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Amazon.com Inc.)이 흑인 전직 직원이 제기한 인종차별 소송에서 법원의 기각 판결을 받아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연방 대법원의 2024년 4월 결정 — 구체적 손해(임금 삭감·강등·해고 등)를 입증하지 않아도 연방법상 차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 — 을 실제 사건에 적용한 첫 사례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았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통신 뉴욕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의 아룬 수브라마니언(Arun Subramanian) 판사는 전 아마존 뮤직 이벤트 프로듀서인 키샤 앤더슨(Keesha Anderson)이 제기한 차별·보복 소송을 전면 기각했다. 판사는 “회사 측이 제시한 낮은 성과평가가 차별의 구실(pretext)이었다는 점을 원고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앤더슨은 재직 기간 동안 급여 삭감이나 해고를 당한 적은 없지만, 업무 배정이 축소되고 ‘퍼포먼스 임프로브먼트 플랜(Performance Improvement Plan·PIP, 성과개선계획)에 편입되었다”며 인종차별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아마존이 전략·기획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았으며, 앤더슨은 해당 역량이 부족했다는 ‘정당하고 합리적 사유’를 제시했다”고 받아들였다.
수브라마니언 판사는 판결문에서 “소위 ‘내부 고발인(whistleblower)’이 제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해당 인물은 앤더슨이 인용한 말을 실제로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위 인용과 대화 삭제 등 원고 측의 행위는 제재(sanction) 기준에 근접했으나, 이번에는 경고에 그친다”며 추후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녹취·메시지 기록 삭제, 허위 인용 등 절차적 흠결이 불거지면서 원고 측 주장에 신빙성에 타격을 입혔다. 수브라마니언 판사는 “문제를 제기한 직장 환경은 ‘평범한 직장(run-of-the-mill workplace)’이며, 오히려 긍정적 요소가 더 많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원고는 소장에 “회의에서 배제되고, 아이디어가 거절되며, 행정 잡무만 맡았다”는 경험을 담았다. 하지만 판사는 “회의 참석·업무 분배는 관리자 재량이고, 사실관계만으로 차별을 곧바로 추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앤더슨은 약 2년 6개월 근무 끝인 2022년 2월, 더 높은 보수를 제시한 스냅(Snap Inc.)으로 이직하며 자발적 퇴사를 선택했다. 소송은 2023년 10월 뉴욕 남부지법에 제기됐고, 사건번호는 23-08347이다.
앤더슨 측 변호인 제시 쟈타(Jessie Djata)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고객이 차별을 당했다고 믿으며,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에서 공정성과 기회균등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아마존과 회사 측 변호인은 “즉각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항소 여부·합의 가능성 등 향후 절차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 해설※ PIP는 근로자의 성과·태도 개선을 목표로 일정 기간 구체적 목표를 부여하는 인사 제도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흔히 쓰이며, 달성 실패 시 해고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해고 통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판결은 “PIP 편입=차별”이라는 일률적 해석이 법원에서 쉽게 인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법률적 의미로 볼 때, 2024년 연방 대법원 판례는 ‘구체적 물적 손해’를 요구했던 기존 하급심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나 수브라마니언 판사의 판단은 “절차적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인종차별 ‘의도’와 ‘원인’ 입증 책임은 여전히 원고에게 있다”는 현실을 재확인했다.
또한, 업무 관련 비밀 대화를 무단 녹취 후 삭제한 행위는 미국 연방법과 주(州)별 통신기록법 위반 소지가 있다. 재판부가 제재를 유예했으나, 동종 사건에서 증거 훼손(spoliation)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 다.
산업·투자 관점에서는, 아마존이 최근 수년간 내부 인력 구조조정과 효율화(특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 작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직원 만족도, 다양성·포용성( DE&I ) 지표의 투명성이 투자자의 주요 ESG 체크 항목으로 부상했다. 이번 승소는 단기적 법적 리스크를 해소했지만, 다국적 기업의 평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여전히 도전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