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 베어 CEO, 문책 은행가 공개 등록부 도입 촉구…스위스 명성 회복 필요

제네바, 2026년 2월 8일 —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사모은행 율리우스 베어(Julius Baer)의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볼링어(Stefan Bollinger)가 전문직무를 위반한 은행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등록부(public register)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붕괴 이후 손상된 스위스 금융업의 명성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6년 2월 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볼링어 CEO는 스위스계 일간지 Neue Zürcher Zeitung(NZZ)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등록은 명확한 장점이 있다“며 “이로 인해 문제가 되는 행위자들이 단순히 길을 건너 다른 곳으로 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활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gistering financial market participants has clear advantages. This prevents bad actors from simply crossing to the other side of the street and carrying on as if nothing had happened.” — 스테판 볼링어

볼링어는 미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많은 주요 금융허브들이 이미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스위스도 장기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위스는 이미 경영진 수준에서의 실사(due diligence)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처럼 이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 등록부의 개념과 도입 효과

여기서 말하는 공개 등록부는 전문직무 위반, 규정 위반, 중대한 윤리적 결함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이나 업계 자율기관에 의해 문책된 개인의 신원과 위반 사실을 일정 기간 공개·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등록부는 채용 시 투명성을 높이고, 이전 직장에서 중대한 위반이 있었던 인물이 다른 금융회사로 옮겨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국제적 금융거래에서 스위스 프라이버시와 규제 투명성 사이의 균형은 민감한 사안이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고객 비밀과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왔으나, 금융 시스템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책임 추적성(accountability)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사(due diligence)의 의미

실사(due diligence)는 회사가 임원·관리자 및 주요 관계자의 적합성, 법적 문제, 과거 위반 행위 등을 사전에 조사·검증하는 절차를 말한다. 볼링어가 언급한 “경영진 수준의 실사 시스템”은 주로 채용·승진 시점에 이루어지는 검증을 뜻하며, 공개 등록부는 이러한 실사 과정에서의 자료 제공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신뢰 회복과 시장 역학에 대한 분석

스위스 은행권은 크레디트 스위스의 붕괴으로 인해 국제적 신뢰도가 일시적으로 훼손된 상황이다. 볼링어의 제안이 실현될 경우 다음과 같은 영향이 예상된다. 첫째, 장기적으로는 스위스 계좌에 대한 국제 고객의 신뢰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고객들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통해 자금 보호와 규정 준수 리스크가 낮아졌다는 점을 중요시한다. 둘째, 규제·준법(cost of compliance) 측면에서 은행들의 초기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공개 등록부 운영과 관련한 법적 절차, 데이터 관리, 이의제기 처리 등 행정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일부 고위 인력 채용의 제약으로 인해 특정 직군에서 인력 재배치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비용과 운영효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같은 제도 도입은 시장 심리에도 영향을 준다. 규제 강화는 투자자와 예금자에게는 긍정적 신호로 작용해 자금 유출 방지와 안정성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규제 부담이 과도할 경우 은행의 수익성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단기적으로 은행 주가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UBS 본사 이전설과 스위스의 정체성

볼링어는 인터뷰에서 UBS의 본사 이전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스위스적 정체성(‘Swissness’)은 여전히 품질의 상징이다”라며 “특히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기에는 고객들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 스위스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2025년 11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UBS가 미국으로 본사 이전을 검토했다는 설이 제기된 바 있으나, UBS는 스위스에서 계속 운영하기를 원한다고 반응한 바 있다.

율리우스 베어의 실적

율리우스 베어는 2026년 2월 8일 공개한 실적에서 2025회계연도 순이익이 7억6,400만 스위스프랑(약 9억8,800만 달러)로, 2024년 대비 25% 감소


정책적 고려사항 및 향후 전망

스위스가 공개 등록부 도입을 검토할 경우, 제도 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등록 요건과 등록사유의 명확성 확보. 어떤 행위와 판결·제재가 등록 대상이 되는지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둘째, 등록 기간과 삭제 절차에 대한 균형.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활의 기회를 제공할지 여부를 포함한 삭제(탈·등록)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 구제 절차. 해당 개인의 이의제기 권리와 명예 회복을 위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국제 협력. 이미 유사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영국·홍콩·싱가포르와의 정보교환 및 상호인정 여부가 실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볼링어가 제안한 공개 등록부는 스위스 금융권의 투명성 제고와 신뢰 회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평가된다. 다만 제도 도입은 규제·행정 비용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 노동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세부 설계와 점진적 실행이 필요하다. 스위스 은행권의 향후 움직임은 국제 자금 유치와 시장 신뢰 회복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는 로이터 통신의 올리비아 르 포이데빈(Olivia Le Poidevin)의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