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하락 마감…실적 행진 속 물가·고용 지표 주목

[유럽 주식시장 동향] 유럽 주요 주가지수는 31일(목) 대체로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는 전일 대비 0.9% 내렸고, 프랑스 CAC 40 지수는 1.1% 떨어졌다. 반면 영국 FTSE 100 지수는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지수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인 배경에는 각국 상장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물가·고용 등 굵직한 거시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7월 31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의 소비자물가(CPI) ▲독일·유로존 실업률 등 핵심 지표가 주말 전후로 잇따라 공개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하기로 한 결정 이후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핵심 단서로 여겨진다.

이번 주는 2분기 실적 시즌의 ‘중간 반환점’으로, 굵직한 다국적 기업들이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셸(Shell)은 순이익 지표로 쓰이는 조정이익이 43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작년 같은 기간 63억 달러에는 못 미쳤다. 다만 자사주 매입 규모를 향후 3개월간 35억 달러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15분기 연속 ‘3억 달러 이상’ 매입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기업 실적 세부 현황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는 글로벌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불구, 가격 인상과 마진 개선 덕에 2분기 기초이익(EBITDA)이 급증했다. BMW는 미국 현지 생산기반을 무기로 미·중 갈등에 따른 관세 리스크를 방어하며 연간 가이던스를 유지했다.

생활용품 대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가격 인상 효과로 2분기 기초매출이 예상치를 상회했다. 항공사 에어프랑스-KLM은 프리미엄석 예약이 강세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미·EU 간 통상 마찰이 지속되는 점을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전력·자동화 장비업체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 호조로 매출이 늘어나면서 2025년 목표치를 재확인했다. 세계 2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은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분기 실적을 냈으나, 향후 관세 부과를 이유로 철강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는 미국 사업이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벨로(Velo)’ 니코틴 파우치 판매가 확대되면서 상반기 고정 환율 기준 영업이익이 1.7% 증가해 기대치를 넘어섰다.

“미국 사업의 재성장과 신제품군의 선전이 실적을 견인했다.” ― BAT 경영진

미국 시장에선 전날 장 마감 후 마이크로소프트메타 플랫폼스가 인공지능(AI) 수혜 덕에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31일(현지시간) 장 종료 뒤엔 애플아마존이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거시 지표 및 통화정책

ECB는 지난주 정책 완화(Policy easing) 1년을 잠시 멈추고 기준금리를 2%로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또한 9대 2의 표결로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는데, 두 명의 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일본은행(BoJ)은 이날 새벽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으며, 경제·물가 전망이 부합할 경우 인상을 예고했다.

중국에선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넉 달 연속 기준선(50) 아래 머물러 수출 선행 효과가 약화되고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이 드러났다. 이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 수요 둔화 우려를 키웠다.


원유 시장 동향

원유 가격은 31일 오전 11시 40분(미 동부시간) 기준 브렌트유 1.9% 하락(배럴당 71.10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8% 하락(68.73달러)으로 약세를 보였다. 앞서 하루 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하면서 1% 상승 마감했지만,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가 770만 배럴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상승폭이 제한됐다.

용어 설명
· DAX·FTSE 100·CAC 40 : 각각 독일·영국·프랑스의 대표 주가지수로, 국내의 KOSPI와 같은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 :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로, 주주환원 및 주가부양 수단으로 활용된다.
· EBITDA :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전문가들은 미국·유럽의 통화정책 공백기와 중국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3분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가 재료로 부상하면서 실적 발표가 호재·악재를 가리지 않고 변동성을 키우는 양상을 띠고 있다.

※ 투자 참고 사항
본 기사는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 자료이며, 실제 투자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