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불편한 진실』
평생을 준비해온 은퇴가 반드시 꿈같지만은 않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 전문 매체 GOBankingRates가 은퇴 설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해 ‘은퇴자가 흔히 간과하는 열두 가지 문제와 해결책’을 공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충분한 저축 부족, 예기치 못한 세금과 의료비, 그리고 심리적 공허감까지 다양한 위험 요인이 은퇴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1. 순자산의 허상: 소득 창출력이 핵심
Voyage Partners의 공동 설립자 나일스 기어리(Niles Geary) 최고경영자(CEO)는 “순자산은 은퇴와 동시에 의미가 사라진다*1”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자산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근로자 가운데 월별 은퇴 생활비를 계산해 본 비율은 38%에 불과하다는 Employee Benefit Research Institute·Greenwald & Associates의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해결책은 ‘소득 계획(income plan)’ 수립이다. 기어리는 “은퇴자 대다수가 현역 시절 지출의 80~90%를 계속 쓰고 있다”고 설명하며 필수 지출과 선택 지출을 명확히 구분한 뒤, 선택 지출을 과감히 줄여야 자산 수명이 늘어난다고 조언했다.
2. 세금 폭탄: 세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착각
기어리는 “대부분의 은퇴자는 세율이 낮아질 것이라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401(k)나 전통적 IRA같은 세금이연(稅金遲延) 계좌에 자산을 집중한 경우, 인출 시점에 일반소득세율로 과세된다. 연 5만 달러가 필요하다면 세금까지 감안해 더 큰 금액을 인출해야 하는 셈이다.
해결책으로 로스(Roth) IRA·Roth 401(k) 등 비과세 인출 계좌를 활용하거나, 현금가치형 종신보험의 대출 기능을 활용해 세후 현금흐름을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
3. 인플레이션: 잠행성 위협
Blue Ocean Global Wealth의 CEO 마르구에리타 청(Marguerita Cheng)은 “인플레이션은 잠행성(stealth)으로 구매력을 잠식한다”고 경고했다.
해결책은 주식·주식형 펀드 편입을 통한 장기 성장 추구다. 은퇴 후에도 일정 비중의 주식을 유지해 실질 구매력을 방어해야 한다.
4. 장수 리스크: 자산 소진 위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기대수명은 77세지만, 65세의 5명 중 1명은 90세를 넘긴다는 사회보장국(SSA) 자료가 있다.
따라서 30년 이상의 은퇴 기간을 가정해 자산을 배분하거나, 필요 시 은퇴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기어리는 강조했다.
5. 장기 요양 비용: ‘100만 달러 소진’의 공포
미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중 약 50%가 장기 요양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Genworth Financial은 2021년 요양원 중간 비용이 연 5만4,000달러라고 추산했다.
해결책으로 장기 요양 보험(Long-Term Care Insurance)이나 요양 특약이 부가된 생명보험을 고려해야 하며, 50세 이전 가입 시 보험료와 인수 거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6. 의료비 폭증: 은퇴 자금 31만5,000달러 추가 필요
Fidelity Investments는 2022년 은퇴 시점 65세 부부의 예상 의료비를 31만5,000달러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장기 요양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
해결책은 HSA(건강 저축 계좌) 활용, 필요 의료시술을 재직 중에 미리 받기, 은퇴 후 건강보험 옵션 비교 등이다.
7. 사회보장 연금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움
사회보장국 자료에 따르면 평균 월 연금은 1,692달러다. 기어리는 자신의 테네시주 존슨시티 사례를 들며 “연금만으로는 약값과 식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령자가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해결책은 연금 수령을 최대한 늦춰 월 4,555달러(70세 기준)까지 혜택을 극대화하거나, 근로 기간 중 추가 저축을 병행하는 것이다.
8. 무료 시간이 주는 공허감과 우울
St. Croix Advisors의 브렛 앤더슨 대표는 “365일 토요일이 되는 순간 지루함이 은퇴자를 압도한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버킷리스트 작성이다. 봉사, 운동, 언어·기술 습득 등 ‘미뤄둔 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Rightirement Wealth Partners의 버이크 세스톡 CFP는 권고했다.
9. 재취업 가능성 및 ‘긱 이코노미’ 활용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65세 이상 근로자는 117% 증가했고, 파트타임보다 풀타임 비중이 더 높아졌다. Sequoia Financial Group의 알렉산더 루퍼트 이사는 “긱 경제는 시간과 수입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어 은퇴자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10. 자녀와 동거해야 할 수도 있다
Savings.com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자녀를 둔 부모 절반이 여전히 월평균 1,000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 돈을 저축했다면 은퇴 후 자녀에게 의존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11. ‘저축 중독’으로 인한 소비 죄책감
세스톡 CFP는 “20~30년간 절약 생활을 지속하면 소비 자체가 낯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최대 예산을 설정하고 월별 목표 지출액을 정해 ‘건전한 소비 습관’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12. 필수 인출(RMD) 강제: 불필요한 세금 부담
401(k)·IRA·SEP-IRA 등 세금이연 계좌는 70.5세부터 최소 인출(RMD)이 의무화된다. 인출하지 않으면 미인출 금액의 50%가 벌금으로 부과된다.
해결책은 일부 자산을 Roth IRA로 이전하거나, 은퇴 전부터 과세·비과세·세금우대 계좌를 ‘세금 다각화’하는 것이다.
13. 무분별한 이사: 비용·에너지 낭비
변호사·CPA·CFP·CFA 자격을 모두 보유한 재무 전문가 리언 C. 라브레커(Leon C. LaBrecque)는 “거주지를 찾기 위해 10년 동안 다섯 번 이사한 고객 사례”를 소개하며, 사전 단기 임대 체험을 권고했다.
14. 친구 따라가기: ‘사교적 인플레이션’ 위험
Sullivan Financial Planning의 크리스티 설리번 대표는 “절친과 경력이 비슷해도 저축 규모가 다르면 은퇴 후 생활 수준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모임 예산을 먼저 제안해 자신의 재무 한도 내에서 활동을 계획하고, 무리한 초대에는 과감히 거절하는 것이다.
※ 용어 설명
• 401(k): 미국 기업형 확정기여(DC) 퇴직연금으로, 납입 시 세금이 연기되고 인출 시 과세된다.
• Roth IRA/401(k): 납입 시 과세 후, 인출 시 비과세되는 계좌.
• HSA(Health Savings Account): 고공제 건강보험 가입자를 위한 저축 계좌로, 의료비 지출 시 세금 공제 혜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