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자국 통화인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해 유럽을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대한 경쟁력과 회복력을 키우는 방안을 논의한다.
2026년 2월 1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의에는 유로존 21개국 재무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아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제안한 주요 조치들이다. 보도는 자넷 스트루프체프스키(Jan Strupczewski)가 작성했다.
1. 내부 무역 장벽 제거 —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의 내부 무역 장벽은 상품에 대해 44%에 해당하는 관세 효과와 서비스에 대해 110%에 해당하는 관세 효과를 초래한다는 평가가 있다. 이 장벽 해소가 유로 사용 확대와 경제 통합에 중요하다는 취지다.
2. 단일법 도입(이른바 ‘제28번 체계’) — EU 전역에서 운영되는 기업들이 각 회원국의 서로 다른 27개 법체계 대신 EU가 설계한 단일 법 체계 하에서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는 기업 활동의 일관성 제고와 초국적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 완화를 목표로 한다.
3. EU 단일 예금 보호 제도 합의 — 예금보험제도를 EU 차원에서 통합해 예금자의 보호 수준을 은행 소재국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보장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금융 불안 시 자금 이탈을 방지해 유로화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4. 자본시장연합(Capital Markets Union) 창설 — 현재 은행 예금 형태로 방치된 약 10조 유로(약 11.9조 달러)를 유망 분야로 이전해 투자토록 하는 것이 목표다. 투자 대상 분야로는 그린 에너지, 디지털, 국방·안보, 항공우주, 반도체, 바이오테크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5.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의 EU 기관 전환 — 현재 유로존의 정부간(between governments) 구제기금으로 운영되는 ESM을 EU 기관으로 전환해 EU 공동 채무 관리와 모든 EU 회원국(유로존 외 포함)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6. 공동 EU 채무 발행 확대 — EU 채권 시장을 심화하고 유로 표시 금융상품의 유동성 강화를 통해 대형 투자자와 중앙은행들에 대한 유로화 매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7. 디지털 유로 출범 — 유럽인이 온라인 결제 시 미국 기업인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자체 결제시스템으로서의 디지털 유로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유로존 카드거래의 약 3분의 2 가량을 두 업체가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제시되었다.
8. 유로 표시 디지털 자산 개발 —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및 토큰화 예금(tokenised deposits) 등 유로화 명목의 디지털 자산을 육성한다는 방안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0%가 달러표시라는 현실은 투자와 자금흐름이 미국으로 쏠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9. 무역·에너지·국방 결제에서의 유로 청구·결제 확대 — 석유, 가스, 전력, 운송, 원자재, 방위산업 관련 거래에서 청구통화(invoicing currency)를 유로로 전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수출신용 수단에서도 유로화를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10. 제3국의 유로표시 채무 발행 장려 — 유로 표시 채권을 외국에 발행하도록 독려해 유로화 자산의 글로벌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다.
11.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 유동성 공급 확대 — 특히 유로로 부채를 발행하거나 유로로 무역 대금을 청구하는 중앙은행 및 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유로 유동성 제공(유동성 라인) 확대를 통해 달러 의존을 낮추고 유로화의 국제적 편익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유럽을 보다 경쟁력 있고 회복력 있게 만들기 위해 유로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용어 설명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은 현재 유로존 회원국 위주의 정부간 기구로서 재정위기 시 자금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자본시장연합은 주로 은행 의존적 자본배분 구조를 넘어서 기업과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통합 자본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개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보통 실물자산이나 법정통화에 가치가 연동된 디지털 토큰을 의미하며, 토큰화 예금은 전통적 예금을 블록체인 상의 토큰 형태로 전환해 유동성을 제공하는 기술적 수단을 말한다. 1
정책의 기대효과와 리스크 평가
제시된 방안들은 단기적으로는 유로화 사용 확대와 EU 내부 자금흐름의 효율화를 통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투자 활성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본시장연합을 통해 은행 예금에 묶여 있던 약 10조 유로가 신성장 분야로 유입된다면 그린 에너지·반도체·바이오 등 전략 산업의 자금조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공동 채무 확대나 ESM의 제도 전환은 회원국 간 정치적 합의가 필수적이며, 재정적 부담 분담에 대한 이견은 채권시장 금리와 위험 프리미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공동 채권의 확대는 유로국채 시장의 심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유로의 국제적 수요를 높일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일부 국가의 국채 스프레드(신용프리미엄) 변동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디지털 유로와 유로표시 디지털 자산의 출현은 결제비용 절감, 데이터 주권 확보, 결제 시스템의 다양화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으나 기술적·법적 규제, 사이버보안 리스크, 민간 결제사업자와의 경쟁 문제 등이 해결 과제로 남는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화의 지배적 지위(>90%)가 당장 단기간 내에 전환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유로화 기반 디지털 자산의 확산은 중장기적 노력과 규제정비, 국제 협력에 달려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대외 유동성 제공 확대는 유로화의 국제 신뢰도를 높여 결제·국채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으나, ECB의 대차대조표 규모 확대와 정치적 부담 증가를 동반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궁극적으로 유로화의 준비통화(Reserve Currency) 지위를 강화할 잠재력이 있으나, 실현에는 정책 일관성, 법적·제도적 개혁, 회원국 간 신뢰와 분담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제적 시사점 요약
이번 제안들은 유로화의 국제적 채널을 다각화하려는 포괄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는 제도적 조율과 정치적 합의 확보가 관건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유로화 채권의 유동성 증가·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경쟁력 확보·전략산업에 대한 자본 유입을 통해 유로의 국제 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비용 분담과 규범 정비, 기술적 준비 부족은 정책 실행의 주요 장애물로 남을 전망이다.
참고 환율: 1달러 = 0.8432 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