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발 경제지표에 따르면, 유로존 주요 국가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제히 가속화되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한층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 4대 경제국의 인플레이션이 모두 8월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오는 10월 2일(현지시간) 발표될 20개 회원국 전체 HICP(조화표준소비자물가지수)가 2.2~2.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CB는 작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2%p 인하한 뒤 동결 기조를 유지해 왔다. 물가가 목표치(2%) 근처로 안착하자 시장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차 희석해 왔으나, 9월 수치가 반등함에 따라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더욱 약화되고 있다.
■ 에너지 가격 하락폭 축소가 주된 원인
9월 물가 반등의 핵심 배경은 에너지 가격 하락폭이 8월보다 축소됐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완만한 상승에 그쳐, 시장에서는 “새로운 물가 상승 파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ECB 정책위원들은 지정학적 긴장, 무역 갈등, 국방비 지출 확대, 중국발 저가 공산품 유입 등 복합적 변수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은 정책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 국가별 세부 지표
독일 9월 HICP 전년 대비 2.4%(8월 2.1%)
프랑스 1.1%(0.8%)
스페인 3.0%(2.7%)
이탈리아 1.8%(1.6%)
특히 독일 수치는 시장 예상치(2.2%)를 상회했다. 서비스·의류 등 일부 근원 품목에서도 완만한 상승세가 포착돼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독일의 소매·생산자물가 지표와 프랑스의 소비 지출은 부진해, 경기 모멘텀 약화가 가격 압력을 제어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남아 있다.
■ ECB, 연내 동결 전망 ‘굳히기’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니콜라 노빌레 이코노미스트는 “10월 ECB 회의는 이미 ‘논이벤트(non-event)’로 굳어졌다“고 평가했다. 9월 회의에서 매파적(hawkish) 커뮤니케이션이 나온 만큼, 시장은 올해 추가 인하가 사실상 배제됐다고 본다.
다만, ECB 내부에서는 내년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1.7%로 목표치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위원들은 장기간 목표 밑돌이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춰 ‘저물가 함정’이 고착될 위험을 경고한다.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매파 위원들은 국방비 증액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구조적 인플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디플레 우려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용어 풀이
HICP(Harmonised Index of Consumer Prices)는 유로존 20개국이 공통 기준으로 작성하는 물가지표다. 각국 CPI(소비자물가지수)를 통일된 방식으로 조정해 비교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ECB의 정책 목표 및 인플레이션 평가의 핵심 지표로 쓰인다.
또한 ‘근원(Core) 인플레이션’은 계절·외생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주류·담배 등을 제외한 지표다. 정책 당국은 이를 통해 기조적 물가 압력을 판단한다.
■ 기자의 시각
현재 상황은 ‘디플레 리스크’와 ‘구조적 인플레 요인’이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2010년대 초반과는 차별화된다. 에너지·식료품 가격은 변동성을 키우지만, 방위산업 투자와 탈세계화(deglobalisation)가 중장기적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ECB의 정책 스탠스는 인플레이션 경로가 2% 아래에서 얼마큼,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에 달렸다.
내년 초 기저 효과(base effect)로 물가가 일시적으로 1%대 중반까지 내려간다 해도, 구조적·정책적 상방 요인을 감안하면 추가 완화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유로존과 한국 등 개방형 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 방향성을 설정할 때, 유로존 사례에서 나타난 ‘성장 둔화 vs 인플레 잔존’의 균형 문제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