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과 금은 오랫동안 금융시장의 혼란기에서 투자자들이 찾는 안전자산(사이프 해이븐)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2026년 3월에는 이러한 관행이 뒤집혔다. 3월 한 달 동안 은은 19.7% 하락해 월간 기준으로는 2011년 9월의 28% 급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3월은 또한 은이 2025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마감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달이기도 하다.
2026년 3월 3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2025년의 대표적 수익 거래에서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전쟁 발발은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시장 전반에 큰 변동성을 초래했고 트레이더들은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를 예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2025년) 은값은 141.4%의 급등을 기록했다. 이는 1979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이었다. 이 급등장은 원래부터 금속 트레이더들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소매 투자자들의 관심까지 끌어들였다. OnePoint BFG Wealth Partners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피터 부크바(Peter Boockvar)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많은 단기 자금들을 쫓아냈고, 사람들은 다시 펀더멘털에 집중할 수 있다. 은에 과도한 투기심리가 들어가 있었다.”
고 말했다.
배경: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군사행동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헤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수행하자 이란은 보복으로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에 나섰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 통로다. 해협의 봉쇄는 국제 유가 상승과 공급망 압박을 초래했고, 투자자들을 긴장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미국은 지상군 파병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분쟁을 심화시키고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
KKM Financial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킬버그(Jeff Kilburg)는 이번 현상을
“경제적·정치적 불안이 있을 때 투자자들은 엄청난 이익을 본 자산군에서 이익 실현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차익실현은 자산군을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그래서 금과 은은 현금 보관 장소, 즉 ‘ATM’처럼 활용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시장 내 ‘약한 손’ 이탈과 향후 전망
CappThesis의 창립자 프랭크 카펠레리(Frank Cappelleri)는 이번 ‘셰이크아웃(shakeout)’이 약한 손(단기 투자자)을 시장 밖으로 몰아냄으로써 이후 반등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 초 초반에 패러볼릭(parabolic)하게 상승한 뒤 폭락이 발생했다. 작년 말에서 올해 초 사이에 매수한 이들은 현재 손실 구간에 있다.”
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난 몇 년간 금과 은에서 보였던 일관된 상승 흐름이 과거의 일부가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의 장기 상승 추세가 끝난 것은 아니다.”
라고 덧붙였다.
가격 수준과 시장 기대
기사 작성 시점에서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약 $74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KKM의 킬버그는 만약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 호르무즈 해협이 조속히 재개방된다면 은 가격이 온스당 $90에서 $100 수준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해협이 재개방되거나 일부 해결책이 보이면 3월 한 달간의 차익실현과 현금 보관 심리가 해소되면서 하락했던 자산군들이 반등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산업적 수요와 공급 제약
전쟁 상황이 곧바로 해소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은을 지지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이 존재한다. OnePoint BFG의 부크바는 은의 산업적 용도 증가와 상대적으로 제한된 공급을 주요 재료로 지목했다. 은은 구리, 납, 아연, 일부 금 등 광물을 채굴하고 원석을 분쇄·연마한 뒤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생(副生)물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부크바는
“자연적으로 은을 더 많이 채굴하기란 매우 어렵다. 다른 일부 자산처럼 손가락을 튕겨서 공급을 늘릴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이는 중기적으로 공급 부족(supply deficits)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전문 용어 설명
안전자산(사이프 해이븐): 경제적·정치적 불확실성 시기 투자자들이 자본을 보존하기 위해 선호하는 자산군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금과 정부채가 여기에 해당한다.
호르무즈 해협: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한다. 이 해협의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과 물류에 즉각적 파장을 일으킨다.
선물(futures): 미래의 특정 시점에 자산을 현재 합의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정하는 파생상품. 은 선물 가격은 시장의 기대와 헤지 수요, 투기적 수요가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현금 보관 장소(캐시 스테이션/ATM)’: 단기적으로 현금 확보를 위해 투자자들이 급락 시 일부 자산을 매도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향후 시나리오별 영향과 시장 분석
이번 하락 이후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단기적 분쟁 완화 및 호르무즈 재개방 시나리오다. 이 경우 유가와 물류 불안 심리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이 복원력을 보이고, 3월의 차익실현이 되돌려져 은 가격은 온스당 $90~$100까지의 반등 가능성이 크다. 둘째, 분쟁 장기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에너지·수송 비용의 지속적 상승과 전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혼재하면서 단기적 변동성은 확대되지만, 산업용 은 수요(전자·태양광·전기차 등)와 공급 제약은 중기적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글로벌 경기 급랭 시나리오다.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 산업수요가 급감해 은 가격에 하방 압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위 시나리오들을 종합하면, 은 시장은 정책 리스크·지정학적 리스크·공급구조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인 상태에 있으며, 단기적 등락이 크더라도 중기적으로는 산업 수요와 공급 제약이 가격의 하단을 지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지정학적 뉴스(예: 호르무즈 해협 상황, 미국-이란 관련 협상 진전)와 산업 수요 지표(태양광·전자제품·전기차 관련 수요 추이), 광산 생산·부생 은 생산량 통계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적 시사점
단기 트레이더는 지정학적 이벤트에 따른 변동성을 이용한 매매 전략을 고려할 수 있으나, 레버리지 사용 시 손실 리스크가 커진다. 중장기 투자자는 은의 산업적 수요 증가와 공급 측 구조적 제약을 근거로 포지션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높아 이벤트 리스크 관리와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포트폴리오 구성 시에는 은 자체뿐 아니라 금, 관련 ETF, 광산업체 주식, 에너지 섹터 노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
2026년 3월의 은값 급락은 2025년의 극단적 랠리 이후 나타난 자연스러운 차익실현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복합 결과다. 다만 산업 수요의 증가와 공급 제약은 중기적 가격 지지 요인으로 남아 있다. 시장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전쟁의 전개, 그리고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며, 투자자들은 이벤트 리스크와 구조적 펀더멘털을 모두 고려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