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75를 넘기고 금과 백금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투기적 매매, 추가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귀금속 상승을 촉발한 결과이다.
2025년 12월 2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현물 금은 오전 08시 18분(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현재 온스당 $4,515.73로 0.8% 상승했으며, 장중 한때 $4,530.60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거래소의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0.9% 오른 $4,545.10를 기록했다.
현물 은은 장중 $75.14의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3.8% 급등해 온스당 $74.68을 기록했다.
“모멘텀에 기반한 투기적 플레이어들이 12월 초부터 금과 은 랠리를 주도해왔으며, 연말 얇은 유동성, 장기화된 미국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의 재점화가 맞물려 귀금속을 신기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OANDA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켈빈 웡(Kelvin Wong)이 설명했다.
은은 연초 이후 연간 기준으로 약 158% 급등해 금의 거의 72% 상승을 크게 앞섰다. 은의 강세 배경으로는 구조적 공급 부족, 미국의 중요 광물 지정(critical mineral)과 같은 제도적 요인, 그리고 견조한 산업 수요가 거론된다.
한편, 백금과 팔라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현물 백금은 장중 $2,448.25의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5.8% 오른 온스당 $2,349.65를 기록했고, 팔라듐은 전 거래일 3년 만의 고점에 이어 7% 급등해 $1,801.25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백금은 약 160%, 팔라듐은 90%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귀금속 전반의 강세는 연준의 통화완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가격 반영과도 연동되어 있다. 트레이더들은 내년에 두 차례의 미국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이자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 자산인 금과 은은 저금리 환경에서 지지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정학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향후 두 달간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사실상의 격리(quarantine) 조치를 시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목요일에는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현지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을 타격했다. 이러한 안보 리스크는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했다.
지역별 수요 양상도 엇갈렸다. 인도에서는 기록적 가격 수준이 소매 구매를 위축시키면서 금 현물에 대한 할인폭이 6개월여 만에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반면 중국의 금 가격 할인폭은 지난주 5년 만의 고점에서 다소 후퇴했다.
전문가 전망과 시장 반응
OANDA의 켈빈 웡은 “2026년 상반기를 바라볼 때 금은 5,000달러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은은 약 9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뭄바이에 기반을 둔 Reliance Securities의 선임 연구분석가 지가르 트리베디(Jigar Trivedi)는
“강한 산업 수요가 백금을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의 재고 확보 움직임이 제재 관련 우려 속에서 포지션을 커버링하면서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고 전했다.
용어 설명 및 배경
본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몇몇 용어의 의미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수익 자산(non-yielding assets)은 이자나 배당과 같은 정기적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는 자산을 말하며, 금이 대표적이다. 금리 하락 기대 시 투자자들은 채권 등 금리 민감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짐에 따라 금과 같은 비수익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다. ETF(상장지수펀드)는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금 ETF의 보유량 증가는 투자자들의 금 보유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디달러화(de-dollarisation)는 국제 거래와 보유 자산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움직임을 뜻한다.
산업적 수요와 공급 요인
은, 백금, 팔라듐 등은 자동차 배기 가스 정화용 촉매(convertors)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귀금속으로, 전기차 전환과 반도체·태양광 등 다른 산업적 수요 변화가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백금과 팔라듐은 공급이 상대적으로 타이트해 관세 불확실성과 투자 수요의 전환(rotational flows from gold to PGM)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향후 시나리오와 경제적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다음의 요인들이 금속 가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성이다. 시장이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계속 반영한다면 귀금속은 하방 제한 조건 하에서 추가 상승 여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달러화의 강세·약세 변동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귀금속은 상대적으로 더 강한 상승을 보인다. 셋째,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나 제재 확대 등은 안전자산 선호를 높여 금 수요를 견인한다. 넷째, 산업 수요와 공급 차질이다. 전기차·촉매 기술 변화 혹은 주요 산지의 생산 차질은 백금·팔라듐·은 등의 가격을 추가로 밀어올릴 수 있다.
반면 하방 리스크도 존재한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 지표나 연준의 매파적(긴축적) 발언이 나오면 금리 인상 기대로 귀금속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경기 회복이 견고하게 진행돼 산업용 금속에 대한 우수한 대체수요가 발생하면 투자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투자자와 소비자에 대한 시사점
투자자 관점에서는 포지션 관리가 중요하다. 레버리지와 투기적 포지션이 축적된 상태에서 유동성이 얇은 연말에는 가격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특히 금 수요가 높은 인도 등지의 소매 구매자)는 기록적 가격 수준이 실수요를 억제하고 있음을 감안해 구매 타이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종합하면, 현재의 귀금속 랠리는 통화정책 기대, 지정학적 불확실성, 산업적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앞선 요소들이 당분간 유지되면 금·은·백금·팔라듐 등 주요 귀금속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통화정책과 달러 흐름, 지정학적 사건 전개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