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유로의 글로벌 역할을 높이고 유럽의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로 표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공동 EU 채무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재무장관들을 위해 준비한 문서가 밝혔다.
2026년 2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문서는 집행위원회가 작성했으며 세계 경제가 무역 갈등, 달러의 안전자산 통화로서의 위상에 대한 의문, 결제기술의 급속한 혁신 등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 시점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2026년 2월 16일 회의에서 이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보도는 기자 Jan Strupczewski가 작성했다.
“국제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의 무기화 가능성 증가라는 위험에 직면해, EU는 자국의 경제·금융 안보를 강화하고 자국의 이익을 증진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문서는 기준 데이터를 제시한다. 현재 유로는 27개 EU 회원국 중 21개국에서 사용되며, 전 세계 외환보유액 기준으로 달러(약 6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준비통화로서 약 20%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집행위는 유로의 위상이 강화되면 세계 금융 안정성, EU의 무역 및 금융관계, EU의 가치 수호 및 제재정책 집행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대외적 압력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고 기업들의 조달비용 및 통화위험 노출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권고안으로 문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제시했다. 첫째, 유로 표시 디지털 자산—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예금(tokenised deposits),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의 발행 가능성을 검토할 것과 외화 담보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위험을 다룰 것을 권했다. 문서에 따르면 현재 급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유로 표시 상품은 전체의 1% 미만을 차지하며, 시장은 달러 표시 자산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의 자본이 미국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유럽 자산 수요를 저해할 수 있다고 EU 관료들은 우려했다.
채권시장 심화 방안으로는 “명확한 EU적 부가가치가 있는 공동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재원조달하기 위한 EU 발행“을 통해 유로표시 채권시장을 심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또한 유로존 외 국가의 기업과 정부가 유로로 채권을 발행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러 EU 기관들이 발행한 공동 EU 채무는 약 1조 유로 규모로 남아 있는 반면, 미국 국채는 약 27조 달러에 달해 EU 채무는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고 대형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문서는 설명한다. 시장에서는 AAA 등급의 공동 EU 채무 발행을 더 원하고 있지만, 독일 등 일부 북유럽 국가는 이에 대해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이다.
문서는 또한 유로의 글로벌 역할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제3국과의 양자 유동성 제공 협정(bilateral liquidity arrangements)을 더 확대할 경우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소식통은 ECB가 이미 이 문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CB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는 2월 12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성장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유사한 체크리스트와 “중대한 개혁”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결제 시스템 자립도 권고안의 핵심이다. 유럽의 대외 원조와 제3국에 대한 대출을 모두 유로화로 실시하고, 석유·천연가스·원자재·방산 및 운송장비 등의 거래에 대해 유럽 기업들이 유로로 청구서를 발행하도록 촉구하라고 문서는 제안했다. 더 나아가 유럽은 비자(Visa)·마스터카드(Mastercard)가 전자결제에서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결제 결속력을 높이고 해외 결제망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문서는 또한 유럽을 투자하기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EU 내 재화·서비스 무역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단일 법률·세제·노동 규범을 만들어 역내에서 활동하려는 기업에 동일한 규제환경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투자·거래·과세·감독 규칙을 조화시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신속히 허용하면, 현재 개인 예금 계좌에 방치된 약 10조 유로 규모의 저축이 보다 생산적인 투자로 흘러들어가 기업 성장과 개발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문서는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서는 유로존의 5000억 유로(5천억 유로) 규모 구제기금인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을 유로존 정부가 소유한 회사 형태에서 EU 기관으로 전환해 모든 EU 채무 발행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재무장관들이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일종의 EU 채무기관(agency)으로 기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용어 설명 — 독자 편의를 위해 본문에 등장한 주요 용어를 간단히 설명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자산에 가치를 연동시켜 가격 변동성을 낮춘 암호화폐의 한 종류이며, 달러·유로나 실물자산 등으로 담보될 수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기존의 현금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양자 유동성 제공은 중앙은행이 특정 국가나 기관과 체결하는 통화 스왑·유동성 라인으로서, 외환 위기 시 해당 국가에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여 시장안정을 돕는 장치이다. 유동성(likelihood)은 자산을 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정책적·시장 영향 분석
집행위 문서의 권고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단기적·중기적으로 여러 시장 영향이 예상된다. 우선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예금·CBDC 등 디지털 자산의 유로표시 확대는 유럽 내 결제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해 결제 비용을 절감하고 금융 포용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행을 추진할 때 규제·법적 프레임워크가 미비하면 자본 유출·프라이버시·사기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엄격한 감독과 소비자 보호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공동 EU 채무의 확대와 ESM의 제도적 전환은 유로표시 자산의 공급을 늘려 글로벌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인 안전자산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대형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유로표시 자산 비중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 장기적으로는 유럽 채권금리의 하락(가격상승)과 유로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독일 등 재정 보수 성향 국가들의 반대로 제도적 개편이 지연될 경우 단기적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문서가 지적한 대로 현재 유로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전체의 1% 미만이라는 점은 유럽 자본이 달러 중심의 디지털 결제망으로 흘러가는 구조적 약점을 보여준다. 이를 시정하려면 규제 정비와 함께 민간·공공 부문의 발행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외 원조·수출계약·국제송금 등에서 유로 결제를 표준화하면 단기적으로 유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정책은 유로의 국제적 위상을 단계적으로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책 실행에는 정치적 합의, 규제 정비, 기술적 인프라 구축, 민간 참여 유도 등 다층적 과제가 수반된다. 시장 관점에서는 공동 채무의 증가는 장기 금리 하락과 유로화 자산의 유동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투자 수요를 환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급격한 제도 변화가 불확실성을 키우면 단기적으로 유로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실행 가능성 및 향후 전망
실행 가능성은 각국의 정치적 합의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공동 채무 확대나 ESM의 EU 기관 전환은 독일·네덜란드 등 재정 보수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상당한 협의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예금·CBDC 관련 기술적 준비와 규제 프레임워크는 상대적으로 정부·중앙은행 주도로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다. ECB의 양자 유동성 협정 확대와 결제 인프라 자립 추진은 금융안보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높아 단기 내 정책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적 관점에서, 유럽이 유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면 다면적 전략(규제·재정·금융·기술)이 필요하며, 이는 수년에서 수십년의 중장기 과제로 전개될 전망이다. 정책 실행 속도와 범위에 따라 글로벌 자본흐름, 채권시장 유동성, 통화가치 등에 실질적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자명·발신지: Jan Strupczewski, 브뤼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