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7월 산업생산, 에너지 부진에도 0.3%↑…확장세 여전히 미약

프랑크푸르트(Reuters) — 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의 7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0.4%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전반적인 확장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통계국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에너지 부문의 급락이 다른 부문의 성장으로 일부 상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 증가해, 전문가 예상치(1.7%)를 소폭 상회했으며 이는 특히 6월 수치가 대폭 상향 조정된 데 따른 결과다.

독일은 전월 대비 1.5% 증가하며 유로존 최대 경제국답게 성장세를 견인했다. 반면 프랑스스페인은 각각 감소세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자본재·내구재·비내구재가 모두 1% 이상 확대된 반면, 변동성이 큰 에너지 생산은 2.9%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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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PMI가 가리키는 향후 흐름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디에고 이스카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HCOB(함부르크상업은행) 제조업 PMI* 등 각종 조사 지표는 2025년 말부터 제조업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던져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독일의 재정 정책 완화유로존 각국의 국방 지출 확대가 2026년부터 성장 동력으로 본격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More supportive fiscal policy in Germany and higher defence spending across the area will provide a boost, but this impact will be more noticeable from 2026” — Diego Iscaro,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수축을 판단하는 대표적 선행지표다.


무역 갈등·고금리 환경 속에서의 의미

이번 수치는 미·중 무역 마찰 장기화, 에너지 가격 변동성, 유럽중앙은행(ECB)의 고금리 기조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도 유로존 제조업이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0.3%라는 숫자는 팬데믹 이전 평균 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빈약한 확장’이 장기화될 경우 설비 투자 위축고용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특히 에너지 부문의 2.9% 감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착화된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전력 도매단가 변동이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면서, 에너지 다소비 업종—철강·화학·비철금속—은 조업 단축과 설비 가동률 하락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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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품목별 세부 동향

1) 독일 — 자동차·기계·화학 중심의 산업 클러스터가 반등세를 이끌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설비 증설이 자본재 지표를 밀어 올렸다.

2) 프랑스 — 우주·항공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선전했으나, 석유화학 공정의 일부 셧다운이 전체 지표를 끌어내렸다.

3) 스페인 — 의류·관련 소비재가 둔화하면서 내구재 생산이 감소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전력집약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 밖에 이탈리아네덜란드는 소폭 상승, 아일랜드는 제약 부문 사이클 변화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망과 정책적 함의

시장 컨센서스는 유로존 총 GDP 성장률이 2025년 1.0%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데이터 흐름이 ECB의 기준금리 경로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며, “산업생산이 추가로 둔화될 경우 2026년 상반기에는 통화완화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독일 정부의 ‘기후·전환기금(클라이마트란지티온 펀드)’과 각국의 국방·보건 인프라 투자는 장기적으로 자본재 수요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재정정책은 실제 집행까지 시차가 존재해, 단기 지표에는 제한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투자자·기업 실무자를 위한 시사점

유럽 주식시장에서는 산업재·방위산업 섹터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다. ② 채권시장에서는 독일 국채(Bund)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추가 평탄화될 가능성이 있다. ③ 환율 측면에서 유로화는 ‘성장 둔화 vs. 긴축 지속’이라는 상반된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 실무자는 공급망 재편에너지 비용 헤지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가격 스와프·장기 전력 구매계약(PPA) 등 리스크 관리 수단 활용이 권고된다.


전문가 코멘트 종합

“0.3%라는 작은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독일·이탈리아 등 제조업 강국의 내부 회복 탄력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 유럽계 투자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너지 부문 약세가 반복된다면, 유럽 산업 기저체력이 훼손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원전 운명에 대한 정책적 답이 시급하다.” —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연구위원


용어 설명

산업생산지수(Industrial Production Index)는 광업·제조업·전기·가스·수도 등 산업 부문의 생산 활동 변화를 측정하는 경기동행지표다. 일반적으로 전월 대비(mom)전년 동월 대비(yoy) 두 가지 방식으로 발표된다.

HCOB 제조업 PMI는 함부르크상업은행이 S&P글로벌과 공동으로 조사·발표하는 구매관리자지수다. 응답 업체가 생산·신규 주문·고용 등 항목을 평가하며, 50 이상이면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 국면으로 해석한다.


종합하면, 유로존 7월 산업생산은 국제 교역 불확실성·에너지 가격 충격·통화긴축이라는 복합 악재 속에서도 ‘버티는 회복’을 이어갔다. 그러나 성장세가 미약하다는 점은 여전히 정책 당국과 시장 모두의 경계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