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가격, 2025년 사상 최고치 경신… ‘악마의 금속’ 추가 상승 여력과 동인

은(silver)이 변동성이 커 ‘악마의 금속’으로 불리는 별명에도 불구하고 2025년 들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공급난 속에서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한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은의 가치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다.

2025년 11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금 가격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함께 은 가격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과 은의 동행 랠리는 안전자산 선호, 지정학적 불확실성, 제조업 및 첨단 산업 수요 확대가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은 귀금속이면서 동시에 핵심 산업재라는 이중적 속성을 지녀, 수요의 저변이 넓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다.

은 가격은 10월 중순 트로이온스당 54.47달러트로이온스: 귀금속 국제 표준 단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71% 급등한 수치다. 이후 일부 상승분을 반납했으나, 공급 제약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시 상승세를 재개했다.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중장기 상승 모멘텀은 견조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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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ilver prices are soaring - CNBC Explains

“일부 참여자들은 인도 물량을 맞추기 위해 화물선 대신 항공편으로 은을 운송해야 했다.”

인베스코(Invesco)에서 EMEA 지역 ETF 채권 및 원자재 상품 관리를 총괄하는 폴 심스(Paul Syms)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다.

“급등이 나타난 뒤 가격이 다소 조정됐지만, 이번 사이클은 장기적으로 은 가격을 비교적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거나 더 오르게 만들 다른 동학이 작동하고 있다.”

라고 심스는 덧붙였다다.

10월의 랠리는 지난 50년 동안 은 가격이 정점을 찍은 세 번째 사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선 고점은 1980년 1월, 헌트 형제(Hunt brothers)가 시장 지배를 시도하며 전 세계 공급의 약 3분의 1을 끌어모았을 때와, 2011년 미국 연방정부 채무한도(부채한도) 위기금·은이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시기였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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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시장의 규모는 금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 숏 스퀴즈공매도 포지션이 급히 청산되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는 적잖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라고 심스는 설명했다다.

이전의 투자 열풍과 달리, 2025년의 은 랠리공급 부족인도발(發) 수요 급증, 그리고 산업적 수요 및 관세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수급 요인이 강화되며 가격 탄력성이 커졌고, 이는 가격 변동 폭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다.

Liberation Day 이후 금 가격은 급등했지만 은 가격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이 100을 상회했다.”

심스는 이렇게 말했다. 금-은 비율금 1온스를 사기 위해 필요한 은의 온스 수를 뜻한다. 이 비율이 낮으면 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뜻이고, 비율이 높으면 은이 저평가되어 향후 상승 여지가 크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4월에는 이 비율이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다.

“금속이 미국 밖으로 반출됐다가 다시 들어올 때 예컨대 35%나 더 높은 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융·산업 부문의 리스크 관리 책임자들은 자산을 외부로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

스톤X(StoneX)에서 EMEA·아시아 시장 분석을 총괄하는 로나 오코넬(Rhona O’Connell)은 이렇게 전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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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들며 은 수요의 계절적 피크가 나타났고, 특히 인도에서는 몬순과 수확철 종료가 맞물려 실물 매수가 증가했다.

“농가들은 은행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수확 이후 금과 최근의 은최우선 선택지로 삼는다.”

라고 오코넬은 설명했다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은 소비국으로, 매년 약 4,000미터릭톤의 은을 소비한다. 수요의 대부분은 보석, 식기, 장식품 등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디왈리(Diwali)라는 5일간의 ‘빛의 축제’가 겹치며 번영과 행운을 상징하는 귀금속 소비가 한층 확대됐다다.

공급난이 가격을 밀어올리다


전통적으로 인도에서는 금이 선호되지만, 올해는 은상대적으로 합리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상했다. 인구의 약 55%가 농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도에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귀금속에 대한 실수요가 가격 지지선을 형성했다다.

10월 17일, 인도 내 은 현물가는 킬로그램당 170,415루피로 급등하며 연초 대비 85% 상승을 기록했다. 가격 신호는 소비자와 도매상 모두에게 강한 매수 유인을 제공했고, 이는 국제 가격에도 상방 압력으로 반영됐다다.

다만 인도 은의 약 80%수입에 의존한다. 아랍에미리트(UAE)중국이 점차 그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운데, 전통적으로는 영국이 최대 공급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런던 금괴시장협회(LBMA)런던 금고 재고는 최근 수년간 빠르게 줄어들었다다.

LBMA에 따르면, 2022년 6월 런던 금고에는 31,023미터릭톤의 은이 보관돼 있었으나, 2025년 3월에는 약 3분의 1 감소22,126미터릭톤으로 떨어지며 수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건 금고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런던에는 사실상 이용 가능한 금속이 남아 있지 않다시피한 상황에 도달했었다.”

라고 오코넬은 전했다다.

공급이 바닥나자 차입(리스) 시장이 요동쳤다.

“한때는 하루짜리(오버나이트) 차입 비용이 연율 200%에 달했다. 많은 이들이, 점잖게 말해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

라고 오코넬은 말했다다.

은 공급은 다른 귀·희금속과 마찬가지로 구조적 도전 요인이다. 실버 인스티튜트(Silver Institute)2025년 월드 실버 서베이지난 10년간 광산 생산이 감소했으며, 특히 중남미에서 그 흐름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한다. 오코넬은

“지난 1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기저 잉여적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차량 전동화, 인공지능(AI), 그리고 태양광(Photovoltaics)

이라고 말했다다.

심스는 산업적 수요의 정량적 단서를 제시했다.

“지금의 표준 전기차(EV)에는 약 25그램의 은이 들어가고, 더 큰 EV에는 50그램 정도가 들어간다. 만약 고체상태(solid-state) 은 배터리로 본격 전환하면, 차량 한 대당 은이 1킬로그램 이상 필요할 수 있다.”

라고 그는 전망했다다.

은은 열전도율이 높고 전기전도율이 타 금속보다 더 높다. 여기에 EV, AI, 재생에너지 분야의 수요가 늘며, 은의 가치는 당분간 빛을 잃기 어려운 구조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은은 귀금속과 산업금속의 경계를 잇는 다리를 건넌다.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기술의 진화에 따라, 더 전기화된 세계로 갈수록 은의 활용 사례는 더욱 커진다.”

라고 심스는 말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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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설명
트로이온스oz t: 귀금속 계량에 쓰는 국제 표준 단위. 일반 온스(avoirdupois)와 다르다.
금-은 비율: 금 1온스를 매수하는 데 필요한 은의 온스 수. 낮을수록 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높을수록 은이 저평가된 신호로 해석된다.
숏 스퀴즈: 공매도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며 급격한 매수가 발생, 가격이 급등하는 시장 현상.
리스율(차입 비용): 현물을 빌려 포지션을 관리할 때 지불하는 연율화 비용. 급등은 공급 부족과 포지션 스트레스 심화를 시사.
‘Liberation Day’: 인터뷰 인용 속 표현으로, 특정 사건 이후 시점을 가리키는 맥락적 언급이다. 본문에서는 구체적 사건명이 명시되지 않았다다.


전문가 해설
분석: 이번 은 랠리는 투기적 수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산업 수요실물 보유라는 복합 동력 위에 서 있다. 런던 금고 재고 감소리스율 급등은 공급망의 구조적 긴장을 보여준다. 동시에 인도발 계절 수요와 디왈리 요인은 가격의 계절 탄력성을 강화한다. 투자 관점에서 은은 높은 변동성을 내재한 자산이므로, 포지션 규모 관리리스크 한도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AI·태양광 등 테크·에너지 전환이 이어지는 한, 실물 수요의 구조적 모멘텀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관세·정책 변화, 대체 기술 경로, 경기 사이클 등은 가격 변동의 촉매로 작동할 수 있어, 분할 매수·분할 매도 같은 점진적 접근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