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기업, 이익 압박 속에서도 성장 전망에 여전히 낙관적

유로존 기업이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세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025년 7월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분기별 기업 금융접근성 조사(SAFE·Survey on the Access to Finance of Enterprises) 결과에서 확인된 핵심 메시지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순 8%*의 기업이 최근 3개월간의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순 23%의 기업은 다음 분기 상황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응답했다. 순(純) 수치는 ‘증가’를 선택한 기업 비중에서 ‘감소’를 택한 기업 비중을 뺀 값으로, 긍정적 응답이 우세할수록 값이 높아진다.

이번 결과는 최근 수년간 유로존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유지하며 ‘경기 반등’을 기대하는 기업 심리를 재확인시킨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매출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숙련인력 유지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 이익 감소: 중소기업이 더 큰 충격

조사에 응한 다수 기업은 수익성 악화를 호소했다. 특히 중소기업(SME)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ECB는 “이익 감소 추세가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대기업보다 가격 전가 능력이 약한 중소업체가 상대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전체 사업체의 약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수익 부진에 직면할 경우, 지역 경제 전반의 고용과 투자 의지가 위축될 여지가 크다.

2. 무역 갈등이 미치는 영향

대부분의 기업은 장·단기적으로 무역 갈등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기업제조업체가 가장 큰 노출도를 보였다. 유럽과 미국 간 관세·보조금 분쟁이 잦아지는 가운데, 원자재와 부품의 공급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이익률을 잠식하는 구조다.

무역 갈등은 단순히 관세 비용 상승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병목 및 환율 변동성 확대를 동반한다. 이는 기업이 가격 책정 전략을 재조정하거나 시장 다변화라는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3. 물가 기대와 통화정책 시사점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향후 1년 내 가격 상승률 예상치를 종전 2.9%에서 2.5%로 낮췄다. 반면 중·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ECB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연 2%)와 비교할 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단기 기대치가 꺾였다는 점은 통화정책 완화에 우호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장 컨설팅업체들은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완전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압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는 “장기 기대가 고착되면 통화당국의 정책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 전문 해설: ‘순가중치’란 무엇인가?

SAFE 조사에서 활용되는 ‘순가중치(net balance)’는 설문 응답을 정량화해 기업 심리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 조사 대상 100개 기업 중 40개 기업이 “매출 증가”를, 20개 기업은 “감소”를 선택했다면 순가중치는 +20%p(40%-20%)가 된다. 순가중치가 0보다 크면 긍정 응답이 우세함을, 0보다 작으면 부정 응답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매출 증가 순가중치가 +8%p에 그쳤다는 것은 상승세가 있긴 하지만 매우 제한적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미래 전망 순가중치 +23%p는 기업이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인 미래를 가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5. 투자자·정책입안자를 위한 시사점

첫째, 이익 압박 국면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견조하다는 점은 단기 소비지출 하방 리스크를 완충한다. 둘째, 무역 갈등 완화 여부가 제조업·수출업체 실적 회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셋째, 단기 물가 기대 둔화가 지속될 경우, ECB가 기준금리 인하 혹은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설 명분이 강화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제조업·소재·물류 섹터는 무역 갈등 해소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내수 기반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방어적 특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투자 시에는 재무 건전성가격 전가력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 결론

ECB의 SAFE 조사는 유로존 기업이 저조한 성장과 이익 축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심의 이익 악화와 무역 갈등은 여전히 구조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 단기 물가 기대치 하향 조정이 통화당국의 완화적 행보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궁극적으로 무역 환경 개선수익성 회복이 단단한 경기 반등을 위해 요구된다.

* : ‘순 8%’는 “증가” 응답 비율에서 “감소” 응답 비율을 뺀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