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銀)이 올해 들어 눈에 띄는 랠리를 펼치며 가치가 두 배 이상 급등했고, 금을 웃도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Devil’s metal’로 불리는 은은 연초 이후 114.6% 상승했으며, 현물 가격은 수요일 장중 최고치인 $62.88/온스를 찍은 뒤 약 $61.96/온스에서 거래됐다. 하루 전에는 처음으로 $60/온스를 돌파했다.
선물 시장에서도 은은 강세를 보였다. 기사에 따르면 은 선물은 2025년 동안 113% 상승했으며 이번 주 최초로 $61을 상회했다. 공급 제약과 안전자산 수요, 산업적 수요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은 가격 상승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올해 은이 금을 성능 면에서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2025년 12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솔로몬 글로벌(Solomon Global)의 금·은 담당 전무인 폴 윌리엄스(Paul Williams)은 은의 매력이 확대되는 요인으로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역할을 지적했다. 그는 은이 불확실성과 변동성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치 저장 수단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은은 필수적인 산업 자원과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지니며, 이는 소매 및 기관 투자자 모두를 끌어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모든 주요 상승 요인들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변동성 확대는 예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적 수요 확대는 은의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배경이다. 은은 전기 스위치, 태양광 패널, 휴대전화 제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인공지능(AI) 붐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와 인프라에도 핵심적인 재료로 활용된다. Silver Institute(실버 인스티튜트)는 수요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의 우수한 전기·열 전도성은 전 세계 경제의 기술 전환에 점점 더 필수적”이라며 “태양광, 전기차 및 관련 인프라,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수요가 2030년까지 산업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전망과 전문가 의견도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솔로몬 글로벌의 윌리엄스는 은 가격이 $100/온스를 향해 갈 수 있다는 견해를 이미 2024년 10월에 제시했다. 당시 은은 약 $50 수준을 향하고 있었고, 그는 2026년 말까지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윌리엄스는 이번 상승장 이후에도 “공급·수요 불일치가 계속해서 은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면서 “시장의 구조적 긴축을 고려할 때 조정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BNP 파리바 포르티스(BNP Paribas Fortis)의 최고전략책임자 필립 기젤스(Philippe Gijsels)도 낙관적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저평가, 장기간 이어진 공급적자, 새로운 산업혁명이 맞물릴 때 시장의 ‘마법’이 발생한다”라며 2025년 은의 흐름을 요약했다. 기젤스는 은이 2026년 동안 세 자릿수(트리플 디지트) 가격에 도달할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이 과정에서 차익 실현에 따른 ‘격렬한 급락(violent drawdowns)’과 같은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금과 은의 상대적 가치도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올해 금 현물은 안전자산으로서 약 60%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은은 금을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냈다. 금-은 비율은 금 1온스를 사기 위해 필요한 은의 온스 수를 의미하는 지표로, 4월 대통령의 관세 발표로 촉발된 전반적 매도 속에서 고점을 찍은 뒤 눈에 띄게 하락했다. AJ 벨(AJ Bell)의 투자책임자 러스 모울드(Russ Mould)는 은이 금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되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현재 금-은 비율은 약 68 수준으로, 이는 2021년 이후 최저 근처다. 그는 “1971년 이후 금-은 비율의 평균은 약 66이며, 이전의 은 불장(불 마켓)에서는 이 수치가 4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방식과 유의점
투자자들은 실물(주화·괴·바) 보유 외에도 다양한 접근법을 고려할 수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광산업체인 Fresnillo와 Hochschild Mining은 올해 강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은 가격 상승 시 채산성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다만 광산주 투자는 지질, 기상, 정치적 리스크 등 기업별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AJ 벨의 모울드는 투자 옵션으로 ETC(exchange-traded commodity)와 같은 상장 상품을 제시했다. ETC는 은의 성과를 추적하도록 설계된 상장 상품으로, 보관·보험 비용 등 물리적 보유의 단점을 줄여준다. 그는 또한 은광업체 주식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언급했다. 광산업체는 고정비가 크기 때문에 은 가격 상승 시 이익과 현금 흐름이 은 가격보다 더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은 가격 하락 시 반대의 위험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패시브 추적 펀드로는 Global X Silver Miners ETF 또는 iShares MSCI Global Silver and Metals Miners ETF 등이 언급되었다.
용어 설명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 금 1온스를 사기 위해 필요한 은의 온수(oz) 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금과 은의 상대적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은이 금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ETC(Exchange-Traded Commodity): 특정 원자재의 가격을 추적하도록 설계된 상장 투자상품으로, 실물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원자재 가격 변동에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 보관·보험 비용이 낮고 유동성이 높은 장점이 있으나 운용비용(러닝 코스트)이 존재한다.
시장 구조와 향후 전망
은 시장의 현 구조는 몇 가지 핵심 변수로 요약된다. 첫째, 공급 제약이다. 은은 금처럼 독립적 대체물로서 광범위하게 채굴되지만, 최근 수년간 생산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둘째, 산업적 수요의 확대다. 태양광, 전기차,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등에서 요구되는 은의 물리적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셋째, 안전자산으로서의 수요도 병행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로 인해 금과 더불어 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다.
이러한 구조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높은 변동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차익 실현에 따른 급락 가능성(일시적 조정)을 경고하면서도, 중기적·장기적 관점에서는 산업적 수요와 구조적 공급 제약이 가격을 지지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일부는 2026년 동안 은이 세 자릿수 달러로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그 과정에서 급락·급등의 반복이 나타날 수 있어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투자자 실무적 권고
투자자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무적 권고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포지션 크기 관리다. 고수익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둘째, 투자수단의 선택이다. 실물 보유는 보관·보험비용이 수반되므로 낮은 비용의 ETC나 관련 ETF를 통한 노출도 실용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광산업체 투자는 레버리지 효과와 기업별 리스크를 모두 수반하므로 재무 건전성, 채굴 지역 리스크, 생산 비용 구조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넷째, 헤지 전략을 병행해 급격한 가격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
요약하면, 은은 2025년 강력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산업 수요와 안전자산 수요가 결합된 독특한 랠리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수급 긴축과 기술 수요 확대를 근거로 중장기적 상승 여력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그 과정에서 높은 변동성과 일시적 급락 가능성을 경고한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투자수단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리스크 관리와 포지션 사이징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