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가격이 전일 대비 -0.27달러(-0.40%) 하락했고, 8월 RBOB 휘발유는 -0.0194달러(-0.90%) 밀려 2주 만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 확대 가능성이 글로벌 공급 과잉(oversupply)을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Nasdaq.com)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의 이라크-터키 송유관 재가동 계획이 유가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멈춰 있던 해당 노선이 재개되면 하루 23만 배럴(bpd) 규모의 원유가 시장에 추가될 전망이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으로, 이 증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장점유율 방어를 자극해 추가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미 달러화 약세와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은 에너지 수요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며 낙폭을 제한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 운송·산업 활동이 확대돼 원유 수요가 강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라크 증산 전망이 제기되자 사우디 역시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수출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공급 측 요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7월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 8천 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기존 시장 예상치(41만 1천 배럴)를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초과 생산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가적·동일 규모 증산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의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는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그러나 추가 증산을 우려한 산유국들도 있다. 블룸버그는 7월 10일 “OPEC+가 9월 54만 8천 배럴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 중단(pause)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어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엔 세계 수요의 1.5%에 해당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정학적 변수도 가격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7월 18일 러시아산 원유 및 에너지 거래를 겨냥해 새로운 제재안을 승인했다. 이 패키지는 ▲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 20곳 추가 퇴출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 제품 제한 ▲러시아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소속 105척 추가 제재(총 400척 이상) 등을 포함한다. 인도에 위치한 러시아 로스네프트(Rosneft) PJSC가 지분을 보유한 대형 정유시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선박 재고 데이터는 공급 압력 완화 기대를 일부 뒷받침한다. 에너지 분석업체 보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8일 주간 7일 이상 정박해 있던 탱커 내 저장 원유가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
EIA(미 에너지정보청) 주간 보고서도 주목할 만하다. 7월 11일 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385만 9천 배럴 감소하며 3주 만의 첫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휘발유 재고 +339만 9천 배럴 ▲디스틸레이트(경유·등유) 재고 +417만 3천 배럴이 증가했다. 동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1% 줄어 1,337만 5천 bpd로 소폭 감소했으며, 이는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 1천 bpd)에 근접한 수준이다.
채굴 설비 동향 역시 공급 사이클을 가늠하는 잣대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7월 18일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oil rig)는 전주 대비 2기 줄어든 422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사이 급감했다.
용어 설명
WTI는 ‘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로, 미국 텍사스 서부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를 말한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여름철 환경 규제에 맞춰 개조·배합된 휘발유 선물을 지칭한다. OPEC+는 전통적 산유국 카르텔인 OPEC에 러시아 등 10개국이 추가된 연합체다. IEA는 OECD 산하 에너지 기구로, 세계 에너지 통계를 집계·분석한다.
투자자 유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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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라크·사우디 증산 전망, OPEC+ 생산 정책, 러시아 제재, 미국 재고·생산 지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국제 유가는 단기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원유 수급 균형이 흔들리는 가운데, 시장은 8월 및 9월 OPEC+ 회의 결과와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재가동 시점을 집중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