPEC+ 증산 시계 역시 하방 압력을 형성하고 있다.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8월 1일부터 54만8천 bpd 증산을 결정해 기대치(41만1천 bpd)를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슷한 규모의 추가 증산을 연속적으로 단행할 수도 있다”며, 과잉 생산국(카자흐스탄·이라크 등)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9월까지 증산한 뒤 10월 이후엔 증산 중단(pause)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쌓이고 있어 2025년 4분기엔 하루 150만 배럴(글로벌 수요의 약 1.5%) 규모의 잉여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IA 주간 재고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385만9천 배럴 감소하며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339만9천 배럴, 중간유분(디젤 등) 재고는 417만3천 배럴 늘었다. 현재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0% 낮은 수준이며, 정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함을 시사한다.
공급 측면에서 베이커휴즈는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가 422기로 전주 대비 2기 줄어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라고 밝혔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빠르게 감소한 결과다.
용어 설명
• WTI: 미국 텍사스 서부 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국제 기준유다.
• RBOB: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북미 기준 휘발유 선물이다.
• Shadow Fleet: 제재 회피를 위해 선명·AIS 위치신호를 숨기고 운항하는 ‘그늘 함대’ 운송선을 뜻한다.
•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가 운영하는 결제 메시징 시스템으로, 금융 제재의 핵심 수단이다.
기자 시각·전망
단기적으로는 EU 제재와 미국 재고 감소가 하방 위험을 완충할 수 있지만, 이라크·OPEC+의 증산 기조가 이어질 경우 올 4분기에는 공급 과잉 심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브렌트유 70달러선이 지지력을 상실할 경우, 주요 산유국의 추가 정책 조정이나 미국 셰일 기업의 자발적 감산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경기 소프트랜딩(연착륙)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에너지 수요 방어가 가능해, 가격 변동성은 확대되면서도 저점 매수 기회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