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기업 경기 소폭 개선…AI 투자 ‘호황’ 속 성장 전망은 여전히 완만

유로존 기업 심리지표와 인공지능 투자 동향

유럽중앙은행(ECB)이 2025년 10월 31일 발표한 비금융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로존 기업들은 최근 사업 환경이 다소 호전됐다고 평가했으나, 이는 완만한 성장세를 시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제조업은 관세 부담·경기 불확실성·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난관에 직면해 있으며, 단기간에 뚜렷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반면,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인프라 투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부 산업에서는 성장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


1. AI·클라우드 수요 급증

ECB는 “많은 기업이 디지털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클라우드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실질적으로 증가(substantially growing)’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공공 부문에서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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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이 전통 컨설팅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기 시작했다”

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와 같은 흐름은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자동화·데이터 분석·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LLM(Language Model)은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모델을 가리키며, 챗봇·업무자동화·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2. 제조업 ‘관세 역풍’ 지속

제조업 분야는 관세·불확실성·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여전히 위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가전·전자 부문은 비교적 긍정적 전망을 보였으나, 전체 산업 생산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공급망이 팬데믹 이후 재편되면서 유로존 기업은 원가 상승과 주문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ECB는 “소비재 지출의 성장세가 미온적이어서 단기적 개선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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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건설·서비스업의 점진적 회복

조사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은 “코너를 돌고 있다(turning the corner)”고 진단했다. 관광·호텔·레저 수요가 늘면서 관련 인프라 투자가 증가했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소프트웨어·데이터 솔루션 투자도 동반 확대됐다. 특히 서비스업 전반에서 ‘여름 특수’를 누렸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기계설비 투자(Machinery investment)는 여전히 부진했다. 설비 고도화를 위해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으나, 대규모 물리적 자본 투입에는 기업들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4. 고용·임금·가격 동향

ECB 설문조사는 고용 전망이 비교적 부진하며, 임금 상승률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판매가격 상승 압력 역시 완만하게 진정되는 추세로, 이는 ECB의 통화 완화 전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다만, AI·클라우드 등 디지털 전문 인력의 인건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산업별로 체감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차이가 있다.


5. 시장·정책적 함의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의지가 강한 기업일수록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생성형 AI·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 도입은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촉진해 장기 성장잠재력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다만, 제조업의 구조적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유로존 전체 경제성장률은 1% 내외의 저성장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ECB는 전일(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완만하지만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재확인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2026년 상반기 중 ECB가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안정과 임금 모멘텀 둔화, 그리고 AI 관련 투자 확대가 겹치면서 정책 여력이 넓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6. 생소한 용어 해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해 설계·개발·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 온프레미스(사내 서버) 방식보다 인프라 비용을 절감하고 민첩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이미지·텍스트·음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로, 유럽 기업들은 마케팅 자료 자동 생성·고급 예측 모델링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7. 종합 전망 및 기자 시각

이번 ECB 조사 결과는 유로존 경기가 기술 혁신에 의존해 ‘양극화된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서비스 산업은 AI 도입을 지렛대 삼아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전통 제조업은 관세와 비용 부담으로 반등 동력이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경제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향후 3~5년간 유로존 성장률 격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ECB가 물가 안정과 성장 지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가 향후 정책·시장 전반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