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 들어 다시 고개를 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동결 기조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25년 10월 1일, 프랑크푸르트발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20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2%를 기록했다. 이는 8월의 2.0%에서 속도가 빨라진 수치로,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 전망치와 일치한다.
핵심물가(Core Inflation)*도 주목된다. 식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핵심물가는 2.3%로 전월과 동일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의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지수 대비 상승 폭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이 눈에 띈다.
ECB는 지난 4년간 과도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이번 상승세가 정책결정자들에게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기적으로 물가가 다시 목표치인 2% 수준,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9월 30일 연설에서 “미래 인플레이션 경로를 모형화해보면 상·하방 위험이 모두 제한적”이라며 “현재 정책금리 2% 수준은 위험 변화나 충격에 대응하기에 적절한 위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9월 물가 지표를 추가 인하에 반대하는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30일 열릴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세 번째 연속 동결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본다.
실제로 파생상품 시장은 올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10% 정도, 2026년 중반까지 인하가 이뤄질 확률을 30% 정도로 반영하고 있다.
“낮은 물가”에 대한 반대 걱정
일부 정책위원들은 물가 급등보다 지나치게 낮은 물가를 더 우려하고 있다. ECB가 자체 전망에서 2026년까지 6개 분기 연속 물가가 목표치를 하회할 것으로 본 데 따른 것이다. 소매업체와 고용주가 가격·임금 책정 방식을 바꾸면서 저물가가 고착화될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우려는 제조업, 설비투자, 가계소비 등 경기 선행지표가 부진한 데다, 미국발 관세 압박까지 겹치며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매파(hawkish) 진영은 반대 논리를 편다. 교역 갈등에도 유로존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고, 제조업 회복·고용 개선·국방 지출 확대 등이 하방 위험을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ECB는 금리를 다시 움직이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데이터를 지켜볼 전망이다. 2024년 6월까지 1년간 2%포인트를 인하한 이후, 명확한 방향성이 드러날 때까지 ‘관망 모드’를 유지한다는 계산이다.
용어 풀이Glossary
*핵심물가(Core Inflation)란 식료품·에너지처럼 계절 및 공급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항목을 제외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중앙은행은 이 지표를 통해 기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파악하고 정책을 설계한다.
매파(Hawkish)·비둘기파(Dovish)는 통화정책 성향을 가리키는 은어다. 매파는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어 금리 인상에 적극적이며, 비둘기파는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적 정책을 선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