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과 희생자 가족들, 미 하원에 항공안전법안 통과 촉구

미 의회와 희생자 가족들이 미 하원에 항공안전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 공청회와 기자회견에서 의원들과 2001년 이후 최악의 미 항공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은 펜타곤이 제기한 막판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원에 핵심 항공안전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이 법안은 상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던 ROTOR Act로, 항공기 운항업체들이 일정 시한 내에 특정 안전 장비를 탑재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6년 2월 24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ROTOR Act는 항공기 운영자들에게 Automatic Dependent Surveillance–Broadcast(ADS‑B)라 불리는 항법·감시 시스템을 2031년 말까지까지 전 편대에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또한 군용 항공기에 대해서는 민감한 작전에는 적용하지 않되, 통상적인 훈련비행 시에는 ADS‑B 사용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 제정 배경에는 2025년 1월 발생한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당시 미국 수도권 상공의 혼잡한 항로에서 아메리칸항공 지역항공기와 미 육군의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충돌67명이 사망했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입장도 이 법안 추진을 뒷받침한다. NTSB 의장 제니퍼 호멘디(Jennifer Homendy)는 ADS‑B가 2025년 충돌을 예방했을 것이라고 단언했으며, NTSB는 이미 20년 넘게 해당 장비의 의무화를 권고해왔음을 재차 강조했다. NTSB의 분석에 따르면 ADS‑B는 여객기 조종사에게 충돌 발생 59초 전에, 헬리콥터 승무원에게는 48초 전에 위험을 경고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우리가 조처를 해야 한다고 결정할 것인가?”

호멘디 의장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며 즉각적이고 강력한 규제를 통한 안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희생자 가족들의 호소도 법안 통과 요구를 뒷받침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오드리 파텔(Audrey Patel)은 당시 임신 중이었다고 밝혔고, 최근의 또 다른 근접 충돌 사례들을 거론하며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텔을 비롯한 가족들은 의회가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켜 동일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의 우려 표명으로 논쟁은 복잡해졌다. 작년 12월에는 펜타곤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최근(월요일) 공개된 서한에서는 해당 법안이 국가방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당한 예산적 부담과 작전상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펜타곤의 이러한 입장은 법안의 군사 적용 범위와 보안 문제를 둘러싼 추가적인 토론을 촉발하고 있다.

법안의 발의자와 정치적 반응도 주요 쟁점이다. 이 법안은 상원 상업위원회 위원장인 테드 크루즈(Ted Cruz)와 위원회 내 주요 민주당원인 마리아 캔트웰(Maria Cantwell)이 공동 후원했다. 캔트웰은 이 법안이 B‑52나 F‑35 같은 특정 전투기들에 ADS‑B를 의무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밀한 민간항공 공간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해 사용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는 ROTOR Act가 국가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일부 군용기들은 민간 항공 혼잡 구역에서 ADS‑B를 장착하고 신호를 송출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는 또한 경쟁 법안이 지난주 새로 도입되었다고 언급해 하원에서의 추가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안이 포함하는 추가 규제 내용으로 ROTOR Act는 또한 상업용 제트기와 헬리콥터 교통 및 상업공항 인근 비행경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항공교통관리(ATC) 체계와 지역 공역 관리 고도화의 필요성과 맞닿아 있다.


ADS‑B(Automatic Dependent Surveillance–Broadcast)가 무엇인가?

독자들을 위해 ADS‑B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면, ADS‑B는 항공기가 위성항법장치(GNSS)로부터 얻은 자신의 위치, 고도, 속도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전송해 다른 항공기와 지상관제소가 실시간으로 이를 수신·확인할 수 있게 하는 감시체계이다. 기존의 레이더 기반 감시와 달리 ADS‑B는 보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저고도·도심 상공·지형이 복잡한 구간에서도 항공기 간의 상대적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NTSB의 주장처럼 충돌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는 시간이 확보되면 회피 기동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책적·경제적 함의와 전망

ROTOR Act가 하원을 통과하면 항공사와 헬리콥터 운영자, 헬리콥터·항공기 제작업체, 항공전자장비(아비오닉스) 업계는 ADS‑B 장착 수요 증가에 따라 장비 교체 및 설치, 인증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해당 업계의 설비투자 및 운영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항공 안전성 향상으로 인한 사고 감소, 보험료 안정화, 항공 서비스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ADS‑B 관련 장비와 설치·유지 보수 시장은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관련 제조·서비스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방 측 우려처럼 군의 작전보안(Operational Security) 측면에서는 ADS‑B 신호의 송출이 적대 세력에게 군사 자산의 위치 정보를 노출할 가능성이 있어 민·군 적용 범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의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외 규정을 두거나 암호화·선택적 송출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경우 추가적인 기술개발 비용과 예산 증액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국방 예산 논의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적 경로와 향후 일정

상원을 이미 통과한 ROTOR Act는 현재 하원에서 논의 중이며, 펜타곤의 최근 우려 표명으로 인해 추가 수정안이나 보완 절차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하원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상하원 간 조정 과정인 콘퍼런스나 대체 법안 논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실제 의무화 시점과 범위는 조정될 여지가 있다. 반면 하원이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항공업계와 국방부는 2031년 마감 시한에 맞추어 장비 도입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편성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다.

결론

이번 사안은 공공의 안전을 강화하려는 규제 조치와 국가안보·예산 부담이라는 대립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례이다. ADS‑B 의무화는 기술적으로는 항공 충돌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평가되지만, 군사 보안과 예산 문제를 포함한 현실적 제약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법안의 최종 형태와 효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하원 표결 과정에서 어떤 수정안과 절충안이 도출되는지, 그리고 정부 기관들이 기술적 보완책을 제시하는지가 향후 논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