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세대 가운데에는 오랜 기간 축적한 자산으로 꿈꾸던 럭셔리 카를 장만하려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고급차가 ‘황혼 드라이브’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재무·소비 정보 전문 매체 GOBankingRates는 신뢰성, 유지비, 감가상각률 등을 기준으로 고령 운전자에게 특히 부적합한 4개 모델을 선정해 경고했다.
2025년 9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모델들은 (1) 고장 빈도가 높고 (2) 수리·보증 연장 비용이 과도하며 (3) 5년 후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가의 25%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가치가 급락한다. 전문가들은 “동급 경쟁차 대비 성능·안정성이 떨어진다면 이미 ‘프리미엄’이라 부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언급한 ‘잔존가치 Residual Value’는 ※ 신차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중고차로 팔았을 때 남는 가격 비율을 뜻한다. 잔존가치가 낮을수록 감가상각 Depreciation 폭이 크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미지 덕분에 잔존가치가 높은 편이나, 이번 리스트에 포함된 4개 모델은 예외로 분류됐다.
1. LAND ROVER RANGE ROVER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SUV 레인지로버는 4가지 트림이 최소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RepairPal이 책정한 신뢰성 점수 2.5/5는 전체 32개 브랜드 중 31위에 불과하다. 잦은 전자장치 오류·에어 서스펜션 고장으로 연평균 수리비가 동급 SUV 대비 40%가량 높다는 평가다.
“랜드로버는 주행 감성만큼이나 ‘정비소 방문 감성’이 두드러진다” – CarEdge 관계자 언급
뿐만 아니라 CarEdge 감가상각 조사에서 217개 럭셔리 차량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5년 후 잔존가치 24.4%로, 구매가 대부분이 사라진다.
2. MASERATI LEVANTE
이탈리아 브랜드 마세라티의 SUV 레반테는 출시가 10만 2,000달러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5년 뒤에는 불과 2만 6,000달러 수준으로 가치가 3/4 이상 증발할 것으로 예측됐다. 카에지 랭킹 216위 — 사실상 꼴찌권이다.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과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지만, 부품 수급 지연과 엔진 오일 누유 문제가 자주 보고된다. 수리 시 정품 부품값이 독일차 대비 20~30% 더 비싸다는 것도 단점이다.
3. AUDI Q5
독일 아우디의 중형 SUV Q5는 RepairPal에서 3점(보통) 신뢰성을 받았다. 에드먼즈 평점 7.6, CarEdge 감가상각 순위 112위로 ‘무난하지만 특별함이 없다’는 진단이다.
시장의 평가는 더욱 냉정하다. 모터트렌드는 “제대로 된 단점도 장점도 없는 ‘무색무취’ SUV”라며, 5만 2,200달러라는 시작가가 제네시스 G70이나 BMW 3시리즈보다 수천 달러 높음을 지적했다.
4. JAGUAR I-PACE
전기 SUV I-PACE는 7만 2,500달러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카 앤 드라이버 평점 7.5에 그쳤다. 이유는 1회 충전 주행거리 250마일 미만과 느린 DC 급속 충전 속도 때문이다. 경쟁 모델 BMW iX, 아우디 SQ6 e-tron은 동일 가격대에서 300마일 이상 주행과 빠른 800V 충전을 제공한다.
또한 I-PACE는 재규어 특유의 ‘날렵한 실루엣’이 희미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약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프리미엄마저 사라진 전기차라면 노년층에게 굳이 추천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 조언 및 체크리스트
은퇴 후 차량 구매 시 ▲보증기간 이후 예상 유지비 ▲5년·10년 잔존가치 ▲연 주행거리 대비 실제 충전·연료 비용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대형 SUV나 고성능 모델은 보험료와 취득세도 높아 총소유비용 TCO가 갑절로 뛸 수 있다.
아울러 차량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에어 서스펜션이 있는 SUV라도 승하차 높이를 연구해야 하고, 액티브 세이프티(ADAS) 기능 최신 여부를 검토해 시야 및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고령 운전을 보완해야 한다.
“차량은 자산이 아니라 비용이다. 특히 은퇴 후에는 ‘멋’보다 ‘가계 현금흐름’을 우선시해야 한다.” – 재정 컨설턴트 조슈아 브라운
따라서 제로 금리 시대가 끝난 현재, 대출을 통해 고급차를 구입하기보다 신뢰성과 잔존가치가 검증된 대안 모델을 선택하면 노후 자산을 지키면서도 안전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