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언제 은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지, 또 은퇴 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얼마나 될지와 같은 질문은 누구나 ‘황금기’를 설계할 때 마주하는 핵심 고민이다.
2025년 8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개인금융 전문 매체 GOBankingRates는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에게 “가장 흔히 회자되는 은퇴 신화 하나를 꼽아 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AI의 단출한 대답은 “은퇴하면 지출이 크게 줄어든다”는 믿음이 가장 널리 퍼진 오해라는 것이었다.
1. 통계로 보는 미국의 평균 은퇴 상황
2024년 매스뮤추얼(MassMutual) ‘Retirement Happiness Study’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은퇴 연령은 62세로 나타났다. 이는 응답자가 꼽은 이상적 은퇴 연령보다 1년 빠른 수치다. 이미 은퇴한 이들 가운데 60%는 ‘완전 은퇴(노동 시장 완전 이탈)’를 선호한 반면, 아직 일을 그만두지 않은 예비 은퇴자의 38%는 ‘더 의미 있는 활동’에 집중하거나 ‘일은 줄이고 여가는 늘리는’ 부분 은퇴를 꿈꿨다.
한편 예비 은퇴자의 35%는 예정된 시점에 은퇴하기엔 저축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34%는 ‘노후 자금을 다 쓰고도 살아 있을까’ 하는 장수 리스크를 걱정했다.
2. ChatGPT가 꼽은 ‘최대 은퇴 신화’와 연관 지출
AI가 지목한 “은퇴 후 지출 감소”라는 통념은 최근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와 상반된 결과를 보여 흥미를 더한다. BLS가 2023년 연령대별 평균 연간 지출을 조사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 1997년 이후 출생 : $52,891
- 1981~1996년 출생 : $81,589
- 1965~1980년 출생 : $95,692
- 1946~1964년 출생 : $70,207
- 1945년 이전 출생 : $49,206
또한 연방준비은행(FRED) 데이터에 따르면, 65~74세의 평균 연간 지출은 $65,149에 달했다. 즉 상당수 은퇴자가 예상보다 큰 금액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끝나고 출·퇴근비용이나 업무 관련 경비가 사라지니 당연히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행·의료·가족 지원·인플레이션 같은 요인으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 ChatGPT
지출이 늘어나는 대표 영역
- 여행 및 레저 활동
- 의료·건강관리 비용
- 가족(자녀·손주) 재정 지원
- 인플레이션
3. 여행·레저: ‘버킷리스트’가 부르는 추가 비용
트랜스아메리카 연구소(TransAmerican Institute)가 2024년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은퇴 후 여행”을 꿈꾼다고 답했다. 직장 생활 중에는 누리지 못했던 ‘버킷리스트 여행’이 연간 수백, 수천 달러의 추가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골프·취미·문화생활 등 레저 활동 역시 비용 상승을 견인한다.
4. 의료·장기요양: 알듯 말듯한 숨은 폭탄
장기요양(long-term care)은 질병·노화 등으로 장기간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이 받는 돌봄 서비스다. 미국 보험사 제누워스(Genworth)와 리서치 기관 케어스카우트(CareScout)의 2023년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요양형 커뮤니티(assisted living) : 평균 $70,800
- 성인 데이케어(adult day care) : 평균 $26,000
- 가정 방문 돌봄(home health aide) : 평균 $77,792
여기에 메디케어 적용 범위를 초과한 건강보험료, 약값과 같은 예기치 못한 의료비가 더해지면 은퇴 후 지출은 예상보다 가파르게 늘어난다.
5. 인플레이션·가족 부양 비용
미 노동통계국 CPI 자료를 집계한 결과, 2015~2025년 누적 물가 상승률은 36.1%로 나타났다. 은퇴 기간이 길어질수록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는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일부 은퇴자는 성인 자녀나 손주의 학자금·주거비를 지원하며 예상 외의 재정 부담을 떠안는다.
6. ChatGPT가 제시한 9가지 대비 전략
예비 은퇴자가 ‘지출 감소’라는 가정 대신 현실적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ChatGPT는 아래와 같은 구체적 조치를 권고했다.
- 6~12개월치 비상자금 구축, 고수익 예금 계좌에 예치
- 의료비·장기요양 보험 또는 Health Savings Account*(HSA) 활용
- 연금·투자·부동산 임대 등 다양한 수입원 확보
- 지속 가능한 인출 전략 수립
- 주택·자동차 등 필수 보험 확충
-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자산 배분
- 주택 규모 축소 및 부채 상환
- 유언장·신탁 등 상속 설계 정비
- 가족 지원 한도 설정
*HSA(건강저축계좌)는 미국 세법상 의료비 목적의 저축 계좌로, 불입액을 세전 공제하고 인출 시에도 의료비 지출이라면 면세가 적용되는 제도다.
7. 전문가 조언: ‘은퇴 후 예산’은 보수적으로 잡아라
재무설계사들은 “평균 수명 연장과 의료 기술 발전으로 은퇴 기간이 30년 이상 길어질 수 있다”며, ‘총자산 대비 연 4% 인출 룰’ 같은 단일 공식에만 의존하기보다 상황별 맞춤 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을 고려해 채권·배당주·인플레이션 연동 자산을 혼합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궁극적으로 ‘은퇴하면 지출이 줄어든다’는 통념은 통계와 현장 데이터를 근거로 재검증이 필요하다. 보험, 건강, 여행, 가족 지원, 물가 상승 등 복합 요인을 사전에 예산에 반영한다면, 예기치 못한 재정 압박에서 한 발짝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준비는 빠를수록 유리하다. 오늘부터라도 지출 항목을 세분화하고, 비상자금·보험·장기요양 대비를 갖춘다면 ‘원하는 시점’에 ‘염려 없는 은퇴’를 맞이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