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기활동 2025년 연말 기대보다 부진…HCOB 플래시 PMI 51.9로 하락

유로존 비즈니스 활동이 2025년 연말에 예상보다 약화됐다는 경제지표가 나왔다. 제조업의 축소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배적 산업인 서비스업의 확장 속도도 둔화되면서 전반적인 성장 탄력이 약해진 모습이다.

2025년 12월 1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HCOB 플래시 유로존 컴포지트 PMI(합성 PMI·S&P 글로벌 집계)는 이달 51.9로 하락해 직전월인 11월의 2년 반(2-1/2년) 만의 고점인 52.8에서 낮아졌다. 이는 로이터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서 예측한 52.7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50.0을 상회한 첫 전(全)력(캘린더) 연도가 됐다(2019년 이후 처음).

지리적·산업별 차별화가 뚜렷. 보고서는 독일 산업의 부진 심화가 전체 약세를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프랑스의 산업에서는 조심스러운 회복 신호가 일부 포착되지만, 단일 월치의 지표만으로 과도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가들은 덧붙였다. 함부르크상업은행(Hamburg Commercial 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Cyrus de la Rubia는 “약화된 실적은 주로 독일 산업에 기인한다. 프랑스는 조심스러운 회복 징후가 있으나 한 달의 수치만으로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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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활동은 두 달 연속 축소를 나타냈다. 제조업의 헤드라인 PMI는 이달 49.2로, 11월의 49.6에서 더 낮아져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로이터 예측치 49.9보다 낮은 수치다. 제조업의 구성 지표 중 산출(output)을 측정하는 지수는 10개월 만에 처음 수축을 보였고, 신규 주문(new orders)은 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여전히 성장세를 지탱하는 역할을 했지만 성장 속도는 완만해졌다. 서비스 PMI는 11월의 2년 반 만의 고점 53.6에서 이달 52.6로 하락했으며, 이는 전문가 예상치 53.3도 밑돈 수치다.

“서비스 부문은 향후에도 경제 전반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제조업의 회복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경기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Cyrus de la Rubia, 함부르크상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기업들의 장래 활동에 대한 낙관심(미래 기대지수)은 5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으나, 기업들은 고용을 더 빠른 속도로 늘렸다. 동시에 가격 압력은 강화됐다. 투입비용(input costs)은 3월 이후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기업의 산출 가격(output charges)도 더 빠르게 상승했다.

한편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최근 다소 상승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 로이터의 별도 설문조사에서는 ECB가 최소한 2027년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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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I(구매관리자지수)란 무엇인가?

PMI는 구매관리자들이 보고하는 설문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경기선행지표다. 50을 기준값으로 하여, 50을 초과하면 확장(성장)을 의미하고 50 미만이면 수축(축소)을 의미한다. 제조업 PMI와 서비스업 PMI를 결합한 컴포지트(합성) PMI는 경제 전반의 활동 수준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HCOB 플래시 지수는 관련 기업 여러 곳의 예비(플래시) 응답을 바탕으로 조기 판정치를 제공하며, S&P 글로벌이 수집·집계한다.

전문가 해석 및 정책적 함의

이번 지표의 주요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조업의 약화는 유로존 내 실물 경기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은 투자, 수출, 설비투입 등 경기 전파경로에서 핵심 역할을 하므로 제조업 부문이 더 약해지면 성장률 하방압력과 함께 고용·투자 측면에서도 약화가 확대될 수 있다.

둘째, 서비스업의 지속적 확장은 단기적으로 경기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경제에서 서비스업은 고용 비중이 크고 내수와 직결되므로 서비스업의 완만한 확장세는 소비와 고용을 통해 경기 하강을 일정 부분 완화한다.

셋째, 물가 측면에서는 투입비용의 상승과 산출가격 인상 가속이 관찰된다. 단,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ECB의 2% 목표 근처에서 머물고 있다는 점은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물가가 당장 급격히 오르지 않는 한, ECB는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보다는 기존 금리 수준 유지(동결)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로이터 설문에선 ECB가 최소 2027년까지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넷째, 시장·금융 측면에서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제조업 약화가 지속되면 경기 민감 업종(자본재·산업재 등)의 실적 악화와 함께 기업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 확대는 소매·여행·레저·IT 서비스 등 업종에는 상대적 우호 요인이 된다. 채권시장에서는 성장 둔화와 물가 둔화 가능성이 혼재하면서 유럽국채 금리는 단기적으로 상충하는 신호를 보일 수 있으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유지될 경우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국가별 영향과 리스크 요인

지표는 국가별로 편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제조업 부진은 유로존 전체 성장 전망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다. 독일 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생산·수출 감소가 GDP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프랑스와 같이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력이 크다.

향후 리스크는 글로벌 통상정책(예: 미국 관세 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에너지 가격 변동,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수요 둔화 가능성 등이 있다. 이러한 외부요인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 제조업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제공할 수 있다.

결론

종합하면, 2025년 연말의 HCOB 플래시 유로존 컴포지트 PMI는 서비스업의 완만한 확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축소 심화로 인해 전반 지표가 예상보다 약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서비스업이 경기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이거나 지속적인 성장 회복을 위해서는 제조업의 반등이 필요하다. 물가 수준이 ECB 목표 부근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통화정책이 당분간 완화적이라기보다 보수적(유지)으로 운영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