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ECB)이 실시한 소비자 기대 설문조사(Consumer Expectations Survey) 결과, 유로존 가계의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낮아지고 중‧장기 기대는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스트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물가가 ECB 목표치(2%) 부근에서 진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10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19개국 1만9,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9월 기준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 중앙값이 2.7%로 8월(2.8%) 대비 0.1%p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3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2.5%로 전월과 동일했으며, 5년 후 역시 2.2%로 변동이 없었다.
ECB는 올해 내내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목표치 2% 안팎에서 머물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이번 설문 결과는 매파·비둘기파 균형을 강조해 온 정책위원들의 시각을 뒷받침하며, 10월 3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 금리(현재 2%)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 핵심 데이터
• 1년 기대 인플레이션: 2.7%
• 3년 기대 인플레이션: 2.5%
• 5년 기대 인플레이션: 2.2%
• 설문 대상: 11개 유로존 국가, 성인 19,000명
ECB는 지난해 6월까지 총 2%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간 균형을 이유로 현재의 정책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정책위원들은 “현 예금금리는 경기를 과도하게 억누르거나 부양하지 않는 중립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Consumer Expectations Survey란?
ECB가 매월 발간하는 해당 설문은 소비자물가, 금리, 주택가격, 실업률 등에 대한 가계 인식을 파악한다.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도입한 Survey of Consumer Expectations와 유사한 구조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고안됐다. 학계·시장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 흐름에 선행한다”는 점에서 정책 결정의 선행지표로 활용한다.
이번 조사에서 가계 소득 증가 기대는 전월과 변함없었으나, 향후 1년 소비지출 전망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에 대한 기대치는 큰 변동이 없었다고 ECB는 전했다.
시장 영향
유로존 국채금리는 발표 직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가계 인플레이션 기대가 꾸준히 2%대 중반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 기준금리 동결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1.06~1.07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 전문가 시각
독일 뮌헨 Ifo연구소의 클라우스 볼라비에르 박사는 “중기(3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2.5%로 유지된 것은 ECB 목표 대비 아직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추세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시장 타이트닝 완화와 전 세계 공급망 정상화가 기대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ING은행의 카르스텐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수치는 금리 인하 전망을 앞당기지도, 추가 인상을 자극하지도 않는 ‘스윗스폿’”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ECB가 연내 정책금리 변경 없이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용어 설명
• 예금 금리(Deposit Facility Rate): 상업은행이 중앙은행에 하루 동안 예치할 때 적용받는 이자율. 현재 2%로, ECB 통화정책의 하한선 역할을 한다.
• 중립 금리: 경기 과열도, 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적정 수준의 정책금리. ECB는 현 수준이 중립에 근접했다고 설명한다.
한편 ECB는 10월 31일 정책회의 이후 최신 경제전망과 함께 물가 및 성장률 추정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소비자 기대가 실제 물가를 선행한다는 통념을 감안하면, 이번 설문은 향후 수개월간 유럽 통화정책의 안정 모드를 지지하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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