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크리에이터의 얼굴을 딥페이크 영상에서 식별·삭제 요청하도록 돕는 ‘유사성(초상) 탐지’ 도구를 확대하는 가운데, 해당 과정에서 수집되는 생체정보가 구글의 AI 모델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문가들이 밝혔다. 이 도구는 크리에이터의 동의 없이 AI가 만든 조작 영상에서 얼굴을 탐지·표시해 삭제 요청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가입 절차에서 정부 발급 신분증과 얼굴의 생체 인증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2025년 12월 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적재산권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구글은 크리에이터의 생체정보를 AI 모델 학습에 사용한 적이 없으며, 혼선을 피하기 위해 도구 가입 화면의 문구를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근본 정책은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기사 관련 종목: 알파벳(티커: GOOGL).

이 사안은 알파벳 내부의 미묘한 간극을 드러낸다. 구글은 AI 사업을 공세적으로 확장하는 한편, 유튜브는 플랫폼에 생계를 의존하는 크리에이터 및 권리자들과의 신뢰를 유지하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10월 도입한 ‘유사성 탐지(likeness detection)’ 기능을 확대 중이다. 이 기능은 크리에이터의 얼굴이 동의 없이 AI로 생성 또는 변형된 경우를 표시해주는 것으로,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속한 수백만 명의 크리에이터에게 제공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소셜미디어 전반에서 AI 조작 콘텐츠가 급증하는 상황을 겨냥한 조치다.
해당 도구는 유튜브 전역에 업로드된 영상을 스캔해 크리에이터의 얼굴이 인공지능으로 생성·편집된 흔적을 탐지한다. 이후 삭제 요청 여부를 크리에이터가 결정하도록 돕지만, 도구 사용을 위해서는 정부 발급 신분증과 얼굴의 생체 인증 영상을 업로드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체정보란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활용되는 신체적 특성의 측정값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도구가 구글 프라이버시 정책에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크리에이터 생체정보의 오남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우려한다. 해당 정책에는 공개 콘텐츠(생체정보 포함)가 구글의 AI 모델 훈련과 제품·기능 구축에 활용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유튜브 대변인 잭 말론(Jack Malon)은 CNBC에 보낸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유사성 탐지는 전적으로 선택적인 기능이지만, 작동을 위해서는 시각적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우리의 데이터 접근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출시 당시부터 도움말 센터에 명시했듯, 유사성 탐지 도구에 제공된 데이터는 신원 확인과 이 안전 기능의 구현에만 사용된다.”
유튜브는 제품 내 문구를 더 명확하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변경이 언제 적용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수개월 전부터 같은 문제를 유튜브 측에 제기해왔다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버밀리오(Vermillio)의 CEO 댄 닐리(Dan Neely)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구글이 AI 경쟁을 서두르고 훈련 데이터가 전략적 자원이 되는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얼굴이 자기 자신이 아닌 플랫폼에 의해 통제되길 원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유사성은 AI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자산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일단 그 통제를 넘겨주면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버밀리오와 로티(Loti)는 크리에이터, 유명인, 미디어 기업과 협업해 온라인 전반에서 유사성 권리(초상권)를 모니터링·집행하는 서드파티 업체다. 최근 AI 영상 생성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들 기업의 역할은 권리자들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로티의 CEO 루크 아리가니(Luke Arrigoni)는 유튜브의 현재 생체정보 정책이 안고 있는 위험을 “막대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동의서 구조상, 누군가가 이름을 얼굴의 실제 생체정보에 결합할 수 있게 허용한다. 이는 해당 사람처럼 보이는 더 정교한 합성 결과물을 만드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
닐리와 아리가니 모두 현재로서는 자신들의 고객에게 유튜브의 유사성 탐지 가입을 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제품 총괄 암자드 하니프(Amjad Hanif)는 유사성 탐지 도구가 매분 수백 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의 규모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도구가 내년 1월 말까지 3백만 명 이상의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제공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에이터가 잘될 때 우리도 잘된다. 우리는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관리인 겸 후원자로서, 그 여정을 지원하는 도구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확대는 AI 생성 영상 도구의 품질과 접근성이 빠르게 개선되며, 얼굴과 목소리가 핵심 자산인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새로운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닥터 마이크(Doctor Mike)’로 활동하는 미하일 바샤브스키(Mikhail Varshavski)는 TV 의학 드라마 반응, 건강 유행 Q&A, 인터넷에 떠도는 의학 신화 검증 콘텐츠로 알려진 보드인증 의사이자 크리에이터다.
바샤브스키는 유사성 탐지 도구를 통해 매주 수십 건의 AI 조작 영상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에서 구독자 1,400만 명 이상을 보유하며, 자신의 전문성·신뢰성에 기반해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왔다.
그는 최근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악의적 행위자들이 본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모방해, 시청자에게 오정보 의료 조언을 제공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처음 접한 딥페이크는 틱톡(TikTok)에서였는데, 그가 알지도 못하는 ‘기적의’ 보충제를 홍보하는 AI 생성 분신이었다고 한다.
“분명히 충격이었다. 나는 10년 넘게 시청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투자해왔고, 진실을 말하며 더 나은 의료 결정을 돕기 위해 일해왔다. 내 유사성을 이용해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거나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것을 사도록 속이는 걸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두려웠다.”
구글의 ‘Veo 3’와 오픈AI의 ‘Sora’ 같은 영상 생성 도구는 유명인과 크리에이터를 본뜬 딥페이크 제작을 훨씬 손쉽게 만들었다. 이는 이들의 얼굴·음성이 AI 학습 데이터 세트에 자주 포함되기 때문이다.
CNBC는 7월 보도에서 Veo 3가 유튜브에 업로드된 200억 개 이상 영상의 일부를 바탕으로 훈련됐다고 전했다. 이에는 바샤브스키의 수백 시간 분량 영상도 포함될 수 있다.
바샤브스키는 딥페이크가 “더 널리 퍼지고, 증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구매를 유도하거나 단순히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AI 딥페이크를 무기화한 전용 채널까지 봤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유사성의 무단 사용에 대해 수익을 배분받는 제도는 없다. 저작권 대량 보유자가 주로 쓰는 유튜브의 콘텐츠 ID처럼 공유 수익 모델이 있지만, 이는 저작권 콘텐츠 중심 시스템이다. 유튜브의 하니프는 AI 생성 유사성 사용에 대해서도 유사한 모델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유튜브는 크리에이터가 서드파티 AI 기업의 학습에 자신의 영상을 제공하도록 허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부여했다. 하니프에 따르면, 수백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보상 약속 없이 이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opt-in했다.
그는 또 유사성 탐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며, 초기 테스트는 성공적이었으나 정확도 지표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플랫폼 전반의 삭제(takedown) 활동은 현재로서 낮은 수준이라고 하니프는 밝혔다. 이는 다수의 크리에이터가 표시된 영상을 삭제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콘텐츠가 표시되었다는 사실을 반기지만, 삭제할 정도로 중대하진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조치는 ‘확인했지만 괜찮다’는 응답이다.”
한편 에이전트와 권리 옹호자들은 CNBC에 낮은 삭제 건수의 원인이 안심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과 인식 부족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및 맥락 정리
딥페이크는 AI가 사람의 얼굴·목소리를 합성해 실제처럼 보이게 만든 가짜 영상을 뜻한다. 생체정보(바이오메트릭스)란 지문, 얼굴 특징, 홍채 등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신체 특성의 데이터다.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은 일정 자격을 갖춘 채널에게 광고 수익 배분 등 수익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콘텐츠 ID는 권리자가 저작권이 있는 음원·영상이 재업로드될 경우 식별·수익 분배를 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이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크리에이터의 얼굴·목소리 같은 고유 식별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는지, 그리고 프라이버시 정책의 해석 여지가 AI 훈련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신뢰 문제다. 유사성 탐지는 안전 기능이지만, 작동을 위해 고감도 개인 데이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보호 대책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관련 동향
CNBC 프로그램 “The Exchange”에서 플렉소 캐피털( Plexo Capital )의 로 토니(Lo Toney)는 구글이 ‘풀스택’ AI 역량을 갖춘 점을 언급하며, AI 내러티브가 구글로 기우는 흐름을 짚었다. 이는 알파벳의 AI 확장 전략과 유튜브의 권리자 신뢰 관리라는 이중 과제가 앞으로도 병행될 것임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