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단일통화권(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2022년 초 이후 처음으로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선을 상회하며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25년 9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함부르크상업은행(HCOB)이 집계한 유로존 제조업 PMI는 8월 50.7을 기록했다. 이는 7월 49.8에서 0.9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자, 예비치 50.5와 시장 예상치를 모두 웃돈 결과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확장·수축을 가늠하는데, 이번 지수는 무려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50을 상회하며 완연한 반등세를 시사한다.
특히 공장 생산(Factory Output)은 2022년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신규 수주(New Orders) 역시 거의 3.5년 만에 최고 속도로 확대되며 수요 회복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함부르크상업은행의 사이러스 데 라 루비아(Cyrus de la Rubi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제조업 부문의 경제 회복이 넓어지고 있다… 들어오는 주문 증가가 지속 가능한 회복에 대한 희망을 제공한다.”
그는 이어 “국내 주문이 증가해 해외 수요 약화를 상쇄하고 있다”면서 “미국발 관세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오히려 내수 강화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미국은 7월 말 15% 기본관세만 발효한 채 무역협상 ‘프레임워크 딜’을 체결했으나, 추가 관세 부담은 여전히 잠재 위험으로 지목된다.
국가별 세부 동향
회원국별로는 그리스(54.5)와 스페인(54.3)이 상승세를 주도했고, 프랑스·이탈리아도 소폭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반면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PMI는 49.8로 아직 50선에 근접했으나, 3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2분기 -0.3% 역성장을 기록했던 독일 경제에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제조업 기업들은 12개월 후 생산 확대를 자신하며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으나, 전반적 경기심리는 7월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같은 기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경제심리지수(Eurostat ESI)가 악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가격·통화정책 변수
생산자 판매가격(Output Prices)은 소폭 인하된 반면, 원자재·부품 등 투입비용(Input Costs)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한 뒤, 이달 회의에서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관측통들은 “하반기 경기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가을부터 금리 인하 논의가 재점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배경 해설: PMI란 무엇인가?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는 구매·공급관리협회(ISM) 또는 민간은행이 기업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지표다. 신규주문·생산·고용·납기·재고 다섯 가지 항목을 종합해 0~100으로 산출한다.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밑돌면 수축으로 해석한다. 실물경제 선행지표로서 중앙은행 정책과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 투자자·정책 담당자가 주목한다.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진은 “유로존 제조업 반등이 과연 내수 견인만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중국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향후 2~3분기 수출 데이터와 생산자 가격 흐름이 지속 가능성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또한 독일의 에너지 비용, 프랑스의 구조개혁 과제, 이탈리아 국채금리 변동성이 제조업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내년 초까지 유로·달러 환율이 강세를 이어갈 경우, 유로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재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유로존 제조업의 ‘50선 탈환’은 유럽 경기 침체론을 완화시키는 심리적 분기점이 된다는 데 컨센서스가 형성된다. 인플레이션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고, 금리 인하 기대가 부상하면 설비투자·고용 회복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